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일 미국 조지아주에 소재한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공장 건설 현장에서 기막힌 일이 터졌다. 한국 근로자 300여 명이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에 의해 체포·구금당했으며 일주일 후에야 풀려나 한국에 귀국할 수 있었다. 한미정상회담을 마친 지 2주도 안 지났는데, 미 이민 당국이 한국 공장을 급습하였고, 이를 큰 성과로 홍보하였다. 충격적인 일이었다.
우리 정부가 한미무역 협상에서 미국에 350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합의했으며, 이재명 대통령이 방미 시에도 우리 기업이 추가로 1500억 달러 투자를 발표했다. 트럼프 2기 정부는 출범 후 한국뿐만 아니라 다른 동맹국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였으며, 관세 협상을 빌미로 미국에 투자를 요구했다. 한국기업들이 미국에 대규모로 투자하는 만큼, 트럼프 정부는 우리 기업들이 불편 없이 기업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한국기업이 미국에 공장을 건설하면 대규모 일자리를 창출하게 된다. 이는 미국 국민에 혜택이 가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기업을 표적으로 삼고 범법자로 취급한 미 정부의 행동은 선뜻 이해할 수 없다.
트럼프 2기 정부는 “연간 불법체류자 100만 명을 추방하겠다”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공약을 실천하기 위해 무리하게 단속하고 있다. 한국기업에도 같은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 미국 현지에서 기업환경의 불확실성이 고조됨에 따라 한국기업의 의욕이 떨어지고 있다.
트럼프 정부의 불법체류자 추방 정책은 다분히 미국 내 트럼프 지지 세력을 의식한 국내 정치용 성격이 강하다. 이 정책은 트럼프 정부의 투자유치 전략과 충돌을 일으킨다. 미 정부는 한국기업들에 대해 비자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주어야 한다.
미국 내에서 전문인력을 확보하기 힘들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한국기업이 미국 각지에서 첨단산업 공장을 건설하는데 전문 인력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 근로자들을 훈련하는데 많은 시간과 돈이 든다. 트럼프 정부는 현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조선업의 부활을 도와달라고 이재명 대통령에게 요청했다. 트럼프는 미국 조선업의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미국에 있는 필리조선소 등의 현대화를 위해서는 한국 조선업 전문인력의 지원이 필요하다. 이는 한국기업의 미국 출장이 더욱 잦아질 것이란 뜻이다. 그러나 미국 비자 제도가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과거 바이든 정부는 투자유치를 위해 반도체·전기차·배터리 분야 한국기업에 보조금까지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트럼프 2기 정부는 당근 대신 관세 보복이라는 채찍을 들고 미국에 투자하라고 압박하고 있으며, 비자 문제까지 까다롭게 하여 한국기업들을 힘들게 만들고 있다. 대미 투자가 순조롭게 진행되기 위해서는 비자 문제가 먼저 해결되어야 한다.
이재명 정부는 비자 문제 등 한국기업들이 미국에서 겪고 있는 각종 불편한 점을 수렴하여, 트럼프 정부와의 통상협상을 통해 적극적으로 개선해야 할 것이다. 한국기업들도 글로벌 선두기업으로서 위상을 갖추기 위해서는 미국을 포함한 세계 각지에서 노동법, 이민법 등 현지 법규를 준수하는 모범적인 자세를 보여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