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흥 SPC 삼립 시화공장 작업자 사망사고 관련 형사 입건된 공장 관계자 대부분이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30일 수사당국에 따르면 시흥경찰서는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한 공장 센터장(공장장)과 안전관리자, 라인장 등 7명을 지난 15일부터 최근까지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각 한 차례씩 조사를 마쳤다.
피의자들은 이 사건으로 사망한 작업자 50대 여성 A씨의 상급자이자 사고 예방 책임이 있는 이들로, 모두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피의자들은 경찰조사에서 "사망자가 작동 중인 기계 안쪽에 들어갔다가 변을 당했다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았다", "사망자가 왜 기계 안쪽으로 들어가 일했는지 알 수 없다", "평소 근로자 대상 안전 교육을 철저히 하고 있다"는 등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가 사망 직전까지 했던 윤활 작업에 대해서는 "기계에는 윤활유 자동분사장치가 있어 근로자가 직접 윤활유를 뿌릴 필요가 없다", "관련 지시를 한 바 없다"는 등 지금까지 사측이 한 해명과 동일한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경찰은 피의자들의 진술에 모순이 있다고 보고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지난달 18일 사고 기계에 컨베이어 벨트의 원활한 작동을 위해 윤활유를 뿌려주는 자동분사장치가 제기능을 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는 감정 결과를 전달했다. 윤활유 자동분사장치의 오일 호스 위치가 윤활유를 도포해야 하는 주요 구동 부위를 향하지 않고 있는 점 등이 근거였다.
이런 상황에서 A씨는 윤활유가 담긴 작은 용기를 들고 기계 밑으로 기어가듯 안쪽으로 들어가 내부의 좁은 공간에서 윤활유를 뿌리다가 참변을 당했다.
경찰은 사고 기계가 덜컹거리는 경우가 있어 작업자가 윤활 작업을 해야 했다는 참고인 진술 등을 토대로 A씨가 윤활유를 직접 뿌리는 일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아울러 경찰은 공장 내 CCTV 영상을 확보해 분석하는 과정에서 근로자들이 기계 안팎을 드나드는 모습을 다수 포착했다.
이러한 정황이 있음에도 피의자들은 "몰랐다"는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1차 조사 결과 내용을 정리한 뒤 2차 소환 조사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 중인 사안이므로 자세한 진술 내용은 말해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5월 19일 오전 3시쯤 SPC 삼립 시화공장에서 A씨가 컨베이어 벨트에 윤활유를 뿌리는 작업을 하다 컨베이어에 상반신이 끼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뜨거운 빵을 식히는 작업 과정에서 제품이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이동하는데, A씨는 벨트가 잘 돌아가도록 윤활 작업을 하다 변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 경기신문 = 박진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