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겉보기에는 평화롭고 문제없는 듯한 교실도 세심하게 들여다보면 눈에 보이지 않는 선이 그어져 있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끼리 조를 짤 때 특정 학생만 조에 끼지 못하거나, 대화를 나누면서 그 아이와는 눈을 마주치지 않는다. 이름 대신 친구의 별명이나 비하 표현을 쓰는 경우도 있다. 이 모든 행동이 농담처럼, 웃음 속에 섞여 진행되는데, 그 중심에는 분명히 누군가를 배제하는 공기가 흐른다.
예전의 따돌림은 비교적 노골적이었다. 쉬는 시간에 놀리거나, 일부러 어깨를 밀치고 지나가거나, 공개적으로 무시하는 행동이 많았다. 그러나 최근의 따돌림은 훨씬 은밀하고, 겉으로 보기에는 갈등조차 없어 보인다. 단체 채팅방에서 특정인을 제외하거나, SNS에서만 이어지는 대화를 현실에서 일부러 공유하지 않는 식이다. 문제가 겉으로 드러내지 않기에 교사나 부모가 쉽게 눈치채기 어렵지만, 당사자는 매일 같이 외로움과 소외감을 견뎌야 한다.
이러한 침묵의 따돌림이 위험한 이유는 주변 사람들이 그것을 인식하기 어렵다는 점에 있다. 매일 상황을 지켜보는 교사조차 친구들끼리 안 친해서 거리감이 있는 거라고 가볍게 넘길 수 있다. 하지만 관계에서 반복적으로 배제당한 경험은 아이의 자존감에 깊은 상처를 남긴다. 단순한 농담처럼 던져진 말 한마디, 무심한 눈길 하나가 모래알처럼 쌓여 무거운 돌이 된다. 시간이 지나면 아이는 자기 자신이 가치 없는 존재라는 잘못된 믿음을 품게 되고, 이는 성인이 된 후의 인간관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아이들에게 단순히 친구와 사이좋게 지내라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실제 교실에서 모든 학생이 최소한의 관계망을 가질 수 있도록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모둠 활동을 할 때 매번 같은 사람끼리만 묶이지 않도록 조를 구성하거나, 학급 행사를 통해 다양한 친구와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는 장면을 의도적으로 만드는 것이다. 관계가 억지로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상황 속에서 조금씩 연결되는 경험을 주어야 한다.
물론 교사 혼자서는 한계가 있다. 가정과 학교가 함께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 가정에서는 부모가 일상적인 대화를 통해 다름을 존중하는 태도를 심어줄 수 있다. 친구의 실수를 비웃는 대신 도와주는 행동, 다소 어색한 친구에게도 먼저 인사를 건네는 습관은 집에서부터 형성된다. 부모의 말과 행동이 아이의 태도를 결정짓는 중요한 모델이 된다.
교실은 단순히 지식을 배우는 공간이 아니라, 아이들이 사회성을 처음 배우고 실습하는 공동체다. 그 안에서 조용한 배제와 무심한 침묵이 당연시된다면, 성인이 된 후 사회에서도 같은 패턴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교실에서부터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침묵을 깨는 것이다. 교사, 부모, 또래 친구 모두가 괜찮아 보이지만 사실은 괜찮지 않은 작은 신호에 귀 기울여야 한다. 말없이 혼자 있는 아이에게 다가가 말을 걸고, 무심한 듯 스쳐 지나가는 장면 속에서도 배제를 감지할 수 있는 민감성을 키워야 한다. 그렇게 모두가 조금씩 변화를 만들어 갈 때, 교실은 모든 아이들에게 안전하고 따뜻한 공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