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동산 경기 회복이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연체율이 사상 처음으로 4%대를 돌파했다. 특히 증권사의 브릿지론 연체율은 40%를 넘어서는 등 금융권 전반에 부실 경고등이 켜졌다.
1일 금융위원회는 ‘부동산 PF 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금융권의 PF 대출 연체율과 사업성 평가 결과를 공개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금융권 PF 대출 연체율은 4.49%로, 지난해 말(3.42%)보다 1.07%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금융당국이 PF 연체율을 공식 통계로 공표하기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4%를 넘어선 것이다.
전체 금융권 PF 대출 규모는 120조 1000억 원으로 집계됐으며, 이 중 브릿지론 연체율은 15.1%, 본PF는 2.8%를 기록했다. 특히 증권사의 브릿지론 연체율은 무려 41.3%, 본PF 연체율도 17.8%에 달했다. 금융위는 “대출잔액 감소폭 확대와 계절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PF 연체율이 급등한 가운데, 저축은행과 상호금융 등 제2금융권에서 주로 취급하는 토지담보대출(토담대) 연체율도 28.05%로 매우 높은 수준이다. 토담대는 사업 초기 단계에서 토지를 담보로 제공하는 대출로, 브릿지론과 유사하지만 규제 사각지대에 있어 ‘숨은 부실’로 지적돼 왔다.
국내 금융권 전체의 PF 관련 익스포저(본PF·브릿지론·토담대·채무보증 등)는 3월 말 기준 190조 8000억 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1조 5000억 원 줄었다. 업권별로는 은행 46조 원, 보험사 35조 8000억 원, 저축은행 13조 원, 여신전문회사 22조 6000억 원, 상호금융(새마을금고 포함) 등 43조 5000억 원 수준이다.
올해 3월 기준 제4차 사업성 평가 결과, 경·공매 또는 재구조화가 필요한 ‘부실 PF’ 익스포저는 총 21조 9000억 원으로 전체의 11.5%를 차지했다. 이 중 본PF는 6조 1000억 원, 브릿지론은 3조 8000억 원, 토담대는 12조 원이었다. 이는 지난해 말보다 2조 7000억 원 늘어난 수치로, 부동산 경기 둔화에 따른 신규 연체 증가가 주된 원인이다.
업권별로는 상호금융 11조 3000억 원, 증권 3조 7000억 원, 저축은행 3조 2000억 원, 여신전문회사 2조 3000억 원, 은행 8000억 원, 보험사 7000억 원 순으로 부실 여신이 분포돼 있다. 이로 인해 금융권 PF 대출 중 부실 여신이 차지하는 비율도 12.3%로 전분기 대비 2.0%포인트 상승했다.
금융위는 지난 3월까지 유의·부실우려 등급으로 분류된 PF 사업장 중 9조 1000억 원 규모를 정리·재구조화했으며, 2분기 중 3조 5000억 원을 추가로 구조조정해 총 12조 6000억 원, 전체의 52.7%에 대한 정리 작업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금융위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 회복이 지연됨에 따라 추가 부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금융회사의 건전성 유지를 위해 PF 부실사업장을 상시적으로 점검하고 정리·재구조화를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