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밤의 적막은 오히려 향을 또렷하게 만든다. 찬 공기 속에서 코끝을 스치는 술 내음은 마음을 데우는 불씨처럼 다가온다. 최근 경기도 곳곳의 양조장이 단순한 생산 시설을 넘어 머무르고 배우고 즐기는 문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여행객은 계절의 온기를 빚어낸 술 한 잔으로 겨울을 채우고, 지역은 오래된 향을 새로운 방식으로 나누며 이야기를 확장한다. 이런 흐름 속에서 주목받는 양조장들을 찾아 겨울 여행길에 올라보자
■ 경주 APEC 공식 만찬주로 오른 ‘안산 그랑꼬또 와이너리’
대부도 언덕에 자리한 와이너리는 바닷바람을 머금은 포도로 ‘청수 와인’을 생산한다. 이 청수 와인이 2025년 경주 APEC 공식 만찬주로 선정됐다.
테이스팅 존에서는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와인을 세 종류 맛볼 수 있고, 미성년자는 머그컵·와인병 꾸미기 체험을 즐긴다. 30여 분의 투어와 시음으로 남녀노소 모두가 만족할 만한 겨울 여행지가 된다.
■ 20여 종 시음이 가능한 ‘포천 산사원’
전통주의 역사를 담은 전시장과 20여 종을 제한 없이 맛볼 수 있는 시음장이 특징이다. 관람객은 막걸리부터 증류주까지 폭넓은 술을 경험하고, 시음 후에는 기념품처럼 한 병을 받아간다.
외부 전시장은 항아리 수백 개가 늘어선 사색의 공간으로 이어지고, 유상곡수·취선각 등 전통 정원의 요소들이 산책하듯 펼쳐진다.
■ 유자 향으로 기억되는 ‘화성 배혜정도가’
‘호랑이 유자 생막걸리’가 경주 APEC 공식 건배주로 채택되며 주목받았다. 체험장은 양조장 내부를 공개하지 않는 대신 막걸리 빚기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1단 담금까지 완료하고 집에서 발효를 지켜보는 과정이 체험의 핵심이다. 마지막에는 네 가지 주류를 시음하며 유자 향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 카페 같은 분위기의 ‘가평 술지움’
잣을 모티브로 한 독창적 외관과 카페 같은 실내 분위기가 눈길을 끈다. 이 곳은 막걸리·증류주·뱅쇼·모주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특히 증류주 체험은 치자·히비스커스를 활용해 색을 입히는 과정이 흥미롭다. 제조장 견학, 교육 프로그램 등 체험의 폭도 넓어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도 인기다.
■ 캠핑과 와인을 함께 즐기는 ‘파주 산머루농원’
머루 재배의 긴 역사를 품은 와이너리로, 저장고에 빽빽이 쌓인 오크통이 깊은 인상을 남긴다. ‘나만의 와인 만들기’ 체험으로 병입과 라벨링을 직접 할 수 있다.
바로 옆 캠핑장은 40개 사이트로 구성돼 낮에는 체험, 밤에는 캠프파이어와 함께 머루 와인을 즐기는 특별한 하루가 완성된다.
■ 귀촌 양조인의 집념이 만든 ‘양평 맑은술도가’
상가 건물 외관 뒤에 자리한 양조장이지만 ‘겨울아이 동국이’ 막걸리로 명성을 얻었다. 향이 짙은 겨울국화를 활용해 2년간의 시행착오 끝에 독자적인 풍미를 완성했다.
체험객 증가로 2025년 초 덕촌리에 새 양조장을 마련했고, 임시 체험장은 이미 인기 명소로 자리 잡았다. 외관과 달리 깊은 향을 품고 있는 점이 이곳의 매력이다.
[ 경기신문 = 류초원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