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사로운 햇살에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마음이 샘솟는다. 늘 가던 카페나 영화관이 지겹다면 색다른 테마로 가득한 박물관 여행은 어떨까. 농업부터 안보, 지질까지 여행하고 즐기면서 지식까지 얻을 수 있는 경기도 이색 박물관 7곳을 소개한다.

◇ '수원 국립농원박물관'
2022년 12월 개관한 국립농업박물관은 우리 농업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입구에 들어서면 수족관과 식물이 어우러진 아쿠아포닉스 전시가 관람객을 맞는다. 이곳에서는 물고기의 배설물로 식물을 기르는 친환경 순환농법을 실감나게 볼 수 있다. 내부 전시관은 농업의 시작부터 수확, 저장, 가공에 이르기까지의 흐름을 자세히 풀어낸다.
특히 '고민자판기' 체험은 농촌 어르신의 삶의 지혜가 담긴 랜덤 메시지를 제공해 관람의 재미를 더한다. 어린이를 위한 별도 공간도 마련돼 있으며 야외 논밭과 산책로에서는 계절별 농작물의 변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다.

◇ '안성 한국조리박물관'
한국조리박물관은 국내 유일의 조리 전문 박물관으로, 조리 명인들의 기증품과 기록물을 중심으로 꾸며졌다. 1층 전시실에서는 고종황제 시절 도입된 서양요리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으며, 유명 조리인의 손때 묻은 조리도구와 레시피 노트는 조리의 역사와 철학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2층에서는 세계 와인과 커피 문화, 그리고 청와대에서 사용된 대통령 식기를 전시한다. 봉황 문양이 새겨진 식기는 대통령의 취향과 격식을 엿볼 수 있는 소중한 자료다. 부속 요리학교 '에꼴 드 모카'에서는 제과제빵, 양식 조리 등 실습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 '평택 서해수호관·천안함기념관'
서해수호관은 제1·2연평해전, 천안함 피격 사건 등 서해에서 발생한 북한의 도발에 맞서 싸운 해군의 기록을 담은 박물관이다. 전시실에는 당시 사용된 해군 장비, 해전 지도, 장병들의 유품 등이 정돈돼 있으며 전시관 마지막에는 당시 목숨을 잃은 장병들의 유품과 가족들의 편지가 전시되어 있다.
천안함기념관은 2010년 3월 26일 백령도 인근 해상에서 북한 잠수정 어뢰에 의해 침몰한 천안함에 관한 전시관이다. 실제 인양된 천안함의 일부를 야외에 전시해 사건의 충격을 생생히 전한다. 사고 당시의 브리핑 영상과 생존 장병 및 유가족의 증언도 함께 전시되어 있어 교육적 의미가 크다.

◇ '안산산업역사박물관'
안산산업역박물관은 1970년대 농어촌이던 안산이 첨단산업 도시로 탈바꿈한 과정을 기록한 박물관이다. 제1전시장에서는 산업단지 개발 당시의 설계도, 공사 사진, 주요 인물들의 인터뷰 영상이 전시되어 있다. 제2전시실에서는 안산에서 생산된 주요 자동차와 기계류가 전시돼 있는데 특히 새한버스와 3륜 트럭은 어른들에게는 향수, 아이들에게는 신기함을 선사한다.
제3전시실에는 생활 속 전자제품, TV, 카세트 등이 전시돼 있어 관람객이 직접 작동해볼 수도 있다. 인기 체험 프로그램인 '응답하라! 새한버스'는 버스 모형 만들기 수업으로 사전 예약이 필수다.

◇ '포천 한탄강세계지질공원센터'
한탄강 세계지질공원센터는 수십만 년 전 화산활동으로 형성된 한탄강 주상절리 협곡의 형성과정을 중심으로 지질의 세계를 전시하는 공간이다. 1층 지질관에서는 화산암의 종류, 분출 당시 모형, 지층 단면 등을 볼 수 있으며, 드론 촬영 영상과 4D 체험 의자를 통해 실제 협곡을 나는 듯한 현장감을 제공한다.
지질문화관은 한탄강 주변에서 살아온 인류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다. 포천 중리와 철원 장흥리 일대에서는 구석기 시대의 석기들이 다수 발견되었다. 특히 1978년 미군 병사가 발견한 주먹도끼는 한탄강 일대가 인류 거주지였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중요한 사료다.

◇ '양주시립회암사지박물관'
이 박물관은 조선 태조 이성계가 후원한 왕실 사찰 회암사의 역사와 유물을 중심으로 구성된 박물관이다. 1층에는 청기와, 금탁, 자기 등 왕실 전용 사찰에서만 볼 수 있는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2층에서는 회암사의 가람 배치와 전각을 미니어처로 구현한 모형, 석조 불상 조각 등이 전시돼 있으며, '360도 다면실감관'에서는 회암사의 전성기를 미디어아트로 감상할 수 있다.
박물관 외에도 회암사지터에는 대형 당간지주, 다인용 화장실터, 부처님 진신사리 사리탑 등 실물 유적이 그대로 남아 있어 함께 관람하면 더욱 생생한 체험이 된다. 주변 잔디광장도 쾌적해 나들이 장소로 적합하다.
[ 경기신문 = 류초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