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배구 여자부 인천 흥국생명이 각종 역경을 딛고 6년 만에 통합우승이자 통산 5번째 챔피언에 등극했다.
흥국생명은 8일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벌어진 도드람 2024~2025 V리그 챔피언결정전(5전 3선승제) 5차전서 대전 정관장과 풀세트 혈투 끝에 세트 점수 3-2(26-24 26-24 24-26 23-25 15-13)로 이겼다.
흥국생명은 챔프 5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시리즈 전적 3승 2패를 거둬 우승 트로피를 번쩍 들어 올렸다. 2018~2019시즌 통합우승 이후 6년 만에 정상이다.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여제' 김연경도 자신의 선수 생활 마침표를 우승으로 찍으며 활짝 웃었다.
자신의 커리어 마지막 경기서 올 시즌 최다인 34점을 뽑으며 흥국생명의 우승에 앞장 선 김연경은 기자단 투표에서 31표를 모두 받으며 챔프전 MVP에 선정됐다. 역대 두 번째 만장일치 챔프전 MVP다.
흥국생명이 올 시즌 통합우승 달성하기까지의 여정은 순탄치 않았다.
흥국생명은 2020~2021시즌 김연경이 합류하면서 막강한 전력을 갖췄고, 유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다.
그러나 팀 주축 멤버인 이재영, 이다영 '쌍둥이 자매'의 학교 폭력 의혹이 터졌다. 결국 '무기한 출장정지' 처분을 받았다.
팀의 핵심 2명이 전력에서 이탈한 흥국생명은 결국 정규리그 1위를 서울 SG칼텍스에게 내줬다. 챔프전에서도 GS칼텍스에 3연패를 당하며 우승 트로피를 놓쳤다.
이후 김연경은 1년 동안 중국에서 활동하다 2022~2023시즌 다시 흥국생명으로 복귀했다. 그러나 2023년 1월 리그 2위를 달리고 있던 흥국생명은 갑자기 권순찬 감독을 경질했고, '감독 권한 침범' 논란이 일었다. 그러면서 김여일 단장도 직에서 물러났다.
이후 흥국생명은 우여곡절 끝에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나서야 정규리그 1위에 올라 챔프전 직행 티켓을 따냈다.
하지만 김천 한국도로공사와의 챔프전에서 1, 2차전을 승리하고도 3~5차전을 내리 패하며 우승 트로피를 품지 못했다. 그러면서 여자부 챔프 역사상 처음으로 역스윕 패를 당한 팀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흥국생명은 지난 시즌 정규리그 2위를 자치한 뒤 플레이오프서 대전 정관장을 제압하고 다시 한 번 챔프전에 올랐다. 당시 흥국생명은 수원 현대건설에게 3연패를 당하면서 우승이 좌절됐다.
그러나 이번 시즌 통합우승을 달성하며 명예 회복에 성공했다.
흥국생명은 올 시즌 우승을 위해 외국인 선수를 모두 교체하며 팀을 재정비했다. 아포짓 스파이커 투트쿠 부르주(등록명 투트쿠)와 아시아쿼터 미들블로커 아닐리스 피치(등록명 피치)를 영입했다.
흥국생명은 2024~2025시즌 개막 후 14연승을 달리는 뛰어난 성적을 거뒀다.
힘들었던 시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투트쿠가 무릎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자 6경기 1승 5패로 부진하며 한때 1위 자리를 내줬다.
투트쿠가 복귀하자 흥국생명은 7연승을 달렸고, 정규리그를 1위로 마쳤다. 그리고 5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정관장을 제압하면서 6년 만에 통합우승을 달성했다.
흥국생명은 우승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이지만 다음 시즌을 위해 새 판을 짜야하는 시점이다.
흥국생명은 9일 "아본단자 감독과는 계약을 종료하고, 새로운 감독을 이른 시일 내에 결정해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명망 있는 외국인 감독들을 중심으로 지휘봉을 맡길 후보 물색에 나선 것이다.
또 김연경이 은퇴함에 따라 선수단 구성도 다시 이뤄져야 한다. 일단 흥국생명은 뉴질랜드 출신 피치와 재계약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통합우승의 1등 공신 투트쿠와 동행 여부는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 및 드래프트(5월 6∼9일·튀르키예 이스탄불)까지 한 달 정도 남아 있어 새 감독 취임 후 결정할 전망이다.
[ 경기신문 = 유창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