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올해 첫 기준금리 결정을 앞두고 있다. 대내외적인 변수가 겹친 만큼 금리를 낮춰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는 의견과 1500원선을 위협하는 고환율을 고려할 때 이번에도 금리를 동결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어 한은의 고민은 깊어질 전망이다.
12일 한은 등에 따르면 금통위는 오는 16일 통화정책방향결정회의(이하 통방회의)를 열고 현재 연 3% 수준인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금통위는 지난해 10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인하해 왔다. 한은이 이번에도 금리를 낮출 경우, 15년 만에 3회 연속 금리 인하가 이뤄지게 된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경기 대응에 초점을 맞춰 이번에도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내수 침체와 불안한 국내 정치적 상황, 높아지는 글로벌 무역 분쟁 가능성 등 심상치 않은 대내외적 상황을 고려한다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20일, 현지시각) 전인 이번 금통위가 적기라는 설명이다.
한은은 지난해 11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9%로 제시하면서 미국과 중국의 무역 마찰이 불거질 경우 1.7%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봤다. 게다가 12·3 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등 예상치 못한 악재가 더해지며 소비 심리는 완전히 얼어붙었다. 이에 따라 오는 2월 제시될 성장률 전망치는 이보다 더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JP모건 등 일부 글로벌 투자은행(IB)은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1.3%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금리 동결 가능성에도 성장에 대한 부진 우려가 높다는 점에서 쓸 수 있는 카드는 금리 인하밖에 없다"며 1월 금통위가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봤다.
다만 진정되지 않고 있는 환율 불안을 고려해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지난 1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4.5원 오른 1465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고환율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금리가 떨어질 경우 원화 약세 압력이 강해지면서 수입 물가가 올라 스태그플레이션(경기 둔화 속 물가 상승)이 가속화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환율이 다소 하락했지만 여전히 지난해 11월 금통위보다 높은 수준이고 12월 소비자물가도 1.9%로 예상보다 크게 반등했다”며 “통화 정책의 효과를 고려하면 1월은 동결을 결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은 역시 올해 상반기 추가 금리 인하를 단행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시점과 속도와 관련해서는 '유연한 결정'을 강조하고 있다. 한은은 올해 초 '2025년 통화정책운용방향'을 통해 "성장의 하방 압력을 완화하는 동시에 금융 안정 위험에도 유의하며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다만 "인하 속도는 대내외 위험 요인의 전개 양상과 그에 따른 물가와 성장 흐름, 금융 안정 상황의 변화, 그리고 정책 변수 간 상충관계를 점검하며 유연하게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 대내외 정치 불확실성 등이 환율 변동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금리 인하의 필요성은 높지만, 환율이 발목을 잡고 있다는 의미다.
일각에서는 금통위원들의 의견이 3대 3으로 나뉘면서 이창용 한은 총재가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도 대두된다. 금통위 의장인 한은 총재는 평소 개인 의견을 밝히지 않지만, 금통위원 간 의견이 동률을 이룰 때는 최종 결정권을 행사한다. 마지막 캐스팅보트 행사는 2013년 4월 김중수 전 총재 시절이었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