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중흥그룹의 계열사 부당지원 행위에 대해 대대적인 제재에 나섰다.
공정거래위원회는 9일 중흥건설을 비롯한 중흥그룹 6개 계열사에 총 180억 21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핵심 지원 주체인 중흥건설을 검찰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이번 제재가 '자금보충약정'을 통한 총수 일가 사익편취에 대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과징금 부과 대상은 ▲중흥건설(90억 4900만 원) ▲중흥토건(35억 5100만 원) ▲중흥에스클래스(5억 900만 원) ▲중봉산업개발(1억 2200만 원) ▲브레인시티PFV(42억 6300만 원) ▲모인파크(1억 7400만 원) ▲송정파크(3억 5300만 원) 등 총 7개사다.
공정위 조사 결과, 중흥건설은 2015년부터 올해 2월까지 총 24건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및 유동화 대출에 대해 무상으로 연대보증 및 자금보충약정을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신용보강 규모는 총 3조 2096억 원에 달한다. 대상 사업은 모두 중흥토건 등 계열사들이 시행하고, 중흥토건이 단독 시공하는 사업이었다.
문제는 중흥건설이 그룹 내에서 당시 유일하게 신용등급을 보유한 회사였다는 점이다. 공정위는 "사실상 정상적인 금융 거래로 보기 어렵다"며 "총수 2세의 경영권 승계 및 계열사 부당 지원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됐다"고 지적했다.
중흥토건은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의 아들 정원주 부회장이 100% 지분을 보유한 회사다. 지난 2007년 지역 건설사를 인수한 뒤, 내부거래에 의존해 급성장했다. 자체 신용으로는 대형 개발사업 추진이 어려운 상황에서, 중흥건설의 신용을 빌려 약 2조 9000억 원의 자금을 조달해 경쟁사 대비 유리한 조건을 확보했다.
이러한 지원에 힘입어 중흥토건은 2014년 시공능력평가 순위 82위에서 2023년 16위로 급상승했고, 대형 사업 성공을 발판 삼아 2021년 대우건설 인수에 나서며 그룹 핵심사로 부상했다. 같은해 그룹은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되며 정 부회장의 승계 구도가 완성됐다.
정 부회장은 이번 과정을 통해 배당금 650억 원, 급여 51억 원 등 사적 이익을 취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공정위는 "직접적 증거 부족"을 이유로 정 회장과 정 부회장에 대한 고발은 제외했다.
최장관 기업집단감시국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 브리핑에서 "대규모 부동산 PF 개발 시 이용되는 신용보강 수단인 '자금보충약정'을 총수일가 사익편취 및 부당지원행위로 제재한 최초 사례"라며 "신용보강 행위가 형식·명칭을 불문하고 정상적인 거래 관행에서 벗어나 특정 계열회사를 지원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경우 법 위반에 해당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하였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조치는 무상 신용보강 제공과 같은 지원 행위를 통해 동일인 2세 회사를 성장시키는 방법으로 경영권을 승계하고, 이 과정에서 중소사업자들의 시장 진입 및 경쟁 가능성을 저해하는 등 공정한 거래 질서를 훼손한 행위를 적발·제재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했다.
[ 경기신문 =오다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