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GB) 해제를 통한 신규 택지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주택 공급 부족에 대응해 5만 가구를 추가 공급한다는 청사진이 구체화되면서, 중장기적으로 수도권 부동산 시장 안정에 기여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6일 국토교통부와 환경부에 따르면 의왕 오전왕곡 공공주택지구의 전략환경영향평가 초안이 지난 21일 환경부에 접수됐다. 공람은 다음 달 22일까지 진행되며 주민 설명회는 15일 예정돼 있다. 전략환경영향평가는 개발계획 시행 전 입지 타당성과 환경 적정성을 검토하는 절차이며, 기후변화영향평가는 대규모 개발이 기후 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는 제도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서울 서초구 서리풀(2만 가구) ▲경기 고양 대곡역세권(9400가구) ▲경기 의왕 오전왕곡(1만 4000가구) ▲경기 의정부 용현(7000가구) 등 총 5만 가구 공급 계획을 발표했다. 총 689만㎡(208만 평) 규모의 그린벨트가 해제된다.
의왕 오전왕곡지구는 전체 면적 187만7795㎡ 가운데 33.7%를 주택건설용지로 활용하고, 상업·도시지원시설 부지도 함께 배치한다. 국토부는 GTX-C노선, 인덕원~동탄선 등 교통 인프라 확충과 인근 의왕고천·백운밸리 개발사업과의 연계를 통해 생활권을 형성할 계획이다.
이번 그린벨트 해제는 수도권 주택 공급난을 완화하는 동시에 지역 경제 활성화 효과도 기대된다. 신규 주거단지 조성은 건설 경기 부양, 일자리 창출, 상권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서울 강남 접근성이 높은 서초 서리풀지구와 GTX 노선과 연계되는 고양·의왕 지역은 ‘교통+입지’ 효과로 신흥 주거벨트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단기적인 시장 안정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 계획에 따르면 분양은 2029년, 첫 입주는 2031년으로 공급이 가시화되기까지 최소 6년 이상이 소요된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당장의 수급 불균형 해소보다는 장기적인 안정 효과가 크다”며 “공급 공백기에는 기존 재건축 단지 등으로 수요가 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계획이 중장기적으로는 수도권 집값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 한다. 공급 신호 자체가 시장 심리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실제 입주까지 시간이 남아 있는 만큼 단기적으로 가격 안정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GTX-C, 인덕원~동탄선 등 광역 교통망이 완공되면 해당 택지는 서울 접근성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며 “이는 수도권 주거 구조를 재편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까지 전략환경·기후변화영향평가 절차를 마무리하고 내년 상반기 공공택지 지정을 완료할 방침이다. 정책적 의지와 교통 인프라 확충이 맞물리면서 2031년 첫 입주라는 ‘주거 안정 로드맵’이 현실화될지 관심이 쏠린다.
[ 경기신문 = 오다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