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봄기운이 완연해지면서 거리에는 형형색색의 옷차림이 늘고, 사람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계절의 변화를 입고 있다.
일상 속 가장 익숙한 행위인 '입기' 역시 단순한 생활을 넘어 개인의 취향과 정체성, 사회적 의미를 드러내는 표현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수원시립미술관은 기획전 ‘입는 존재’를 통해 우리가 무심코 반복해온 '입기'의 의미를 새롭게 조명한다.
옷을 통해 드러나는 정체성과 산업, 사회 규범, 신체 등 다층적인 이야기를 녹여내며 16명의 작가의 예술 세계를 한자리에 모았다.
크게 세 개로 구분된 전시장은 의도적으로 분리하진 않았으나 정체성 중심의 1층에서 시작된다.
넓고 커다란 공간에 들어서면 1세대 여성주의 사진 작가 박영숙의 '헤이리 여신 우마드'가 있다.
풍요·사랑·분노·죽음을 의미하는 네 명의 여신은 외양(결혼)을 통해 다양한 모습의 삶을 살아가는 여성의 모습을 형상화한 것으로 각기 다른 옷과 소품들을 지니고 있다.
그 옆으로는 이원호의 'Everblossom Ⅱ'가 이어지는데, 흔히 '몸빼바지'로 알고 있는 일제강점기 시대의 '왜바지'를 쌓아 올린 설치 작품이다.
역사적 맥락 속에서 형성된 노동복의 존재를 조명하며, 일본의 잔재가 담긴 옷이 오늘날 현재 세대에서도 지속되고 있음을 내포한다.
그 뒤로는 후유히코 타카타의 '컷슈트'가 발길을 붙든다.
일본 샐러리맨 문화의 상징인 정장을 입고 등장한 직장인 퍼포머들은 음악이 흘러나오자 옷을 가위로 자르기 시작한다.
이러한 행위를 통해 비즈니스 정장을 입고 더 엄격한 집단 정체성을 강조하는 일본 문화 속 규율화되는 직장인의 모습을 직관적으로 드러냈다.
2층으로 올라가기 전 위치한 서도호의 'Some/One'은 수천 개의 인식표로 구성된 거대한 갑옷 형상으로, 하나하나의 인식표는 개인이 아닌 갑옷을 이루는 일부로서 작용한다.
'Some'이라는 불특정 다수에 'One'이라는 개별성이 더해져 집단 속 개인의 해석에 주목한다.
특히 갑옷의 텅 빈 내부는 전체에서 개인의 존재를 희석하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긴장 관계를 시각화한다.
이어 2층 계단으로 오르면 연진영의 '키링의 사원' 중 하나인 패딩으로 만든 감시 카메라가 복도 곳곳에 설치돼 있다.
버려지는 폐옷을 해체하고 다시 제조하며 우리가 무심코 소비해 온 물질 이면의 의미와 그 존재를 새로운 시선에서 바라본다.
계단을 지나 전시장에 도착하면 송상희의 '착한 딸이 되기 위한 몸짓' 연작이 펼쳐진다.
신체를 강압적으로 교정하는 제한하는 착용 기구는 '착한 딸'이라는 규범이 작동하는 사회적 조건을 꼬집으며 강박적인 행동에 주목한다.
그 뒤로 이어지는 '마법의 보자기' 역시 착용자의 바른 자세를 제시하며 가부장적 문화 속 폭력을 드러낸다.
이형구는 'MEASURE'와 'Eye Trace'를 통해 몸에 착용하는 장치를 매개로 신체의 작동 범위를 재설정하고 조정한다.
특히 'Eye Trace' 시리즈는 '인간이 물고기의 눈을 갖는다면? 곤충의 시선에서 바라본다면?' 등의 시선을 도구화해 어떻게 사물을 보고 움직일 수 있는지를 녹여냈다.
감시 카메라를 형상화해 관람객을 따라다니는 듯한 느낌을 연출한 연진영은 소비 과잉과 생산, 죽음으로부터 생명을 다시 이끄는 작업에 주목한다.
미디어에 노출되고 알고리즘 패션 브랜드에 주도돼 이끌려 따라가고 반복되고 있는 오늘날의 소비 패턴을 작품에 녹여내며 우리를 표현하는 '옷'의 개성을 작품화했다.
'경량 감시 유닛'과 '입혀지는 우리는', '외피를 따르는 것들'을 통해 다양한 의미와 맥락에 대한 질문들을 던진다.
이외에도 오형근, 니키 리, 김준, 마사 로슬러, 서도호, 안창홍, 윤정미, 잉카 쇼니바레, 제임스 로젠퀴스트, 차영석 등 다양한 작가의 작품이 이어진다.
'옷'에서 출발해 오늘날 사회 문제와 패턴으로 번진 이번 전시는 6월 28일까지 수원시립미술관에서 계속 된다.
[ 경기신문 = 서혜주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