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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진의 촌스러운 이야기] 그릇된 욕망의 콩깍지를 걷어내자

 

다행히 윤석열 탄핵이 가결됐다. 12월 3일 현직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며 내란을 일으킨 이후부터 내 일상은 엉망이 됐다. 대다수 국민들도 그랬을 것이다. 무슨 일을 하든 마음은 콩밭에 가 있었다. 농경시대 땅 없던 민초들이 주인 없는 자투리 땅이 보이면 심었던 콩. 자신이 주인 행세를 할 수 있었던 콩밭에 마음이 가 있는 농부처럼 나는 대한민국 민주공화국의 주권자로서 국가의 안위에 마음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2024년 민주주의 선진국 대한민국에서 벌어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친위쿠데타에 참여하거나 동원됐던 사람들의 증언과 당시 영상들을 보며, 남북한 간의 국지전을 일으킬 시도를 했다는 사실도 알게 되며, 수십 년 애써 만든 밭이 한순간에 쑥대밭이 될 뻔했구나 하는 공포감에 소름이 돋았었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 윤석열이라는 콩은 어떻게 길러진 콩이길래 헌법과 국민을 지켜야 할 대통령이 헌법을 유린하고 국민에게 총부리를 겨누는 쿠데타를 기획했을까?

 

쿠데타에 동조하고, 방관한 국무위원들, 국군의 사령관들 그리고 헌법기관인 국회를 위헌, 위법적으로 침탈했음에도 불구하고 헌법에서 명한 질서 있는 절차인 탄핵을 반대한 국회의원들. 이들이 모두 우리 사회에서 금이야 옥이야 하며 키워 내 알곡이라고 칭송했던 콩들이었음을 생각하면 참담함과 함께 우리 사회의 기형성에 두려움을 금할 수 없었다. 우리는 쭉정이를 알곡으로 여겼던 것이리라. 공감 능력이 없고 확증 편향의 정보 취득으로 현실을 왜곡하는 망상 속에서 소통을 하지 않으며 과잉 신념을 키우고, 엄청난 권한을 갖고 있으면서 분노 조절을 못 하는 괴물. 이렇게 될 수 있는 인간이라는 징후가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대통령으로 뽑았던 주권자들이 다음 선택 때는 똑같은 우를 범하지 말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번 내란을 단호하고 슬기롭게 이겨낸 주권자들이, 특히 응원봉 시위 문화를 만들어 낸 청년들이 대한민국의 적자 콩쥐가 누구고 누가 역적 팥쥐인지 잘 가려내길 바란다. 비상계엄 해제와 내란의 우두머리를 탄핵하는 것에 반대한 국회의원들이 콩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믿지 말기를 바란다. 찢기고 갈라진 공동체 구성원 간의 신뢰를 북돋워서 콩 한 알이라도 나눠 먹을 수 있는 공동체 의식을 만들어야 할 판에 내란을 넘어 내전을 선동하며 국론분열을 획책하는 윤석열이 탄핵 가결 후 사과 한마디 없이 재기를 다지는 모습은 괴기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그동안의 무도한 통치와 내란행위로 대한민국호를 침몰시킬 뻔했던 윤석열이, 윤석열에게 빌어 붙었던 자들이 콩고물에 눈이 멀어 아직도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

 

윤석열에게 대통령 자리까지 넘겨 준, 콩을 팥이라 속이는 속임수가 통하는 대한민국을 바꾸지 않으면 윤석열은 부활하거나, 제2의 윤석열이 나타날 것이다. 더 이상 대한민국이라는 밭에 윤석열 같은 종자가 뿌려지지도, 길러지지도, 수확되지도 않도록 해야 한다. 그릇된 욕망으로 인해 눈에 씌워진 콩깍지를 걷어내야 한다. 그렇게 대한민국이 윤석열을 역행보살로 만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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