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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기고] ‘먹튀’ LH, 공기업 자격이 있는가?

인천시의회 행정안전위원회 신동섭 의원

  • 등록 2025.06.22 13:15:51
  • 14면

 

이달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인천 청라국제도시에서 약 2조 3300억 원의 개발이익을 올리고도 단 1원의 재투자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지역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개발 혜택은 쏙 빼먹고, 공공의 책임은 외면한 채 떠나는 ‘먹튀’ 논란에 인천시민은 깊은 허탈감과 분노를 느끼고 있다.

 

LH의 해명은 간단하다.

 

“당시 사업은 관련 법령이 개정되기 전에 승인된 것이므로, 개발이익 환수 대상이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이 논리대로라면 법 개정 시점 이전에 착수한 사업은 아무리 막대한 이익을 남겨도 지역에 한 푼도 돌려주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법적 요건만 충족하면 모든 도의적 책임은 무시해도 되는 걸까.

 

공공을 내세우는 공기업이 내놓은 답변치고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을 만큼 궁색하다. LH는 단순한 건설회사가 아니다. 한국 유일의 종합적인 국토개발․공공주택 공급 공기업으로, 국가로부터 막강한 행정적․제도적 권한을 부여받고 있다.

 

이처럼 막강한 지위를 바탕으로 공공택지 지정, 강제 수용권 행사, 개발부담금 면제 등 민간기업은 상상도 못할 특혜를 당연한 듯 누린다.

 

청라국제도시만 보더라도 토지수용 단계부터 기반 시설 조성, 공동주택 분양까지 모든 흐름을 LH가 주도했다. 쉽게 말해 국가가 깔아준 ‘트랙’ 위에서 뛰면서 사기업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이익만 챙기고 책임은 지지 않겠다는 발상은 공공기관으로서의 자격을 스스로 포기하는 셈이다. 문제는 이 사안이 청라 한 지역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현재 전국 곳곳에서 LH는 공공주택단지, 산업단지, 도시개발사업 등을 전개하고 있다.

 

이런 사업들의 본질은 수익 창출이 아니라 국가균형발전과 서민 주거 안정,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공공성에 있다. 그런데 사업이익은 전부 중앙의 회계장부로 들어가고 개발로 인한 교통체증, 교육격차, 기반 시설 부족 등은 모두 지역 주민이 감당해야 한다면 그 누구도 이를 공공개발이라 부르지 않을 것이다.

 

청라는 인천 내에서도 상대적으로 기반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이다. 지하철 연장, 공공의료시설 유치, 문화 인프라 확보 등 산적한 숙제가 많다. 이런 현실을 외면한 채 2조 원이 넘는 개발이익만 회수하고 아무것도 남기지 않은 것은 지역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공기업의 사명을 저버린 행위다.

 

게다가 산업부 유권해석에 따르면 이 사업도 개발이익 환수 대상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한다. 즉, 법적으로도 환수의 여지가 있는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LH는 이를 모호한 해석에 기대어 사회적 책무를 회피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기업은 이익을 추구한다.

 

그러나 공기업은 다르다. 특혜를 받았기에 공공성을 실현해야 하고,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만큼 사회적 책임도 져야 한다.

 

‘공공성’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사업이 결과적으로 지역사회를 소외시키고 중앙에만 이득을 몰아준다면,그 누구도 납득하지 못할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얄팍한 법 논리가 아니라 책임 있는 자세다. LH가 청라국제도시에서 거둔 천문학적 이익은 단순한 수치가 아니다.

 

그 속에는 원주민의 토지, 시민의 인내, 지역사회의 기대가 담겨 있다. 그것을 ‘합법’이라는 말 한마디로 무시하고 떠나는 건 공기업의 존재 이유를 뒤흔드는 일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LH는 청라 지역에 대한 사회적 환원을 즉각 추진해야 한다. 재투자 기준이 애매하다면 자체적인 사회공헌 방안을 마련하면 된다.

 

주민 편의시설 조성, 교통․의료 인프라 확충, 청년 주거지원 등 그 어떤 방식이든 ‘2조 3000억 원의 흔적’은 지역 안에 남아야 한다.

 

이익만 챙기고 책임은 지지 않겠다는 자세로는 더 이상 ‘공공기관’이라는 간판을 유지할 수 없다. 그 자리는 수익을 챙기기 위한 자리가 아니라 공공의 미래를 책임지는 자리다.

 

이제 LH는 선택해야 한다. 공기업의 길을 계속 걸을 것인지, 아니면 특혜만 누리는 사기업처럼 행동할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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