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버킷리스트 같은 것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기 전 하고 싶은 일이 하나 있다. 탄자니아의 킬리만자로 산 정상에 올라보는 것이다. 케냐와 국경을 접한 아루샤 지역에서 멀지 않은 이 산은 세 개의 주요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다. 고산 트레킹이나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꼭 가봐야 할 곳이다.
인간이 킬리만자로를 처음 등반 한 것은 1889년. 최고봉인 우후루(Uhuru)에서 바라보는 파노라마 뷰는 숨 막힐 정도로 아름답다. 산기슭에는 적도 열대우림이 울창하고 생명력이 넘친다. 아프리카의 지붕으로 불리는 이 산은 수백만 년에 걸쳐 전설과 위대한 탐험가들의 모험, 그리고 놀라운 자연 변화를 목격해 왔다.
‘킬리만자로(Kilimanjaro)’는 1860년 채택된 스페인어와 영어, 프랑스어 표기로 현지 사람들은 다르게 부른다. 마아(Maa)어로는 ‘올 도이뇨 오이보르(Ol Doinyo Oibor)’, 그 의미는 ‘하얀 산’이다. 스와힐리어로는 ‘킬리 은자로(Kilima Njaro)’ 즉, ‘빛나는 언덕’이란 뜻이다. 요한 루트비히 크라프 같은 19세기 탐험가들에게 이 산은 ‘화려한 산’ 또는 ‘빛나는 산’과 동의어였다.
킬리만자로에는 흑백 콜로부스 원숭이, 코끼리, 그리고 다양한 색깔의 새들이 교살무화과나무와 거대한 양치식물 사이에서 번성한다. 산을 오르면 숲은 나무 헤더가 점점이 박힌 황야로 바뀌어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더 높이 올라가면 풍경이 극적으로 변하며, 거대한 땅속 식물과 소수의 강인한 식물만이 극한의 환경에서 살아남는 고산사막이 나타난다. 이곳에서는 고요함과 차가운 공기가 가득해 마치 달에 온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정상에는 만년설이 반짝이는 빙하를 드러낸다. 이는 아래쪽 아프리카 평원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이 신비한 자연보물이 심각한 환경 문제에 직면해 있다. 기후변화로 가뭄이 반복되면서 만년설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산의 경사면에서는 인간의 활동으로 자연 서식지가 망가지고 있다. 과학 저널 ‘플로스 원(PLOS ONE)’이 지난 10월 29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911년에서 2022년 사이, 킬리만자로 산의 자연 식물종 75%가 사라졌다. 이 기간 인구밀도는 평방킬로미터당 약 30명에서 430명으로 증가했다. 인구증가는 장작 채취, 방목, 벽돌 제조 등 생태계를 파괴하고 이러한 활동으로 인해 토지 갈등은 심화된다.
궁지에 몰린 이 세계적인 보물을 보존하려는 노력이 야심차게 시작됐다. 유네스코(Unesco)는 킬리만자로의 수자원과 생물다양성을 보호하기 위해 800만 달러(한화 118억)를 투자하기로 했다. 400km²의 숲을 조성해 수분을 보존함으로써 킬리만자로 물에 직접 의존하는 사람들에게 혜택을 줄 방침이다.
유네스코 사무총장은 성명에서 “1987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킬리만자로 산의 빙하가 녹아내림으로써 탄자니아와 케냐의 200만 주민에게 즉각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라고 밝히고, “국제사회는 이 생명줄 같은 자원을 보호하기 위해 현지 당국과 주민들을 지원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2040년까지 완전히 사라질지 모르는 킬리만자로의 눈과 점점 더 빈번해지는 가뭄은 탄자니아와 케냐의 물 공급과 생태계를 심히 위협하고 있다. 연말연시 이웃을 돕고자하는 여러분의 따뜻한 가슴이 유네스코의 기부로 이어지길 수 있길 희망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