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가 사흘 전 시작됐다. 다음 달 1일까지 4주 동안 이어진다. 국회의원은 자신의 활동상을 유권자에게 알리는 절호의 기회다. 언론의 구미에 맞는 보도자료도 넘쳐난다. 과장되기 일쑤다. 언론의 냉정한 검증 필요성이 그만큼 커진다. 그런데 검증은 차치하고 기자가 의원실 자료를 선정적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국정감사 보도에서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 거대 플랫폼 유튜브가 조선일보로부터 범죄의 방조자라는 호된 질타를 받았다. 이 신문은 9월 26일 1면에 ‘정부 세금 안 내는 유튜브(구글 포함)에 연 674억 광고 줬다’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2023년 유튜브의 정부광고 수주액은 2022년 정부 광고 전체 1위였던 KBS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고 보도했다. 국내 플랫폼인 네이버와 다음을 합친 금액보다 많다고 했다. 수주액이 2019년 대비해 4년 만에 3배 이상 증가해, KBS(74.2%), 네이버(33.5%) 다음카카오(96.1%) 증가율을 크게 뛰어넘었다고 했다. 사실을 나열한 기사였지만 문제가 많다는 취지의 기사였다. 6면에는 ‘가짜뉴스 온상에 나랏돈 퍼준 정부’라는 자극적인 기사가 이어졌다. 기사의 지면 배치와 기사량을 감안하면, 대형
7월 중순 체코 원전을 수주했다는 뉴스가 주요 언론을 도배했다. 7월 17일 저녁 KBS의 뉴스9은 ‘유럽에서 전해진 속보로 뉴스를 시작하겠다’는 앵커 멘트와 함께 기사 세 꼭지를 연이어 보도했다. 사업비만 30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되며, 팀코리아로 경쟁국인 프랑스와 미국을 물리쳤다고 했다. 일주일 전 윤 대통령이 한·체코 정상회담에서 수주를 지원했다는 언급도 빠뜨리지 않았다. 조선일보 18일자 아침 인쇄신문도 ‘유럽서 프랑스를 꺾었다, 24조 체코 원전 수주’라는 제목으로 이 내용을 대서특필했다. 수주액이 최대 40조에 이를 것이라고 했다. 극소수 언론이 덤핑 수주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대부분은 기사에서 사설까지 장밋빛 일색이었다. 미국의 1/3, 프랑스의 1/2 가격으로 입찰했다는 내용은 가격경쟁력으로만 보도했다. 한 달 남짓 지난 8월 24일. 조선일보는 1면 머리기사로 ‘미국 태클에 걸린 K원전 체코 수출’이란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한수원이 우선협상 대상국으로 선정됐지만 원천기술을 가진 미 웨스팅하우스사가 몽니를 부리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8월 초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김동철 한전 사장, 황주호 한수원 사장 등으로 구성된 민관 대표단이 미국
올림픽 보도와 중계는 미디어 비평의 단골 소재다. 올림픽 때마다 비슷한 잘못이 반복하고 있다. 고질이다. 금메달 지상주의, 맹목적 국가주의, 시급한 국내 현안 뒤덮기, 전쟁 용어 남발하기, 선정적인 기사로 독자 유인하기, 인기 종목 중복 편성 같은 문제가 그것들이다. 이번 파리 올림픽도 예외는 아니다. 동아일보의 김순덕 고문은 자신의 칼럼에서 지금은 국뽕이 필요할 때라며 우리 선수들 만세를 외치자고 제안했다. 우리 선수들에 대한 응원을 담은 내용이었지만 ’국뽕‘이란 용어는 부적절했다. 5일 아침 조선일보는 1면 머리기사로 [대한민국의 ’금‘고는 총·칼·활]이라는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사격과 펜싱, 양궁에서 거둬들인 금메달 소식을 전하는 기사였지만, 많은 독자들이 거부감을 갖을만 했다. 이 기사의 영향이었는지 SBS도 같은 날 저녁 ’총칼활의 나라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으로 금메달 모아보기 프로그램을 방영했다. 우리를 활의 나라라고 하는 데는 수긍이 가지만 총의 나라, 칼의 나라라고 명명한 것은 과했다. 펜싱 종목 메달 순위에서 1위 일본, 2위는 미국, 한국이 3위였다. 사격도 금메달 5개를 딴 중국에 이어 금메달 세 개로 2위였다. 일본과 중국을
