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대 이재명 대통령이 탄생했다. 국민 대다수가 가짜뉴스로 치부했을 정도로 뜬금없었던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이 선포 날로부터 정확히 6개월 만이다. 친윤 성향의 조선일보를 비롯한 보수언론들도 초기에는 반대입장이었다.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언론보도에 이상 조짐이 나타났다.
언론비상시국회의(언시국)가 6개월 동안 8차에 걸친 성명으로 언론의 일탈을 감시했다.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국민의힘 의원들의 반대로 부결된 후 지난해 12월 9일 발표된 첫 성명은 “언론인 여러분, 역사의 죄인 말고 ‘역사의 증인’이 되어 주십시오”였다. ▲내란을 다루면서 객관·중립이라는 허상에 빠지지 말고 범죄의 본질을 파헤치는 데 주력해 달라 ▲진영 논리와 자사 이기주의에 휘둘려 여론을 호도하지 말아 달라 ▲정파의 관점이 아니라 반드시 시민의 관점, 헌법 수호의 관점에서 취재와 보도를 해 주길 당부했다. 베테랑 언론인들의 우려가 담겼었다.
객관보도라는 이름으로 내란 세력의 괴변을 그대로 받아쓰고, 균형보도라는 이름으로 극우집단의 탄핵 반대집회를 탄핵 집회와 등가로 보도하는 일이 벌어졌다. 급기야 생각이 치우치지 않는 사람들의 목소리라며 “‘윤석열과 이재명 둘 다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칼럼들도 등장했다, 1월 초엔 “‘언론계의 내란 수괴’ 조선일보도 탄핵 대상이다”. 5월 말엔 “‘내란 종식’ 본질 외면하는 ‘경마식 대선 보도’ 언론을 파면한다”는 성명이 이어졌다. 6개월간 여덟 번에 걸친 언시국 성명은 말 그대로 저널리즘의 나침판이었다.
매일경제신문 김세형 논설고문은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재명 정부 첫 3일 보낸 신호음’이란 글에서 대법관 정원을 늘리는 법안에 대해 ‘남미 독재국가들이나 한 수법’, ‘김민석, 강훈식은 무난한데 이종석은 친북 성향’, 트럼프의 당선 축하 전화가 늦은 건 ‘좌파 대통령이란 미국 언론의 평가 때문’, 내란, 김건희,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선 ‘한덕수 최상목을 처벌하겠다는 정치보복 특검’이라고 했다. 경제를 어떻게 회복시킬지 How가 없다고 폄하했다. 3일 된 대통령에 대한 평가였다. 4월 19일 ‘한덕수 대망론’이란 그의 기명 칼럼에선 한 총리를 ‘국가 위기에 실무에 밝은 안정감, 일관성을 갖춘 성실한 엘리트, 트럼프보다 젊고 주말이면 1500m 수영을 한다’고 했다. 반면, 이 후보는 ‘국내파에 미·일에 소원하고 친중 발언 많이 했고, 숱하게 말을 바꿨다“고 했다. 언론의 탈을 쓴 저주였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민주권정부’를 선거기간 내내 강조했다. ‘문민정부’, ‘참여정부’가 그렇듯 캐치플레이즈는 시대정신을 담고 있다. 계엄이 국민주권을 그만큼 유린됐다는 반증이다. 기본을 곱씹어 보게한 계기이기도 했다.
언론은 어떤가? 민주주의 국가에서 ‘언론자유’는 지고한 가치로 자리매김돼 왔다. 언론자유의 근원을 따져볼 적기다. 사기업인 언론사의 언론인에게 언론자유를 부여하는 건, 국민이 맡긴 알권리를 대행해 준다는 공적 가치가 내재해 있기 때문이다. 언론자유가 언론사의 이익, 언론인의 사적 편익을 위한 도구로 사용돼왔다는 점도 부인하기 어렵다. 지극히 당연한 신문의 편집권 방송의 편성권 독립은 날이 갈수록 위축돼가고 있다. 국민주권이 언론계에선 수용자 주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