장 폴 사르트르는 “삶은 B와 D 사이의 C”라고 했다. 여기서 B는 탄생(Birth), D는 죽음(Death), 그리고 C는 선택(Choice)을 의미한다. 삶은 이 간결한 언어유희처럼 끊임없는 선택의 연속이다. 우리는 날마다 선택의 갈림길에 서고, 때로는 선택이 가져올 결과에 대해 두려워한다. 하지만 그 선택이 "좋은 선택"이었는지를 알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선택 이후의 우리의 태도와 노력이다.
물론 선택의 결과가 언제나 만족스럽거나 이상적일 수는 없다. 어떤 선택은 예상치 못한 결과를 초래하기도 하고, 다른 길을 선택하지 않았음을 후회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렇지만 지나간 선택을 두고 "그때 다른 선택을 했다면 어땠을까?"라며 상상하는 것은 아무 의미도 없다. 지나간 일은 돌이킬 수 없고, 또 그 대안이 더 나았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중요한 것은 지금 내가 선택한 길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다. 선택을 했다면, 그 결과를 기꺼이 받아들이고 그것을 통해 성장하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더 나아가, 삶에는 종종 자의가 아닌 선택도 존재한다. 스스로 결정하지 않았지만 해야만 하는 일이 찾아오는 경우다. 의무적으로, 혹은 외부의 압력으로 시작된 선택에는 흔히 부정적인 감정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런 선택을 대하는 태도가 결국 우리의 성장을 결정짓는다. 자의적이지 않은 선택에도 "그래도 잘 해보자"는 마음가짐으로 임하는 것은 성숙한 어른이 가져야 할 자세다. 그리고 놀랍게도, 시간이 흐르면 그런 비자발적 선택이 우리 삶에 유익한 경험이나 발전의 기회를 제공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경우가 많다.
나 역시 배우로서 이런 경험을 한다. 올해 감사하게도 많은 작품에 참여하는 기회를 얻었지만, 동시에 여러 일정을 조율하며 포기해야 했던 작업들도 있었다. 선택한 작품에 전념하면서도 종종 놓친 기회들이 아쉽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매번 느끼는 것은, 중요한 것은 "무엇을 선택했느냐"보다 "어떤 마음가짐으로 그 일을 해냈느냐"라는 것이다. 주어진 역할이나 환경 속에서 최선을 다했을 때, 결과는 언제나 생각보다 긍정적이었다.
삶에서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얼마나 오래 살았느냐, 혹은 얼마나 많은 성과를 이루었느냐가 아니고 그것보다는 "어떻게 살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일을 선택할 때 그 일이 성공적일지, 옳은 일인지 고민하기보다, 그 일을 어떤 태도로 해낼 것인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결국, 선택은 삶의 방향을 결정하지만, 마음가짐은 그 방향을 빛나게 만든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번의 선택을 한다. 그 선택의 결과는 불확실하고, 때로는 실패로 끝나기도 한다. 하지만 선택 이후의 태도는 온전히 우리의 몫이다. 어떤 일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수록, 삶의 질은 그만큼 더 높아질 것이다. 사르트르의 말처럼, 삶은 죽기 전까지 선택의 연속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 선택이라는 순간에 최선을 다하고, 그 과정에서 우리의 마음가짐을 정하는 것이다. 선택은 불완전할 수 있지만, 우리의 태도는 완전할 수 있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