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방자치단체가 원활한 행사 진행을 위해 수립하는 ‘의전 계획’이 되레 혼선·갈등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각 지자체의 의전 지침과 매뉴얼은 대게 관례에 의해 만들어지고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행사 진행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13일 경기신문이 경기도 31개 시군에 정보공개 청구해 받은 의전 지침·매뉴얼에 따르면 각 지자체마다 고유의 의전서열 기준이 있고 이를 참고해 행사 계획을 수립한다.
주요 내빈의 인사말 유무, 소개 순서, 이동 동선, 좌석 배치 등을 결정하는 의전 계획은 지자체 행사의 원활한 진행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의전 계획을 수립하는 것은 지역 행사를 주최·주관하는 지자체 등 공공기관의 고유 업무이지만 여러 직책에 대해 서열을 정하는 문제로 일부 초청 인사들에 의해 항의를 받는 일이 빈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례로 A 지자체와 체육회 직원들은 지난 2023년 8월 한 체육행사를 진행하던 중 지방의원으로부터 폭언을 듣는 등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
해당 지방의원은 당시 행사에서 인사말을 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며 직원들에게 고성을 지르는 등 강한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기초의회 의원은 이에 관해 “행사 주체와 특성에 따라 의전 기준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보니 의전 서열을 놓고 크고 작은 갈등이 겪는 일이 잦을 것”이라고 말했다.
행정안전부는 의전에 관한 내용을 종합한 ‘정부의전 편람’을 발간하고 있다.
아직 지방정부에 통용되는 의전 가이드라인은 마련돼 있지 않다. 각 지자체는 정부의전 편람을 참고하거나 기존의 관례를 따르는 방식으로 각자 의전서열을 구분하고 있다.
이 때문에 단체장, 지방의회 의장, 각급기관장의 의전서열은 명확하지만 그 외 국회의원과 지역·당협위원장, 일반 지방의원 등에 대해서는 서열 순서가 지자체별로 다르거나 기준이 없는 곳도 있다.
화성시는 ▲단체장 ▲시의회 의장 ▲국회의원 ▲지역·당협위원장 ▲도의원 ▲시의원 등의 순으로 내빈을 소개한다.
양평군은 ▲단체장 ▲군의회 의장 ▲국회의원 ▲도의원 ▲군의원 ▲지역·당협위원장 순이다.
수원시의 경우 정부의전 편람을 기준으로 하며 공적 직위가 없는 인사는▲전직 ▲연령 ▲행사 관련성 등을 고려해 의전 서열을 정하고 있다.
여기서 지역·당협위원장은 국회의원 지역구 책임자로 의원에 당선되지 않은 ‘원외’ 신분일지라도 광역·기초의원(지방의원)들의 공천권을 일부 행사할 수 있는 직책이다.
일각에선 공기관 주최 행사의 의전 간소화 등의 필요성이 거론되는 반면 지자체 주도의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도 제기된다.
이경은 한국지방행정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지자체의 행정 개선을 위해 기존의 시스템을 일괄적으로 표준화하는 것은 과도한 통제로 비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경기신문 = 나규항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