6월 27일(목) 오후. 윤 대통령과 김진표 전 국회의장이 연관된 믿기지 않는 뉴스가 보도 됐다. 김 의장이 자신의 회고록 '대한민국은 무엇을 축적해 왔는가'에서 밝힌 윤 대통령의 발언이다. ‘이태원 참사가 특정 세력에 의해 유도되고 조작된 사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김 전 의장은 “나는 속으로 깜짝 놀랐다”며 “극우 유튜버 방송에서 나오는 음모론적 말이 대통령의 입에서 술술 나온다는 것을 믿기 힘들었다”고 술회했다. 그러면서 “나는 그런 방송 보지 마십시오라고 말하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았으나 꾹 참았다”라는 말도 덧붙였다. 회고록은 보도된 다음 날부터 판매될 예정이었다. 회고록 출판사의 홍보전략을 감안하더라도 발언자와 그 발언을 듣고 전한 사람은 행정부와 입법부의 수장이었다. 소속된 정당은 다르지만 대통령이 한 말이었다. 김 전 의장은 대통령의 서울대 법대 13년 선배이기도 하다. 허튼소리가 오갈 가능성이 희박한 자리였다. 대다수 언론은 스트레이트 뉴스에서 이 책에 언급된 내용과 대통령실이 내놓은 입장을 포함해 철저한 기계적 균형(?)을 유지해 보도 했다. 대통령실에서 낸 “국회의장을 지내신 분이 국가조찬기도회에서 대통령에게 독대를 요
얼마전 한국언론의 문제를 극명하게 드러낸 기사가 일제히 실렸다. 지난 5월 24일 용산 대통령실 잔디마당에서 ‘대통령의 저녁초대’라는 대통령실 출입기자 만찬행사를 전하는 기사였다. 200여명의 청와대 출입기자들이 참여했다. 한국일보 출신 정진석 비서실장과 서울신문 출신 이도운 홍보수석을 비롯해 대통령실 주요 인사들이 총출동했다. 대중은 언론이란 거울을 통해 세상사를 파악한다. 그래서 언론은 세상을 보는 창이다. 언론이 어떤 사안을 부각하는 정도와 대중이 느끼는 중요성은 대체로 비례한다. 때때로 의도적으로 중대 현안을 차순위로 밀어내거나 다른 모습으로 비치도록 정교하게 조작하는 일도 벌어진다. 언론은 보도하는 것은 물론 보도하지 않아 그 힘을 행사하기도 한다. 정치권력은 이런 언론 생리를 어느 집단보다 잘 안다. 지지율이 곤두박질치거나 곤궁한 국면을 헤쳐가는 방편으로 해당 부처를 담당하는 출입기자단을 활용해 이벤트를 만들기도 한다. 대통령이 앞치마를 두르고 김치찌개를 기자들에게 퍼주고, 계란말이를 하는 모습을 거의 모든 언론이 보도했다. ‘앞치마’ ‘김치찌개’ ‘계란말이’라는 단어를 집중 부각했다. 대통령이 기자들과 적극적인 소통에 나섰다고 의미를 부여하는 언
김대중 전 대통령은 “국민이 선거에서 어떤 선택을 했더라도 국민을 탓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선거에 지고 참담해하는 후배 정치인들이 자칫 국민을 탓하는 경솔함을 경계하는 말이었다. 윤석열 대통령도 비슷한 말을 했다. 지난해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국민의 뜻은 늘 옳다”고 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이 발언은 정치적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말뿐이었다. 불통과 독주는 계속됐다. 국민은 6개월 뒤 지난 22대 총선에서 매섭게 윤 대통령을 심판했다. 혹독한 중간평가였다. 총선이 끝난지 한 달. 자기 확신으로 똘똘 뭉쳤던 대통령의 아집도 조금 꺾이는 모습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의 영수회담이나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이 그 반증이다. 당연히, 수시로 했었어야 할 일들이 뉴스의 중심으로 자리잡는 기막힌 현실이다. 대통령이 얼마나 민심과 동떨어진 행보를 했는지 보여준다. 윤 대통령의 지난 2년간 국정운영은 실패했다. 수많은 원인이 있겠지만, 대통령의 편향된 언론관이 핵심이다. 대통령 취임 후 언론 관련 뉴스는 끝없이 이어졌다. 이런 과정에서 대통령은 국민의 신뢰를 잃은 일부 언론에 매달렸다. 22대 국민의힘 비례 국회의원 김민전의 말대로 전 조선일보
22대 총선 사전투표율은 31.28%에 달했다. 4년전 21대 26.7%를 크게 웃돌았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치러진 지난 총선 최종투표율 66.2%를 넘어설 가능성이 아주 높아졌다.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언론의 그릇된 관행들은 더 심해졌다. 한국경제신문은 영화 시나리오급 예측 기사로 넘쳤다. 사전투표가 끝나고 본투표를 3일 앞둔 일요일 오후 ‘“이러다가 조국이 대통령 노릇?“...‘돌풍’ 지켜보는 민주당의 속내‘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조국혁신당의 예상 의석수가 11∽17석을 얻을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민주당 의석수와 합쳐 180석을 넘긴다면 패스트트랙 추진, 필리버스터 종료 권한 등을 얻는다고 했다. 또 민주당이 단독 과반에 실패하면 조국혁신당과 손을 잡고 150석을 확보해 각종 법안과 예산안, 임명동의안을 쉽게 통과시킬 수 있다고 했다. 기사에 야당이 승리했을 때 우려가 가득했다. ’민주당 1당 되면 국회의장은 추미애?...”‘이재명 거수기’ 될라“‘라는 제목의 기사도 거의 비슷한 시간에 내보냈다. 당선될 경우 6선이 될 후보자는 민주당에서 추미애, 조정식 후보 2명이다. 국민의힘은 정진석, 이상민 후보 등 6명에 이른다. 이 기사는 ’추미애 같은 강경파를
