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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연말연시...웃지 못하는 교제폭력피해자들

교제폭력 신고 2020년 4만→2023년 7만 '급증'
근본적 원인 해결 위한 심리 분석 등 상담 필수

 

연말연시는 많은 이들에게 따뜻한 추억을 선사하지만 교제폭력 피해자들에게는 그저 또 다른 고통의 시간이 될 뿐이다. 교제폭력은 단순한 갈등을 넘어 심각한 범죄로 이어질 수 있지만 피해를 예방하고 줄이기 위한 체계적 대응은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가해자의 심리적 문제를 해결하는 치료와 상담 체계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법적 처벌을 넘어선 근본적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25일 경찰청에 따르면 교제폭력 신고 건수는 2020년 4만 9225건에서 2021년 5만 7305건, 2022년 7만 790건, 2023년 7만 7150건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신고되지 않은 사례를 감안하면 실제 피해는 훨씬 클 것으로 추정된다.

 

교제폭력은 단순한 스토킹에서 시작해 협박, 신체적 폭력, 심지어 살인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피해자가 보복을 우려해 신고를 꺼리는 경우가 많아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한 피해자는 “가해자가 나를 찾아올까 두려워 신고하지 못했다”며 “심리적으로 위축된 상태에서 도움을 요청하기가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전문가들은 교제폭력의 주요 원인으로 가해자의 불안정한 심리 상태를 꼽는다. 애정이 소유욕으로 변질되고 통제 욕구가 폭력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한 심리상담 전문가는 “가해자는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거나 피해자를 통제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초기 단계에서 심리 치료를 진행하면 이 같은 폭력성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교제폭력 예방의 핵심은 단순한 처벌이 아니라 가해자의 행동 원인을 이해하고 이를 교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가해자 심리 치료와 상담 체계는 사실상 부재한 상태다.

 

용인대는 용인동부경찰서와 협력해 교제폭력 가해자 및 피해자 심리 상담을 진행 중이다. 이소연 용인대 인권센터 상담원은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상담이 필요한 경우가 많지만, 예산 부족과 상담 인력의 한계로 효과적인 대응이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 상담 경험이 있는 한 경찰 관계자는 “심리 치료를 통해 초기 폭력 사건이 더 큰 범죄로 이어지는 것을 막은 사례가 있다”며 “이같은 접근이 체계적으로 이뤄진다면 경찰의 대응력도 강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해부터 시행된 스토킹처벌법은 교제폭력 가해자를 법적으로 처벌할 근거를 강화했다. 하지만 처벌만으로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전문가들은 “교제폭력은 관계의 왜곡에서 비롯된 문제”라며 “가해자의 심리적 원인을 이해하고 이를 교정하는 것이 피해를 줄이는 열쇠”라고 말한다. 이를 위해 상담 체계 구축과 예산 지원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교제폭력은 단순한 개인 문제가 아니다. 한 개인의 심리 상태와 행동이 상대방에게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사회적 문제다. 전문가들은 가해자 상담과 심리 치료가 2차 피해를 막는 중요한 예방책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한 상담 전문가는 “가해자의 폭력성은 통제할 수 없다는 생각에서 비롯된다”며 “이를 바로잡고 다른 방식으로 관계를 이어가도록 돕는 심리 치료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박진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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