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 성남시 분당구 아파트 시장이 올해 초부터 재건축 기대감과 노후도시 정비 계획을 바탕으로 강남권 못지않은 가격 상승세를 보였지만, 6·27 대출 규제 이후 급격히 위축됐다.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매수자들이 계약을 잇달아 취소하면서 거래량이 한 달 만에 95% 급감하는 ‘거래 절벽’ 현상이 나타났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분당구 아파트값은 올해 들어 6.7% 상승해 송파(11.6%), 과천(10.7%)에 이어 수도권 내 7위 상승률을 기록했다. 정자동 ‘상록마을3단지 우성’ 전용 129㎡는 지난 4월 최고가 대비 1억 7500만 원 오른 23억 7500만 원에 거래되는 등 주요 재건축 단지에서 신고가 행진이 이어졌다.
하지만 정부가 6·27 대출 규제를 강력히 시행하면서 시장 분위기는 급격히 냉각됐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분당구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6월 1300건 수준에서 7월 31일 기준 71건으로 95% 가까이 급감했다. 특히 고가 아파트 매수자들이 대출 제한으로 인해 잔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계약 해제 사례가 속출했다. 삼평동 ‘봇들마을’ 전용 59㎡ 아파트는 15억 원에 계약됐으나 대출 규제 발표 당일 계약이 해제됐다.
성남시는 2차 특별정비구역 선정 방식을 ‘입안 제안’으로 확정, 주민이 직접 정비계획서를 제출하면 시가 평가해 약 1만 2000가구 규모의 재건축 대상지를 선정할 계획이다. 이는 지난해 1차 선도지구 선정 당시 주민 간 갈등과 공모 경쟁 과열 문제를 반영한 조치로, 사업 추진의 투명성과 공공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이다. 그러나 정비구역 지정부터 사업 착수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단기 시장 안정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분당구 아파트 시장은 재건축 기대감과 저금리 환경 속에서 투자 수요가 몰리며 가격이 급등했지만,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 등 금융 환경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며 “이번 규제로 인해 시장에 일시적 ‘유동성 쇼크’가 발생, 거래량 급감과 계약 해제 현상이 나타났지만 이는 건전한 시장 재편 과정으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 경제연구소 연구원은 “한국 부동산 시장의 금융화가 심화되면서 가격 상승이 주로 대출 등 금융 조건에 의존하는 구조가 됐다”며 “따라서 금융 규제가 강화되면 부동산 시장이 단기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고, 이는 투자수요 위축과 실수요 중심의 거래 구조 전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시장에선 현재 급매물이 서서히 나오고 있으나, 매도자와 매수자 간 가격 협상이 팽팽해 당분간 가격 조정 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또한 분당구 내 재건축 사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려, 단기적으론 대출 규제 등 금융 변수와 정부의 부동산 정책 방향이 시장 향방을 결정할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 경기신문 = 오다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