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경찰관들이 경찰 조직을 떠나면서 열악한 근무환경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12·3 계엄 사태의 여파로 경찰 지휘부가 공석인 상황이어서 개선에 대한 움직임은 전무하다.
김성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등에 따르면 경찰 내 경감 이하 하위직 사직 현황은 지난 2020년 총 131명에서 2021년 245명, 2022년 246명, 2023년 414명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30대 젊은 경찰관들이 임관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경찰을 그만두는 것이다.
전국경찰직장협의회와 경찰 조직 내부에서는 열악한 근무환경을 문제점으로 꼽으며 경찰 지휘부에 근무환경 개선을 요구했지만 진전이 없었다.
문제는 12·3 계엄 사태 여파로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 등 경찰 지휘부가 잇따라 재판에 넘겨지고, 경찰 조직이 계엄에 동참했다는 오명을 쓰게 되면서 이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가장 개선이 시급한 것은 부족한 경찰력으로 인한 업무 환경 악화이다. 경기남부경찰청의 경우 경찰관 수는 1만 8000여 명이지만 관내 시민 수는 1007만여 명으로, 경찰 1인 당 시민 약 559명을 담당하는 수준이다. 경찰관 부족 현상은 치안 수요가 높은 대도시의 경우 더 심각하다. 총경급 경찰 관계자는 "화성동탄경찰서 등 신도시를 담당하는 경찰서에서는 경찰관 1명이 인구 1000여 명을 담당하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업무량은 늘어나지만 정작 경찰관들은 사용하지 못한 연가를 보상받는 방안도 없다. 쉬지도 못하고 일하지만 그에 맞는 대우를 받지 못한다는 인식에 젊은 경찰관들이 경찰 조직을 떠나고 있다.
경감급 경찰 관계자는 "인력이 빠지면 업무량이 늘어나니 휴가는 꿈도 못 꾸는 상황이다. 일선 경찰관은 연가를 취소하거나 연기해야 하지만 보상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어느 누가 대우도 못 받고 일하고 싶겠는가. 보다 편안 근무환경을 찾으러 경찰 조직을 떠나는 젊은 경찰관을 붙잡을 방안이 없다"고 호소했다.
아울러 소방청이 소방관들의 출동 가산금 인상을 추진하는 등 근무환경을 개선하고 있다는 소식도 알려지면서 "왜 경찰 지휘부는 아무 것도 안하나"라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경찰 내부 관계자는 "현재 경찰은 계엄 사태 여파로 경찰 인사까지 미뤄지는 상황이다. 내부 불만은 접수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특히 지휘부가 잇따라 조사받고 기소된 상황에서 근무환경을 개선을 요구할 소통 창구 마저 사라졌다"고 전했다.
[ 경기신문 = 박진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