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예상보다 부진하게 나오면서 연내 기준금리가 2%까지 인하될 수 있을지를 두고 시장과 전문가들 사이에서 논쟁이 격화되고 있다. 기준금리 추가 인하 기대가 커지는 가운데, 그 폭과 속도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실질 GDP 성장률은 전기 대비 마이너스(-) 0.2%로 집계됐다. 시장의 0.1% 성장 전망을 밑도는 수치다. 이에 따라 금리 인하 기대는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현재 기준금리는 2.75%.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인하가 이뤄졌으며, 시장에서는 연내 두 차례 더 인하해 2.25% 선까지 낮아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1분기 역성장 발표 이후, 추가 세 차례 인하로 2.00%까지 낮아질 수 있다는 기대가 점차 커지는 모습이다.
일부 글로벌 투자은행(IB)은 한국의 기준금리가 1%대로 다시 진입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 “성장률 1%도 위태”… 금리 2% 하회 가능성 열어둬야
시장에서는 경기 부양을 위한 통화정책의 추가적 역할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성장률이 1%도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통화 완화 요구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며 “연내 기준금리는 당초 예상보다 더 낮아질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경기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통화정책을 보수적으로 운용하긴 어렵다”며 “재정과 통화의 공조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조기 대선 후 2차 추경이 본격 집행되더라도, 그 효과가 나타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는 만큼 금리 정책이 선제적으로 움직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 “재정 효과 먼저 봐야”…연내 3회 인하 섣불러
반면 기준금리 2% 도달은 과도한 기대라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핵심은 재정 확대 효과의 실효성이다.
정부는 총 13조 8000억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국회를 통과시켜 연휴 이후 집행을 앞두고 있으며, 대선 후 새 정부가 출범하면 재정 확장은 더욱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달 기준금리 인하가 유력하나, 연내 세 차례 추가 인하를 반영하긴 이르다”며 “재정 지출이 경기 회복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지 먼저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과 달리 물가 상승 압력은 낮지만, 금융안정 문제를 고려해 인하 속도는 완만하게 갈 것”이라며 5월과 8월 각각 한 차례 인하를 예상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새 정부가 재정을 통해 경기 대응을 강화할 경우, 한은은 물가와 금융안정을 더 중시하는 방향으로 통화정책을 운영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 금통위 5월 회의가 ‘2% 금리’ 시험대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이달 29일 열리는 회의에서 연내 기준금리 2% 도달 여부를 가늠할 첫 시험대에 오른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3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회의에서 “5월 새 경제 전망을 바탕으로 금리 추가 인하 폭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만일 기준금리가 2%로 내려간다면, 이는 2022년 7월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0.5%포인트 한꺼번에 인상했던 ‘빅 스텝’ 이후 약 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 된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