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개자식에게 / 비르지니 데팡트 / 비채 / 412쪽 / 1만 7천8백원
남성 작가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던 폭력과 포르노그래피를 정면으로 다루며 프랑스 문학계에 큰 반향을 일으킨 비르지니 데팡트(56)의 장편이다.
40대 작가 오스카는 어릴 적 동경의 대상이었던 배우 레베카와 마주친다. 그녀와의 만남을 SNS에 올린 오스카는 '아름답던 레베카도 50대가 넘으니 미모는 온데간데 없고 볼품없어졌다'고 폄하하는 글을 올린다.
우연히 오스카의 게시글을 발견한 레베카는 "친애하는 개자식에게"로 시작하는 항의 메일을 오스카에게 보낸다. 몇차례 두 사람이 서로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공방을 이어가던 중 오스카가 도서 홍보 담당자였던 이십대 여성 조에에게 '미투' 고발을 당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오스카는 자신은 무고하다며 "부르주아 여성들이 노동 계급 출신인 나를 공격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서간체 형식으로 여성과 남성, 청년 세대와 기득권 세대, 노동 계급과 부르주아 계급, 미투 고발자와 미투 가해자 등 전혀 다른 상황과 처지에 놓인 이들의 목소리를 1인칭 시점으로 가감 없이 담아낸다.
1993년 장편 '베즈 무아'를 통해 데뷔한 비르지니 데팡트는 성평등 문제를 과감하게 다룬 소설과 논픽션으로 주목받았다. 2010년 소설 '아포칼립스 베이비'로 르노도상을 받았다.
◇ 안녕, 우리 / 심아진 / 상상 / 252쪽 / 1만 4천400원
"기대기에 너무 쉬운 양극단만이 우리 생의 자리는 아니지 않느냐"
김용익소설문학상, 백릉 채만식문학상, 창비 좋은 어린이책 대상을 수상한 작가 심아진은 신작 소설 '안녕 우리'를 통해 선과 악처럼 이분법으로 정의할 수 없는 다채로운 인간상을 묘사한다.
작가는 선악의 회색지대에 위치한 존재를 소설에 등장시켜 인간의 본질에 대해 사유하는 한편 실제에 있을 법한 인물들을 소설 속에 구현한다.
'불안은 없다' 편에 등장하는 한 번에 여러 여자를 만나는 남자라든지 '혹돔을 모십니다' 편에 등장하는 양면적 모습을 지닌 외국인 노동자는 올바른 사람이라고 평가되기 힘든 인물들이다.
소설가 구병모는 '안녕, 우리'에 대해 "속도의 시절일수록, 우리에게는 그것을 지연시키는 해학의 묘가 필요하다"며 심작가의 소설에서 "그것을 발견했다"고 평하고 있다.
소설 '안녕, 우리'는 실제에 가까운 인물들을 옴니버스 영화처럼 독립된 짧은 이야기를 주제나 인물로 연관성 있게 구연하면서 독자들에게 인간 존재가 정의되는 기원에 대해 고민하게 한다.
[ 경기신문 = 우경오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