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9000만 원 선에서 정체됐던 평균 금융자산이 지난해 1억 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의 금리 매력도가 떨어지고 주식 열풍이 불면서 저축에서 투자로 자금을 옮기는 비중도 커졌다.
하나금융연구소(이하 연구소)는 15일 이러한 내용을 담은 '대한민국 금융소비자 보고서 2025'를 발간했다. 연구소는 최근 3년간 금융소비자의 금융거래 변화를 추적하고, 서울과 수도권에 거주하는 20세~64세 금융소비자 5000명의 시의적 이슈에 대한 의견을 점검했다.
코로나19 시기인 2022년 금융자산의 42%를 차지했던 저축성 자산은 다음 해 금리 상승과 함께 45%까지 높아졌다. 당시 평균 금융자산은 9000만 원에서 정체됐지만 엔데믹 후 2024년 금융자산은 1억 원을 넘었고 투자상품 비중은 25%(2022년)에서 31%까지 늘었다.
금융소비자는 올해 더욱 적극적이고 새로운 금융거래를 계획하며 예·적금뿐만 아니라 실속있는 투자상품과 해외 금융상품 가입에 높은 의향을 보였다. 국내주식보다 해외주식을 선호했고, 가상자산 투자는 5% 미만이긴 하나 2023년보다 신규 거래할 의향이 2배 이상 늘었다.
금융거래를 이용하는 방식도 달라졌다. 10명 중 9명은 금융거래 시 모바일 채널을 이용한 반면, 영업점 이용률은 최근 3년간 지속적으로 감소하며 31%에 그쳤다. 자동화기기 이용률 또한 2022년(62%)부터 2024년(48%)까지 꾸준히 낮아졌다.
디지털기술 발전에 따라 영업점이 필요하다는 응답(28%)보다 디지털 채널로 대체 가능하다는 응답(34%)이 우세했으나 금융거래 시 겪는 애로사항을 보면 ‘점포‧직원 수 감소로 인한 불편’이 2022년 6위에서 2024년 3위로 급상승했다. 월 1회 이상 영업점을 방문한다고 응답한 이용자의 비율도 늘었다.
이에 대해 연구소 측은 "점포를 대체하는 디지털 채널에 수용도가 높지만 영업점 이용 시 그 의존도는 더욱 높아진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금융소비자들은 평균 4.6개의 은행을 복수로 거래하며, 더 나은 조건을 위해 적극적으로 은행을 전환하는 모습을 보였다.
실제 10명 중 6명은 거래은행을 이탈(축소·중단)한 경험이 있었으며, 여건이 변해도 거래를 유지할 충성 의향은 최근 3년간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이탈은 거래은행에 대한 ‘불만(16%)’ 때문이 아니라 ‘개인적 상황(42%)’과 ‘불만은 없지만 타행 대비 열위(42%)’ 때문에 발생했다.
다만 주거래은행 한 곳에 금융자산의 53~54%를 예치하는 비중은 유지됐다. 주거래 관계를 위한 금융소비자의 이해가 더욱 중요해짐을 방증했다는 게 연구소의 설명이다.
윤선영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최근 3년간 금융소비자는 급변하는 금융환경에 적응하면서도 본인에게 최적화된 이익을 추구하기 때문에 금융거래 특징이 일관되지 않는다는 점이 확인됐다”며 “금융 회사간 차별성이 약해지며 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이므로 고객의 사소한 행동과 의견 하나 하나에 내포된 의미를 적극 이해하려는 노력이 더욱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보고서에는 결혼 및 노후준비 여부에 따른 금융니즈 차이에 대한 분석도 담겼다.
미혼 중 결혼의향자(27%)보다 비의향자(33%)가 더 많은데, 비혼을 선택한 이유는 ‘개인적 가치관’보다 ‘경제적 여건’ 때문이었다. 최근 3년 내 결혼한 신혼부부는 결혼 비용으로 약 2억 원을 썼지만 결혼 예정자는 2억 3000만 원 가량을 예상했다. 신혼부부의 과반은 대출로 결혼자금을 충당했고, 결혼 예정자는 더 많은 대출을 고려해 결혼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은 더욱 커졌다.
결혼의향자는 주택 자금 및 투자 종자돈 마련 등 목적형 저축 의향이 높고 적금뿐 아니라 주식, ETF 등 직접투자에 더 적극적이었다. 비혼자의 경우 노후 대비가 우선 관심사였고 보험의 필요성을 높게 인식하며, 여가/취미, 재미를 위해 더 적극 저축했다
기혼 10가구 중 9가구는 노후 준비가 부족하거나 준비를 못했다고 응답했다. 노후자금이 충분하다고 인식한 나머지 한 가구의 총자산은 18.6억 원으로 평균의 2배였으며 금융자산과 상속자산의 비중이 평균보다 높았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