프로야구 시범경기가 지난 토요일(9일) 시작됐다. 시범경기임에도 한화와 삼성이 맞붙은 대전구장 주말 입장권이 이틀 연속 매진됐다. 김성근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던 2015년 3월 7일, 8일 이틀 연속 연습경기 매진 이후 9년 만이다. 류현진이 한화로 복귀한 점이 큰 이유지만, 다른 구단들도 팬들을 설레게 하는 요인들이 넘쳐난다. LG는 29년 만에 우승한 여세가 하늘을 찌른다. 지난해 도루가 가장 많았던 팀이다. 바뀐 야구 규정의 최대 수혜팀이 될 전망이다. 구름 관중을 몰고 다니는 기아는 2017년 우승했을 때에 버금가는 타력을 구축했다는 평가다. 롯데는 21세기 최고 명장 김태형 감독이 취임했다. 수원과 경기도를 연고로 한 KT는 안정된 투수력과 이강철 감독의 리더십을 발판으로 우승이 가능한 팀으로 평가받는다. 시범경기지만 프로야구 기사를 전하는 일부 기자들의 검증 없는 기사가 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객관성은 없고 흥분만 있다. 9일 시범경기 한화-삼성전을 보도한 KBS스포츠 뉴스는 입장권 뒷거래가 네 배까지 치솟았다는 한 관중의 인터뷰를 검증 없이 내보내기도 했다. 공영방송 KBS가 들뜬 취재원 한 사람의 말을 사실확인 없이 그대로 전하는 것은
총선이 두 달이 채 남지 않았다. 이번 선거만큼 무분별한 공약이 남발된 경우를 찾아보기 힘들다. 지난해 10월 김기현 집권당 대표는 뜬금없이 김포를 서울에 편입하겠다고 발표했다. 큰 파장이 일었다. 서울 위성도시에는 집권당 예비후보들이 ‘서울 편입을 나서겠다’는 펼침막을 다투어 내걸었다. 구체적인 실행 계획 없이 불쑥 발표했다가 사실상 유야무야됐다. 이명박 대통령 시절 뉴타운 개발을 자극해 수도권 의석 111석의 73%인 81석을 휩쓸었던 2008년 18대 총선을 방불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새해 들어 민생토론회란 이름으로 집권당 선거를 지원하고 있다. 1월 4일(공매도 언급)부터 2월 10일(소상공인·중소기업)까지 10차례에 이어졌다. 3월 초까지 모두 15차례 안팎으로 예정돼 있다. 부처 업무보고 형식을 띠지만 메가톤급 계획들이 발표됐다. 대통령실은 선거와 관련이 없다고 부인하지만, 액면 그대로 믿는 국민은 거의 없다. 조선일보는 1월 17일자에 “여도 야도 ‘닥치고 선심’, 만약 다 실현된다면 나라 경제 결딴 날 것”이라 사설을 실었다. “대통령이 연일 포퓰리즘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며 “시장을 흔들만한 메가톤급 정책을 ‘깜짝 쇼’하듯 풀어놓고 있다”고
※본지는 2024년 1월 10일에 게재된 "[최광범의 미디어비평] 버려야할 보도, 챙겨야할 보도"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KBS 뉴스와 관련한 내용을 아래와 같이 바로잡습니다. 본지는 해당 칼럼을 통해 "KBS는 성탄전야인 24일 저녁 이씨와 유흥업소 실장과의 통화녹취록을 공개했다. 공영방송 KBS가 SNS와 경쟁한다는 비아냥을 받았다. 이 보도는 '경찰이 이선균씨를 밤샘조사하고 공갈 피의자 구속영장을 신청했다'는 내용으로 바꿔치기 돼 있다. 이젠 KBS누리집 뉴스9에서 이 기사는 찾아볼수 없다"고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KBS는 뉴스를 통해 성탄 전날인 지난해 12월 24일 배우 이선균 씨의 통화 녹취를 보도한 사실이 전혀 없고 ▲따라서 해당 보도를 다른 보도로 바꿔치기 했다는 내용도 사실이 아니라는 점 독자 여러분들께 알려드립니다. 사실과 다른 내용이 지면과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재된데 대해 경기신문과 해당 기사를 작성한 최광범 전 '신문과 방송' 편집장은 KBS에 정중히 사과드립니다. 아울러 잘못된 정보를 바탕으로 "KBS가 극단적 유튜버들이나 할수 있는 보도를 했다"고 평가한 부분에 대해서도 깊이 사과드립니다. 신년 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