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으로 인해 경기침체 장기화 우려가 커지자 금융당국이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카드 수수료율을 또 한차례 낮추기로 했다. 이에 따라 연 매출 30억 원 이하 영세·중소가맹점들의 카드 수수료 부담은 매년 총 3000억 원가량 줄어들 전망이다.

17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이날 오후 금융감독원과 함께 여신금융협회장, 8개 전업카드사 대표와 만나 ‘2025년 카드수수료 개편방안’을 논의했다.

금융위는 2012년 이후 주기적으로 결제원가에 해당하는 적격비용을 재산정해 영세·중소가맹점의 우대수수료율을 결정하고 있다. 또 지난 2022년부터 '카드수수료 적격비용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며 가맹점 단체와 카드사·카드사 노조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했다.

올해 적격비용 산정 결과 영세·중소가맹점에 대한 카드수수료 부담 경감 가능 금액은 약 연 3000억 원 수준으로 나타났다. 금융위는 이를 연 매출 3억 원 이하 영세가맹점에 약 40%, 연 매출 3억∼10억 원 이하 중소가맹점에 약 43%, 연 매출 10억∼30억 원 이하 중소가맹점에 약 17% 등의 비율로 분배하기로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수수료율 인하 여력을 영세·중소가맹점에 고르게 배분하는 방향으로 우대수수료율을 개편했다”며 “약 304만 6000개의 영세·중소가맹점이 평균 8.7%, 약 178만 6000개의 영세·중소 PG하위 사업자가 평균 9.3%의 수수료 부담을 덜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영세·중소가맹점에 대한 신용카드 우대수수료율은 0.05~0.1%포인트(p) 인하돼 ▲연 매출 3억 원 이하 0.4% ▲연 매출 3억~5억 원 1%, ▲연 매출 5억~10억 원 0.9% ▲연 매출 10억∼30억 원 이하 1.15%로 조정된다. 모든 영세·중소가맹점의 체크카드 수수료율도 0.1%p씩 낮아진다. 조정된 우대수수료율은 감독규정 개정 등을 거쳐 2025년 상반기 영세·중소가맹점 선정시점인 내년 2월 14일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연 매출 1000억원 이하의 일반가맹점에 대해서는 향후 3년간 수수료율이 동결된다. 이는 최근 내수부진으로 어려워진 자영업자들의 경영환경을 고려한 카드사들의 자발적 상생방안이라는 게 금융위 측 설명이다. 영세·중소가맹점에서 일반가맹점으로 전환되는 경우에도 2021년 산정결과와 이번 산정결과를 비교해 더 낮은 수수료율이 적용된다.

3년이었던 적격비용 재산정 주기는 6년으로 늘어났다. 카드사가 본업인 신용판매에서 수익을 얻기 어려워지면서 카드론 등 대출을 확대하고 무이자할부 등 소비자 혜택을 줄이거나 연회비를 올릴 수 있다는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다만 3년마다 대내외 경제여건, 소상공인·자영업자와 카드사의 영업·경영상황 등을 점검해 적격비용 재산정이 필요하다고 인정될 경우에는 적격비용을 재산정할 수 있다. 또한, 적격비용 재산정 필요성을 객관적으로 검토할 수 있도록 관계기관과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별도 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아울러 이날 간담회에서는 카드업의 발전방향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카드업계는 금융·비금융 결합 서비스 활성화, 부수업무 확대 등 관련 제도개선을 건의했다.

김 위원장은 “지급결제 부문에 경쟁이 확대되고 있지만 신용·체크카드는 여전히 가장 지배적인 결제수단”이라며 “금융당국은 앞으로 카드업계의 혁신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