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죄, 유죄, 무죄. 지난해 말부터 있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형사재판 결과다. 그에게 유죄가 선고되면 국민의힘은 환호를 질렀다. 반면 무죄가 선고되면 어김없이 잘못된 판결이라며 악다구니를 부렸다. 판사 개인에 대한 색깔론 공격도 이어졌다. 아니나 다를까 윤상현 의원은 "좌파 사법 카르텔의 뿌리가 어디까지 뻗어 있는지 걱정스럽고 참담한 마음"이라며 재판부를 공격했다.
그런데 이재명 대표의 재판은 아직도 첩첩산중이다. 대장동·위례동·백현동·성남 FC 재판, 위증교사 항소심, 대북송금 사건,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등, 이들 재판이 모두 마무리되려면 앞으로도 최소한 3~4년은 족히 더 걸릴 것이다. 물론 조기 대선 변수가 있기는 하지만, 우리나라는 계속해서 이재명 대표 재판 선고에 따라 들썩거려야 할 듯하다.
그런데 이재명 대표의 재판 결과에 따라 각 정당이 입장을 내고 개별 의원들이 성토하고 모든 언론이 도배하듯 기사를 쏟아내는 현상은 분명 정상은 아닐 것이다. 사법부의 판단이 있으면 이를 존중하고 받아들이면 될 일이지 이렇듯 온 나라가 들썩이는 것을 그 누가 정상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이렇듯 온 나라가 괴이한 현상에 빠진 데는 검찰과 사법부의 신뢰 상실이 크다. 검찰의 수사를 못 믿으니, 사법부가 무죄를 선고해 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것 아니겠는가? 사법부의 신뢰가 바닥에 떨어졌으니, 유죄든 무죄든 그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일 테다. 그런데 이렇듯 검찰과 사법부의 신뢰가 바닥에 떨어진 데는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 탓이 크다. 일찍이 야당 지도자가 수사기관의 표적이 되어 사냥하듯 탈탈 털린 사례는 없었다. 야당 지도자가 한 주에 4일씩 재판에 출석해야 하는 사례도 없었다.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인 윤석열 정부의 검찰은 마치 이재명을 죽이는 것이 사명인 양 그와 그의 가족을 수사했다. 수백 건이라는 압수수색영장은 이제 세기도 불가능한 수준이 되었다. 반면 윤석열과 그의 부인 김건희에 대한 수사에는 한없이 인자했다. 압수수색은커녕 소환조차 하지 않았다. 마지못해 조사한 것이 검찰이 불려 가 조사를 한 것인지 받은 것인지 알 수 없는, 소위 콜검 조사였다. 이쯤 되면 검찰을 신뢰하는 것이 불가능한 수준 아니겠는가?
사법부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대한민국 형사소송법 70여 년 역사 중 단 한 차례 있었던 결정이 내란수괴 윤석열에게 발생했다. 그 결과 윤석열은 모든 국민이 생방송으로 보는 앞에서 군을 동원해 국회를 침탈하고도 개선장군인양 유유히 구치소를 걸어 나왔다. 헌법재판소가 파면을 선고하지 않고 버티는 바람에 윤석열은 여전히 대통령의 지위를 누리고 있다. 법원이 내란수괴를 풀어주고 대통령직을 유지시키고 있는 작금의 사태를 바라보며 과연 사법부를 신뢰할 수 있겠는가?
이러한 검찰과 사법부의 틈바구니에서 이재명 대표가 아직도 살아있는 것이 오히려 신기할 정도다. 그렇기에 그의 정치적, 생물학적 생존이 검찰과 사법부 개혁의 밀알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