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에서 전역한지 62년 만에 특등사수 명예를 되찾은 노병이 화제가 되고 있다. 고등학교 졸업식도 뒤로 한 채 18세에 해병대에 자진 입대한 수원 시민 유영유 씨(82)가 최근 열린 해병대 1319기 수료식 행사에서 동행한 아들과 수원시 베테랑공무원, 해병대 교육훈련단과 후배 해병들의 축하 속 패용증을 수여 받은 것이다.(관련기사: 경기신문 1일자 6면, ‘조국 위해 해병 입대한 18세 청년, 62년 만에 되찾은 특등 사수 명예’)
유 씨는 1963년 4월 11일 당시 해병대에 복무 중이던 당시 특등 사수가 됐다. 확인증도 받았다. 그러나 특등 사수에게 주어지는 명예의 상징인 패용증과 휘장은 전역할 때까지 받지 못했다. 지갑 속에 간직돼 있던 “아버지의 자존심 같은 기록”인 확인증을 발견한 아들 유우식 씨(55)는 아버지의 낡은 확인증을 들고 수원시를 방문해 지금이라도 패용증과 휘장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느냐고 문의했다.
이에 수원시 베테랑공무원들이 나섰다. 이성희·김경숙·허준 팀장과 홍승화 민원협력관은 해병대 포항 교육훈련단에 공문을 보내 유영유 씨의 사연을 상세히 설명했다. 공문을 통해 사연을 알게 된 해병대 교육훈련단장도 흔쾌하게 응답, 패용증을 받게 된 것이다. 이제는 80살이 넘은 한 청년의 잃어버릴 뻔했던 명예가 수원시 베테랑공무원과 해병대 교육훈련단의 노력으로 되살아난 순간이었다.
이 장면을 지켜본 아들 유우식 씨는 눈물이 날만큼 감격했다고 밝혔다. “아버지의 잃어버린 청춘을 되찾을 수 있도록 도와준 시청 베테랑 공무원들과 해병대 덕분에 잊혀 질 수 있었던 아버지의 명예가 다시금 빛날 수 있었다”며 “국가를 위한 아버지의 노력이 60년 만에 인정을 받아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수원시 베테랑 공무원들이 업무 경계가 모호한 민원, 담당 부서가 명확하지 않은 복합민원을 사업부서와 소통하며 처리해 주는 행정의 달인들이다. 베테랑 팀장들은 사업부서와 소통하며 민원을 처리하는 ‘원스톱서비스’와 민원 안내 직원이 담당 공원을 호출해 민원인과 연결해 주는 ‘바로민원’ 서비스를 제공한다. 따라서 민원인은 부서를 헤매는 고생을 하지 않아도 된다. 이른바 ‘핑퐁민원’이라고 하는 부서 간 떠넘기기가 사라지고 있다.
수원시는 2023년 4월 공모를 통해 20년 이상 경력의 팀장 이상급 행정에 익숙한 팀장급 공무원 9명을 민원실에 배치했다. 사회복지직, 환경직, 토목직, 건축직, 행정직 등 직렬도 다양하다. 이들은 업무 경계가 모호한 민원, 담당 부서가 명확하지 않은 복합민원을 경청한 뒤 사업부서와 소통하며 매끄럽게 처리해주고 있다. 시민의 입장에서 행정 처리를 조언하는 컨설턴트 역할도 해준다. 사후 만족까지 확인하기 때문에 민원인들의 칭찬이 이어지고 있다.
앞에서 소개한 것처럼 62년 만에 되찾은 특등 사수 명예를 되찾은 사례 외에도 베테랑공무원들이 해결한 민원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공유재산 사용료 납부 관행을 개선하고, 전기차 급속충전시설 설치 걸림돌을 해소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 4월 수원시 호매실장애인종합복지관 앞 장애인콜택시 승강장을 다시 설치한 것도 이들이 노력한 결과다. 지난해 9월 발생한 ‘탑동 화재’로 중상을 입은 주민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 시민안전보험금과 KT&G 기부청원제의 도움으로 치료비를 후원받기도 했다. 시냅스이미징㈜, 이노크린㈜, ㈜드레인필터 등 기업들 애로사항도 앞장서 해결해줬다.
‘복합민원 해결사’라고 불리는 수원시 베테랑공무원제도를 벤치마킹을 하기 위해 수원시를 방문하는 정부 부처, 지방정부, 기관 관계자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행안부는 공직사회 내 적극행정 문화 확산·정착을 위해 지방자치단체별 적극행정 활성화 실적을 점검, 우수 지자체를 선정해오고 있다. 수원시는 지난해 지방자치단체 적극행정 종합평가에서 기초지방정부 중 1위를 차지하며 최우수기관으로 선정됐다. 수원시 베테랑공무원은 타 지방에서도 도입할만한 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