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범 전 '신문과 방송' 편집장](https://www.kgnews.co.kr/data/photos/20250207/art_17392332223766_d160f7.jpg)
KBS의 한 현직 기자가 지난 1월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 대통령 구속기간 연장 불허··· 여, ‘즉각 석방’···야, ‘즉각 기소’”라는 제목의 기사를 올렸다. 법원이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기간 연장 신청을 불허하자, 여야가 엇갈린 입장을 내놨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근무 중에 자사(KBS) 기사를 보다가 기겁을 했다”며 “(보도책임자가)기계적 중립을 지킨다며 탄핵 찬반 집회를 함께 보여줘야 한다더니...이것은 최소한의 기계적 중립도 아닌 편향 그 자체였다”고 탄식했다. 이어 “전체 기사 1분 54초에 국민의힘 주장 45초, 민주당 주장 38초, 윤석열 대통령측 주장 30초였다”며 “이게 그 잘난 기계적 중립인가?”라고 썼다.
한종범 80년해직언론인협회 상임대표(전 중앙일보 기자)는 유튜브 채널 스픽스의 ‘심각한 탄핵보도 행태’ 특별대담에 출연, 탄핵 세력에 스피커 노릇을 하는 언론의 행태를 강하게 비판했다. 1월 23일 밤 YTN의 ‘국회 독재로 국가 위기 상황···포고령 상징적 의미’, ‘질서유지를 위한 상징적 측면에서 국회에 군 투입’ 같은 기사가 탄핵 세력에 스피커를 빌려준 거나 다름없다고 했다. 붉은색 바탕에 하얀 글씨로 전체 TV 화면의 1/6을 할애한 자막을, 하물며 광고 시간에까지 반복해 전해주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질타했다.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언론보도는 숱한 문제점을 양산하고 있다. 취재원의 말을 검증 없이 전달하는 따옴표 저널리즘과 기계적 균형 보도는 위험수위를 한참 넘어섰다.
‘저널리즘의 기본원칙’이란 책이 있다. 2001년 출판된 이후 2021년까지 네 번 개정판이 나왔다. 저널리즘 교과서다. 국내서도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모든 판을 번역 출판했다. 저널리즘 관련된 책 중 가장 많이 팔렸다. 이 책은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 10가지를 제시한다. 이 시기에 언론인이 수시로 꺼내 되새길 지침이다. 3000여 명의 시민이 참석하고, 300여 명의 기자가 증언한 내용을 수없는 공개 포럼과 심층 인터뷰를 거쳐 도출한 원칙이다. 핵심 세 가지만 적용해도 KBS와 YTN 보도가 무엇이 문제인지 보여준다.
저널리즘의 첫 번째 의무는 진실 추구다. 진실은 국익에도 우선한다. 내란세력은 국익까지 망가뜨렸다. 다음은 사실 확인이다. 확인에 방점이 찍힌다. 사실은 진실에 찾아가는 하나의 수단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인원’이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고 거짓말을 하면, 그 말을 한 건 사실이지만 진실은 아니다. 세 번째는 포괄적이면서도 사안에 합당한 비중이 반영돼야 한다. 산술적 평균이 아니란 말이다. 도올 김용옥 선생이 말하는 시중(時中)이어야 한다.
균형성과 중립성은 저널리즘의 원칙이 될 수 없다. 주관적이고 모호해서 때로는 진실을 왜곡하는 데 쓰여지기 때문이다. 내란범과 그것을 막아낸 시민들의 의견을 기계적 균형으로 포장하는 것은 결국 내란 세력에 동조하는 것과 같다. 윤석열 정부가 왜 KBS 사장을 무리하게 바꾸고 YTN 민영화에 혈안이었는지를 명징하게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