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회가 도내 소방공무원들을 위해 ‘경기도 소방심신수련원’에 대한 근거 마련에 나선다는 소식이다. 소방청이 장애 등을 겪는 소방공무원의 치유·회복 지원을 위해 내년 개원을 목표로 소방심신수련원 건립을 추진 중이지만, 건강 이상 신호가 급증하고 있는 시점에 소방청의 시설에만 기댈 수 없는 형편이다. 소방관들의 건강 척도는 곧 우리 사회의 안전 척도와 직결된다. 도의회의 조례제정 움직임은 그 명분과 가치가 충분하다.
소방청이 내년 개원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소방심신수련원은 재난 현장에서 긴급 구조활동으로 인해 정신건강 문제를 겪는 소방공무원의 치유·회복 지원을 위한 시설이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우울증, 수면 장애 등을 겪는 소방공무원들이 급증하고 있는 현실을 생각하면 지방자치단체들이 이 시설 하나를 기다리고 앉아 있는 것 자체가 문제다. 자치 분권 시대에 맞게 각 지자체가 문제 해결에 나서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도의회에 따르면 안계일 경기도의원이 대표 발의한 ‘경기도 소방 심신수련원 설치 및 운영 조례안’이 지난달 28일 입법 예고됐다. 경기도가 전국에서 소방공무원들의 활동 비중이 가장 높은 광역지방자치단체인 만큼 해당 조례제정을 추진, 도내 소방공무원에 대한 지원책으로 경기 소방심신수련원 설치·운영에 대한 근거를 마련하기로 한 것이다.
이번 조례안은 경기 소방심신수련원이 심신 회복 및 치유 지원·교육 및 훈련·휴양 및 문화 공간 제공 등을 골자로 소방공무원들을 위한 사업을 실시하도록 했다. 조례에서 명시하고 있는 심신수련원의 주요 사업으로는 심신 회복 사업, 교육 사업, 가족참여형 치유·화합 프로그램 등이 있다. 여기에 심신수련원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수련원이 자체적으로 전문 휴양시설을 갖춘 외부 기관 등과의 업무협약(MOU) 체결, 관계 기관과의 협력체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했다.
소방청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소방공무원 특수건강진단 결과 매년 절반가량이 건강 이상 판정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방공무원 중 특수건강진단에서 관찰이 필요하다고 진단받은 비율은 2020년 51%, 2021년 47.7%, 2022년 49%, 2023년 48.1%, 2024년 48%다. 건강 이상 소견이 있는 환자까지 합하면 그 비율은 70% 수준을 넘나든다.
건강 이상의 대부분은 직업병과 직무 관련 질병이다. 관찰이 필요한 건강 이상자 중 직업병과 직무 관련 질병 비율은 매년 약 80%를 차지한다. 지난해엔 3만 1997명 중 82.1%인 2만 6279명이 직업병·직무관련질병을 진단받았다.
가장 심각한 분야는 정신건강 문제다. 지난 5년간 자살 소방공무원 수는 78명으로 10만 명당 23.9명 수준이다. 2023년에는 16.5명으로 대폭 감소하는 듯 보였지만 지난해 다시 25.4명으로 증가했다. 외상 경험, 동료 순직 등으로 소방관들의 PTSD와 자살사고 위험이 일반인보다 3.4배 높다는 통계 분석도 있다. 소방공무원 심리상담 사업인 ‘찾아가는 상담실’ 상담 건수는 2020년 4만8026건에서 2024년 7만 9453건으로 5년 새 65% 증가했다.
이 같은 통계는 구조 현장에서 겪는 외상과 트라우마가 소방관의 정신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증거다. 정치권은 선거를 앞둔 시점만 되면 앞다투어 ‘소방관 증원’, ‘소방관 건강 증진대책’ 등 공수표를 쏟아내지만, 감동적인 실질 정책을 펼치는 위정자는 찾아보기 어렵다.
911 소방관의 정신적·신체적 건강을 위해 법적·제도적 지원과 실질적 예방·치료 시스템을 완벽하게 구축하고 있는 미국의 사례를 본받을 필요가 있다. 누가 뭐래도 119는 이제 우리 국민들의 안전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다. 소방관 1명의 건강은 대략 국민 1천여 명의 안전 척도와 직결된다. 건강한 소방관들만이 국민의 건강과 안락한 일상을 담보할 수 있다. 경기도의회가 추진하는 ‘경기도 소방 심신수련원 설치 및 운영 조례안’ 추진은 시의적절하다는 게 여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