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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불온한 영화를 위하여... 영화 평론가 오동진 '시대정신'을 담다

영화는 보는 것이 아니라 읽는 것

 

◇불온한 영화를 위하여 / 오동진 지음 / 썰물과밀물 / 440쪽 / 1만6200원

 

영화는 감독이 어떤 의도로 제작을 하든 관람하는 개인의 생각과 관점에 따라 의도를 완전히 이해하거나 또 전혀 다르게 이해할 수도 있다. 누구는 영화를 단순한 유희 따위로 취급하는가 하면 또 누군가는 영화를 통해 세상을 보기도 한다. 심지어 한편의 영화로 인생이 바뀌는 경우도 있다. 그런 점에서 어떤 영화를 두고 이러쿵저러쿵 판단하는 것은 순전히 관객의 몫이며 감독은 자신의 의도를 관객에게 강요할 수 없다.

 

영화평론가 오동진의 신간 '불온한 영화를 위하여'는 제목만 보면 나쁜 영화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는 책일거라 판단할 소지가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좋은 영화와 나쁜 영화를 구별하는 책이 아니다.  '불온한 영화를 위하여'는 오랜 시간 영화 평론가로서 글을 써 온 오동진 평론가가 영화 속 감독이 숨겨놓은 숨은 그림을 찾아 현시대에 비춰 발견한 그의 남다른 시대정신이 담겨 있다.

 

작가는 지난 2년간 봤던 수많은 영화들 속에서 비틀어진 현대 사회의 민낯과 봉건적 사고에 갇힌 사람들의 고정관념 등에 대해 이야기한다. 또 자본주의적 번영과 풍요 속에 살면서도 오히려 결핍과 빈곤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의 삶에 대한 근본적 문제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기도 한다. 그는 오랜 시간 기자와 평론가로서 남다른 시각으로 영화 속 숨겨진 언어를 찾아 여러 매체를 통해 관객들과 소통해 왔다.

 

예를 들어 영화 ‘다음 소희’는 한국식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집으며 시대는 변했지만 여전히 다른 형태로 사람을 소외시키는 21세기형 노동 소외에 대해 논한다. 해외 영화 ‘패닉 런’을 얘기하면서는 가장 안전해야 할 학교가 테러의 현장으로 돌변해 안전지대가 없는 ‘위험사회’에 대해 경고한다. 또 영화 ‘카터’는 영화 자체보다 거대 자본 넷플릭스가 종 다양성을 해쳐 영화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평론가인 그에게 “영화는 보는 것이 아니라 읽는 것”이다. 그에게 영화는 단순히 보는 차원을 넘어 탐독의 대상이 됐다.

 

이 책은 그가 지난 2년간 본 영화를 평론한 수많은 글 중 일부를 담고 있다. 평론가로서 4권의 영화 평론서와 영화 여행 에세이 1권을 낸 그는 자신의 글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 심지어 자기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까지 영화라는 전선에서 힘겹게 싸워온 동지라고 말한다. 그만큼 그에게 영화는 열 손가락 깨물어 아프지 않은 자식과 같은 존재란 뜻일 것이다.

 

그는 자기 글의 기초를 끊임없이 ‘시대정신’을 추구하는 데 있다고 한다. 그것이 없이는 한 줄의 글도 쓸 수 없다는 평론가 오동진. 이 책의 제목이 굳이 ‘불온한 영화를 위하여’가 된 이유도 바로 ‘오동진의 시대정신’이 이 글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일 것이다.

 

[ 경기신문 = 우경오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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