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450원대에서 좀처럼 내려오지 않고 있다. 윤석열 정부 후반이던 지난 4월 1400원을 돌파한 이후, 정국 불확실성과 통화 완화 전환이 겹치며 원화 약세가 굳어졌다는 평가다. 시장에선 “한국이 먼저 긴장감을 풀면서 환율 체력이 무너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행은 2023년 초 기준금리를 3.50%까지 올린 뒤 1년 넘게 동결했으나, 올해 5월 2.50%로 인하하며 통화 완화 기조로 전환했다. 미국이 높은 금리를 유지하는 가운데 한국이 먼저 완화 신호를 보낸 점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로 인해 한미 기준금리 차는 최대 2.00%포인트까지 벌어졌고, 달러 수요가 확대되면서 원화는 약세 흐름을 이어갔다. 외환시장 한 관계자는 “한은의 정책 신호가 바뀐 순간 시장의 환율 방향도 완전히 달라졌다”고 말했다.
증시는 오히려 활황이다. 외국인 매수세가 이어지며 코스피가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원화 가치는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외국인 자금이 국내 주식시장에 유입되고 있음에도 환율이 안정되지 않는 이례적인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주가 지수와 통화가 따로 움직이는 비정상 구간”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실제로 외국인 투자금이 주식으로 들어오면서도 채권에서는 빠져나가는 ‘엇갈린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
국제 시장에서도 원화는 일본 엔화와 함께 약세 통화로 묶이고 있다. 엔·달러 환율이 150엔대, 원·달러 환율이 1450원대에 고착되며 “원화가 사실상 엔화와 같은 디스카운트 구간에 진입했다”는 말이 나온다.
한 외환딜러는 “원화·엔화 모두 정책 신뢰에 대한 부담이 크다”며 “두 통화 모두 금리차 구조가 뚜렷한 만큼 단기 반등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온라인 투자자 커뮤니티와 여론 게시판에서는 “부동산 지키다 환율 터졌다”, “미국 금리 올릴 때 따라갔어야 했다”, “집값은 일부지만 환율은 전 국민 문제”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정책 신뢰가 흔들리자 시장의 불안 심리도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리·부동산·환율 세 가지를 동시에 관리하려다 정책 판단의 일관성이 무너졌다”며 “시장도 방향을 잃은 상태”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환율 반등이 어렵다고 보고 있다. 한 글로벌 운용사 관계자는 “환율의 기준점이 1400원에서 1500원으로 옮겨졌다”며 “통화 정책의 시기와 방향이 환율 체력을 결정짓는다”고 말했다.
현재 한은이 다시 금리 인상 기조로 돌아설 가능성은 낮아, 국내 정책만으로 환율을 안정시키기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결국 원화 흐름은 미국의 통화정책 방향과 글로벌 달러 강세 기조에 달렸다는 분석이다.
미국의 물가 지표가 진정되고 연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질 경우 달러 강세가 완화되며, 원화가 일시적으로 숨통을 틀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 경기신문 = 공혜린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