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총체적 위기다. 대한민국은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 다시 일어나 도약할 것인가, 아니면 주저앉을 것인가. 6·3 조기 대선을 앞둔 지금, 우리 사회가 마음가짐을 새롭게 해야 할 때다.
무엇보다 정치(政治)가 ‘정치(正治)’해야 한다.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는 헌법 제10조의 정신이 어떠한 상황에서도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 국민의 권익을 보호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일은 아무리 어렵더라도 반드시 지켜져야 할 과제다.
개인이 자유롭고 신바람 나는 정치, 집 안팎이 평안하고 인심이 넉넉한 정치, 이웃 간에 화목하고 갈등이 최소화되는 정치야말로 우리가 꼭 이루어내야 할 새로운 정치다. 정치문화가 바뀌면 사회 분위기도 달라지고, 자연스럽게 국가의 품격과 경쟁력과 이미지까지 높아진다.
지금의 글로벌 세계질서는 그야말로 ‘무한경쟁의 정글’이다. 트럼프와 시진핑이 벌이는 세기의 관세전쟁(tax war)에서도 드러났듯이, ‘열린 국가’든 ‘닫힌 국가’든 자국 이익이 최우선이다.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서라면 영원한 적도, 영원한 우방도 없다. 다민족·다국적·다문화·다인종을 선호하고 초국경 협력과 글로벌 공급망을 강조하다가도, 하루아침에 자민족·자국적·자문화·자인종으로 선회하며 자국 내 생산시설 설치를 강요하는 현실이다. 이러한 변화무쌍한 국제 정세 속에서 현명하게 대응하려면, 보다 넓은 글로벌 안목과 식견이 절실하다.
최근 OECD 국가를 비롯해 대부분의 국가들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자국 밖에 거주하는 국민, 혈통, 후예들과의 긴밀한 관계 맺기다. 우리에게도 글로벌 ‘무한인재전쟁(War for Talent)’ 시대를 맞아, 한국사회에 활력을 불어넣을 새로운 동력이 있다. 1860년대부터 한반도를 떠나 ‘낙지생근(落地生根)’에 성공한 한인 후손들이 전 세계적으로 460만 명이 넘는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해외로 이주한 이들까지 포함하면, 700만 명 이상의 코리안이 세계 곳곳에 ‘작은 대한민국’을 만들고 있다. 이들 중 모국으로 돌아온 ‘낙엽귀근(落葉歸根)’ 동포는 이미 100만 명을 넘어섰다.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주요 열강에 거주하고 있는 다수의 재외동포들은 세계와 대한민국을 잇는 교량자, 역내 충돌의 완충지대, 한류 확산의 발판, 잠재적 인구 보고(寶庫)로서 가치가 날로 재평가되고 있다. 그리고 전 세계 180여 개국에 구축된 글로벌 한인 네트워크는 통일을 지향하는 우리에게 커다란 축복이다.
세계한인의 날 제정(2007), 재외선거 실시(2012), 재외동포청 설립(2023), 재외동포기본법 시행(2023), 제1차 재외동포정책 기본계획 확정(2024), 재외동포교육문화센터 건립 예정(2026) 등은 매우 값진 성과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아직 부족하다. 국적, 혈통, 거주지, 성별, 종교를 초월해 재외동포를 대한민국 미래 성장의 중심으로 적극 포용해야 할 때다. 국민과 동포를 날줄과 씨줄처럼 하나로 엮기 위해서는, 헌법 제2조 ②항의 “국가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재외국민을 보호할 의무를 진다”는 문구를 “국가는 재외동포사회가 모국과 유대감을 갖도록 보호·지원하며, 다음 세대의 교육·사회·문화 발전에 필요한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로 개정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2027 개정교육과정’을 만들 때는 초·중등학교 교육과정의 총론(總論)과 국어, 사회, 도덕, 역사, 수학, 과학, 음악, 미술, 체육, 실과(기술가정), 외국어 등 11개 교과의 각론(各論)에도 ‘재외동포 현상’, 즉 ‘글로벌 시대 한국인의 역할과 가치’를 명확히 기술해야 한다. 또한 우리 사회 곳곳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들을 친구이자 이웃, 동료로 따뜻하게 포용하고, 대한민국 발전을 넘어 거주국 발전과 인류 공동 번영에 기여한 글로벌 코리안들의 발자취를 최대한 빨리 수집, 분류, 전시해 내외 동포 간의 벽을 허물어야 한다. 적어도 이 정도는 되어야 대한민국과 재외동포사회가 심기일전(心機一轉)하여 동반 성장할 수 있다
중국 고전 '도덕경'과 '정관정요'에는 “백성의 마음으로 자기의 마음을 삼는다(以百姓之心爲心)”는 말이 있다. 4월의 봄을 맞아 이 말의 깊은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봤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