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정부는 자연적 인구 감소에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저출생으로 인한 학령인구의 감소는 곧 대학과 같은 고등교육 기관의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인재 육성을 위해 많은 노력과 비용이 소요되는 순수 예술 분야는 문화 소비 트렌드의 변화로 돈이 되는 상업 예술 분야로 인재가 몰리면서 일부 대학의 순수예술학과는 정원 미달로 인한 운영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24년 연말 경기신문은 그 어느 때보다 찬바람이 불고 있는 순수 예술 시장의 위기를 분석하고 저출생과 상업 예술 사이에서 길을 잃은 순수예술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 모색해 본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①저출생 시대, 줄어드는 학생 수…예체능 계열은 정원미달
②스타 음악가가 끌어가는 음악 시장…많은 음악가들은 생계유지도 어려워
③음악계 저변 넓히는 관심과 정책 필요
현재 우리나라 음악시장은 양극화 돼있다. 한류 스타가 이끄는 공연은 연일 매진을 이루며 시장을 키워가고 있지만 대다수의 음악가들은 자비로 공연을 올리거나 생계조차 유지하기 어렵다. 안정적인 음악활동을 하지 못해 음악 생태계는 축소되고 문화 향유를 할 수 있는 기회도 줄어 시장이 주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예술경영지원센터의 ‘2024년 상반기 공연시장 티켓판매 현황 분석’에 따르면 2024년 상반기 클래식의 공연건수는 3521건, 공연회차는 4223회, 티켓 예매수는 약 146만 매, 티켓판매액은 약 476억 원으로 집계됐다.
공연건수, 공연회차, 티켓예매수, 티켓판매액 모두 지년 4년 대비 가장 우수한 실적을 보였으며, 티켓예매 수와 티켓판매액은 각각 전년 동기보다 19만매, 11억 원 늘었다.
조성진과 임윤찬이라는 한국인 출신 거물 연주자들의 공연이 상반기에 있었고 크리티안 짐머만 피아노 리사이틀 내한 공연도 티켓 판매액을 증가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이외에도 백건우 피아노 리사이틀과 모차르트 투어 등이 흥행해 톱스타의 공연들이 시장을 성장시켰다.
2024년 상반기 미디어, 크로스오버 제외 서양음악(클래식) 티켓판매액 상위 10개 공연 목록엔 ‘크리스티안 짐머만 피아노 리사이틀’, ‘서울시오페라단, 라 트라비아타’, ‘정명훈 & 도쿄필하모닉오케스트라’, ‘바르샤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오케스트라’ 등이 이름을 올렸다.
클래식 유명 연주자들의 공연이 음악시장을 성장시킨 반면 대다수의 음악가들은 음악활동만으로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워 겸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클래식 음악가 A씨는 “잘 나가는 분들은 정말 잘 나가고 그런 상위 1%를 제외한 나머지 음악가들은 투 잡, 쓰리 잡 아니면 생활이 안 된다”며 “학교나 다른 교육 업체들이 특강에 보조강사로 참여하든지 대리운전이나 배달 같은 일을 하기도한다”고 말했다.
클래식 음악가 B씨도 “조수미나 임윤찬 같이 상위 1%가 아닌 사람들은 교육과 예술을 같이 겸할 수 밖에 없다"며 "연주 활동만으로는 생계가 유지가 안 되기 때문에 학원을 하든, 레슨을 하든 예술 교육 사업을 하든 다 겸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간한 ‘2021 예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음악 분야 예술인의 가구 총 수입은 3872만 원으로, 건축, 미술, 음악, 영화, 만화, 방송, 연예 등 14개 분야의 평균 수입 인 3972만 원에도 못 미친다.
가장 많은 수입을 기록한 분야는 건축으로 1억 468만 원을 기록했다. 가장 적은 수입을 기록한 분야는 연극과 영화로 각각 3147만 원, 3144만 원을 기록했다.
예술인의 개인수입 중 예술 활동 수입은 음악 분야 365만 원으로, 총 가구수입 중 약 10%만이 예술 활동을 통해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음악 분야 겸업 예술인이 주 평균 예술 활동에 투입하는 시간은 9.1시간으로 투입 비율은 30.5%를 차지했다. 그 이외 활동 직업에 투입하는 시간은 23.7시간으로 69.5%를 차지했다. 음악 분야의 예술인들이 예술 활동만으로 생계유지를 하지 못하는 것이다.
음악계 관계자는 “클래식 쪽은 임윤찬이나 조성진, 송민수 선생 같은 엘리트 또는 소수의 스타들이 한국의 시장을 끌어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런 분들 이외에 나름대로 실력이 있지만 시장에서 주목받지 못하는 분들도 굉장히 많은데 이분들이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가 적을뿐더러 수백만 원을 들여서 무대에 서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다보니 음악 활동이라든지 예술활동이 아무래도 위축이 된다”며 “이를 지켜보는 학생들도 이 분야가 먹고 살기 힘들다는 인식이 많아져 예술 시장이 쇠퇴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 경기신문 = 고륜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