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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이버도박 검거 1년 새 5천 명…근절책 강화를

청소년 도박 행위자 7153명, 통계에도 안 잡혀

  • 등록 2025.11.26 06:00:00
  • 13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지난 1년 동안 벌여온 사이버도박 범죄 특별단속에 무려 5000명이 넘는 범법자가 검거돼 우리 사회에 만연한 도박 풍토를 여실히 입증했다. 검거된 위법자 중에는 20·30이 절반 이상을 차지해 놀라움을 주고 있고, 특히 7000명이 넘는 청소년들이 도박행위로 적발된 사실은 더 충격이다. 국수본이 앞으로 1년간 특별단속을 연장하기로 한 것은 다행이다. 도박 풍토가 완전히 일소되도록 속도·범위, 깊이를 더욱 확대해 나가기를 기대한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0월까지 진행된 국수본의 사이버도박 특별단속에는 모두 3544건이 적발됐고 도박 사범 5195명이 검거됐다. 이 중 314명은 구속되면서 환수한 도박 수익금은 1235억 원에 이른다. 이 통계는 전년 동기와 비교해 검거 인원은 0.6%, 구속된 인원은 7.9% 증가한 수치다. 
피의자의 연령대는 20대가 25.3%(1514명)으로 가장 많았고 30대 24.9%(1489명), 40대 22.8%(1366명)로 뒤를 이었다. 20·30대만 합쳐도 무려 50.2%에 달하는 수치다. 이어서 50대는 13.4%(800명), 10대 7.0%(417명), 60대 이상 1.7%(306명) 순이었다. 


도박 유형별로 스포츠토토 등에는 주로 20·30대가 다수였고, 게임 기반의 카지노 유형은 20~40대가 고르게 분포한 것으로 분석됐다. 또 오프라인 경기로 유입된 불법 경마·경륜·경정은 40대 이상이 다수를 차지했다.


내용적으로 청소년들의 도박 폐해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 걱정거리다. 경찰청은 지난 1년간 청소년 도박 행위자 7153명을 적발했다. 청소년 도박의 경우 상당수 입건 처리되지 않아 단속 통계에는 잡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범행 정도를 감안해 훈방이나 즉결심판, 청구·송치 등이 결정된다. 경미한 사안은 경찰서에 설치된 선도심사위원회에 회부 처리한다. 당사자나 학부모 동의를 받아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 등 전문 상담기관에 연결해주기도 한다.


청소년 사이버도박 행위가 좀처럼 근절되지 않는 것은 아이들이 상대적으로 사이버 접촉면이 넓다는 특성 때문이다. 경찰은 불법 도박 사이트 접근 차단을 위해 수사 단서 확보 후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에 게시글 등 삭제·차단 등의 요청도 병행 중이지만, 방대한 사이버 세상의 특성 때문에 예방이 효과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 


사이버도박 단속이 어려운 또 다른 이유는 해외에 사이트를 구축해 우리 아이들을 주 타깃으로 24시간 파상공세를 펼친다는 점이다. 올해 캄보디아·중국·필리핀·베트남 등 4개국 사무실 기반 5300억 원 규모의 도박사이트 운영자 등 97명이 검거되고, 필리핀 해외 서버 도박사이트 운영 조직 23명 등이 붙잡혔다. 하지만 이 같은 실적은 범죄 규모에 비하면 ‘창해일속(滄海一粟)’ 수준이다. 국익을 위해 범죄를 고의로 방치하는 일부 저개발 국가들이 골치다. 


도박에 빠진 청소년들의 상황은 더할 나위 없이 심각하다. 임지연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최근 발표한 ‘청소년의 사이버도박 경험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만 13∼19세 청소년 가운데 사이버도박을 직접 해 본 52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2.7%가 “도박 빚을 갚기 위해 인터넷 불법 대출, 고리 사채를 썼다”고 답했다. 불법도박(57.7%), 사기(36.2%), 절도(22.2%) 등 각종 불법 행위를 경험한 사례도 적지 않아 사이버도박의 가없는 폐해를 절감케 한다. 


나라의 미래를 짊어진 아이들이 어둠의 세력이 벌이는 추악한 농간질에 덧없이 희생양이 되는 참상은 하루빨리 개선돼야 한다. 청소년들이 사행심에 찌들어 가는 나라에 무슨 미래가 있을 것인가. 


경찰 등 당국은 청소년을 노리는 불법 사이버도박 사이트에 대한 집중적인 단속과 예방 활동을 펼치는 한편, 중독 청소년들에 대한 충분한 상담과 치료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사이버도박은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독버섯이다. 독버섯은 씨를 말리는 것 말고 다른 대책이 없다. 지금 단계에서 안 하면 영원히 못 할 수도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아직 늦지 않았기를 바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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