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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칼럼] 새 교황, 우리 시대의 대변인

 

새 교황이 탄생되었다. 그의 이름은 ‘레오 14세’, 이는 19세기 말 노동자 착취를 고발한 교회 교리의 아버지 레오 13세의 뒤를 이어받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세상의 불평등에 좌절하고 있는 우리들은 벌써부터 그에 거는 기대가 크다. 지난 5월 18일, 그의 행보를 알 수 있는 첫 번째 신호탄이 터졌다.

 

그의 취임식과 그가 집전하는 첫 미사였다. 사도 베드로가 순교한 것으로 추정되는 로마의 성 베드로 성당에서 이루어진 이벤트였다. 이 성당은 베드로의 것으로 추정되는 뼈가 담긴 상자가 발견된 곳이다. 베드로는 티베르 강 오른쪽 강변에 있는 네로의 서커스에서 십자가에 못 박혔다. 성 베드로 성당에는 또 다른 보석이 있다. 그것은 1498년 로마 주재 프랑스 대사가 의뢰한 미켈란젤로의 피에타이다. 흰색 대리석으로 제작된 이 조각품은 구겨진 주름장식이 아주 인상적이다.

 

이곳 광장에서 레오 14세는 두 가지 상징적인 물건을 수여받았다. 하나는 예수님의 상처와 선한 목자의 상징인 양털 천으로 된 띠, 다른 하나는 성 베드로의 모습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어부의 반지’로, 교황의 영적 권위를 상징하고 ‘사람을 낚는 어부’로서 그리스도의 부르심을 떠올리게 하는 상징물이었다. 그리고 의식의 세 번째 순서인 ‘순종의 의식’에서는 12명이 새 교황에게 순종을 맹세하였다. 이어 그는 동방 교회의 총대주교들과 함께 대성당 중앙 제단 아래 있는 성 베드로 무덤으로 내려가 경의를 표하였다.

 

정오가 되자 레오 14세는 첫 미사를 진행하였다. 이는 교황과 사도 베드로의 역사 속 인연을 상기시키는 매우 상징적인 의식으로 우크라이나와 미얀마 분쟁의 해결과 가자 지구 주민들을 위한 여러 가지 호소문이 포함되었다.

 

레오 14세는 “저에게 맡겨진 사명을 시작하면서 여러분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인사드린다”라고 말문을 연 후, 최근 몇 주간 일어난 프란치스코 교황의 죽음과 자신이 선출된 콘클라베를 돌아보며 본인은 “공로 없이 두려움과 떨림으로 선택되었다”라며 지극히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이어 그는 자선과 선교를 위해 봉사해야 하는 교회의 사명에 대해 설명하였다. 운집한 25만 명의 청중들은 이에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냈다. 교황은 또한 ‘지금은 사랑의 시간’이라고 힘주어 말하며 교회가 평화를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을 촉구하였다. 그는 가톨릭이 신자들만을 위한 교회가 아니라 모든 이를 포용하는 교회로 거듭날 것을 촉구하였다.

 

교황은 J.D. 밴스 미국 부통령을 비롯한 수많은 외국 지도자들 앞에서 자연을 착취하고 가장 적은 자원을 가진 사람들을 외면하는 지금의 경제를 규탄하였다. “우리 시대는 지구의 자원을 착취하고 가장 가난한 사람들을 소외시키는 경제 패러다임으로 말미암아 증오, 폭력, 편견이 난무하고 상대방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한 불화와 상처가 여전히 너무 많습니다.” 페루의 빈곤 지역에서 20여 년 동안 사목 활동을 하며 손수 체험한 교황 자신의 절절한 절규였다.

 

그는 교회의 일치를 강조하고 지배, 종교적 선전, 권력 수단으로 다른 사람을 가두는 것이 아니라 자선을 베풀어야 한다고 호소하였다. 이 날 새 교황은 14억 가톨릭 신자의 영적 지도자일 뿐만 아니라 혼란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대변인임에 손색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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