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페이크 기술을 악용한 성범죄의 심각성이 대두되고 있지만 정작 재판에 넘겨진 가해자 중 절반이 집행유예에 그친 것으로 확인돼 충격이다. 딥페이크 성범죄는 2019년 ‘N번방 사건’을 계기로 사회적으로 공론화됐고, 이후 꾸준히 증가해왔다. 눈에 보이지 않는 피해가 드러난 피해의 수십 배는 될 것으로 유추되는 이 독버섯 범죄는 반드시, 그리고 신속히 제거돼야 한다. 철저한 예방과 강력 처벌, 유효한 교화대책만이 그 해답이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여성연구 2025년 1호’에 실린 ‘딥페이크 성범죄 실태’ 논문에 따르면 2020년 6월 25일부터 지난해 10월 15일까지 전국 법원의 1심 판결문 152건을 분석한 결과, 가해자 159명 중 절반에 가까운 47.17%(75명)가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실형은 42.77%(68명), 벌금형은 6.92%(11명)로 집계됐으며, 무죄나 선고 유예는 3.14%(5명)였다. 집행유예 사유로는 ‘초범’(69명)과 ‘동종 전과 없음’이 주로 고려된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자는 152건 중 98.7%(150건)가 여성으로, 남성 피해자는 단 2건에 그쳤다. 가해자는 총 159명으로, 이 중 15.09%(24명)가 미성년이었다. 지인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40.25%(64명)로 가장 많았고, 연예인은 25.78%(41명)였다. 특히 친밀한 관계(전 애인·애인) 피해자는 6.92%(11명), 아동·청소년 연예인은 5.66%(9명)으로 집계됐다.
연예인 피해자는 텔레그램 채팅방에서 유포되는 경우가 많았다. 가해자의 88.68%(141명)는 성폭력처벌법을 적용받았고, 청소년성보호법(44.65%), 정보통신망법(35.22%) 등이 뒤를 이었다. 실형 선고 시 형량은 6개월에서 12년까지 다양했으며, 벌금형은 1000만 원 미만 수준이었다.
지난 2019년 ‘N번방 사건’ 직후 우리 국가사회는 일대 혼란이 일어났다. 엄청난 후유증과 함께 백가쟁명식 대책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이후에도 ‘서울대 딥페이크 사건’, ‘목사방 사건’ 등 새로운 형태로 범죄행위가 지속되고 있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 AI와 생성형 챗봇(ChatGPT 등)의 발전으로 딥페이크 기술이 대중화되면서 위험성은 더욱 높아졌다. 전문가만이 가능했던 영상 합성 기술이 이제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하나로도 쉽게 구현된다.
문제는 청소년들이 범죄를 일으키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24년 딥페이크 성범죄로 검거된 682명 중 10대 이상이 무려 80%에 달했다. 청소년들은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채 단순한 호기심이나 장난으로 성착취물을 제작하고 유포하는 경우가 많다.
신속한 피해물 삭제와 법적 대응을 선도할 정부의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디성센터)의 운영을 내실화하는 작업부터 단행해야 한다. 관련 예산이 삭감, 감소, 동결된 상태라는 건 중대한 문제다. 지난해 법 개정을 통해 지자체도 디성센터를 설립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 만큼 각 지자체는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피해자 지원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 디지털 성범죄 예방 교육, 수사기관의 전문성 강화, 관련 법률 개정 등도 병행돼야 한다.
범죄자들에 대한 처벌 및 교화를 강화하는 일 또한 대단히 중요한 개선책이다. 철없는 아이들의 장난이라고 치부하기엔 그 폐해가 너무나 참혹하다. 피해자들은 평생 씻지 못할 수치심과 억울한 마음을 품고 살아가야 한다.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이는 명백한 범죄이며 피해자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 수 있다는 엄중한 현실을 깨우치는 일이 시급하다. 아이들의 범죄라고 사법부가 느슨하게 대응하고 있는 건 아닌지 엄중히 되돌아볼 일이다. 장난으로 던진 돌이라도 개구리가 잘못 맞으면 죽는다. 일벌백계의 정신으로, 엇나가는 아이들이 바른길을 찾도록 해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