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권이 발의한 국가수사위원회 설치 법안을 두고 경찰 내부에서 강한 우려가 제기됐다. 수사기관의 독립성을 훼손하고 수사의 공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주장으로, 일각에서는 ‘제2의 경찰국’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공수처 역시 법 체계와 배치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1일 국무총리실 산하에 국가수사위원회를 설치하는 내용을 담은 ‘국가수사위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검찰개혁 4법 중 하나로, 기존 중대범죄수사청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조정·감독하는 기구를 신설하는 내용이다.
법안에 따르면 국가수사위원회는 감사와 감찰, 수사 사건의 적법성·적정성 점검, 불송치 사건 이의신청 조사, 수사담당 공무원 감찰 및 감찰요구 등의 권한을 가진다. 사실상 모든 국가 수사기관을 상급 기구가 통제하는 구조로, 수사권 독립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경찰 내부에서는 이 법안이 윤석열 정부 시절 행정안전부 산하에 신설된 ‘경찰국’ 사태의 재현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당시 경찰국은 총경 이상 인사권을 통제해 경찰 내부의 거센 반발을 불러왔고, 수사 중립성 논란도 이어졌다.
특히 경기남부경찰청은 과거 이재명 대통령과 배우자 김혜경 씨 관련 사건, 최근에는 양평고속도로 특혜 의혹 수사 등 정치적 파장이 큰 사건을 다수 다뤘다. 경찰 안팎에서는 이 같은 주요 수사들이 향후 국가수사위의 영향권 아래 놓일 가능성에 긴장하는 분위기다.
한 경찰 관계자는 “수사는 정치와 무관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야 한다”며 “외부 기구가 수사기관을 통제하는 구조 자체가 공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 경찰국 신설 당시 거센 반발이 있었던 이유와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경기남부청이 경기도청 법카 유용 사건을 수사할 당시 여야 양측의 압박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수사기관은 원래도 정치적 압박에 노출돼 있다. 그런데 국가가 제도적으로 개입하게 되면 정치 경찰 시절로 되돌아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가수사위의 통제 대상에 포함된 공수처 역시 유보적 입장을 드러냈다. 오동운 공수처장은 지난 17일 기자간담회에서 “공수처는 대통령 지시로부터도 독립된 기관으로, 국가수사위 법안은 공수처법과 충돌하는 측면이 있다”며 대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 경찰학과 교수는 “아직 국가수사위가 실제로 설치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구체적 영향을 단언할 수는 없다”면서도 “수사기관 위에 또 다른 통제기구가 놓이는 구조는 본질적으로 정치 개입 통로가 될 수 있다. 피해는 결국 국민이 입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 경기신문 = 박진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