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는 대한민국 산업발전의 역사와 함께한다. 한국전쟁 이후 국가 재건 토목사업부터 고도 성장기의 각종 SOC 국책사업에서 건설사들은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국내 기업들의 본격적인 해외 진출에 선봉이었고, 개발도상국 시절 외화를 벌어들이는 주요 창구기도 했다. 현재 대한민국의 대표 주거 형태이자 각 가정의 주된 자산인 아파트 역시 건설사를 빼놓고는 논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에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다. 잦은 인명사고로 지탄을 받기도 하고, 집값 상승의 주범으로 몰리기도 한다. 또 현장의 열악한 노동환경에 대한 지적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이에 <경기신문>은 대한민국 경제발전의 명암을 고스란히 반영한 건설사들의 성장 과정과 문제점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서울을 넘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자리 잡은 롯데월드타워는 고(故) 신격호 롯데 명예회장의 '관광보국' 정신의 결실과도 같다. 555m의 높이로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높은 롯데월드타워는 세계거탑연맹(WFGT)의 49번째 회원이 됐다. 세계거탑연맹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인 두바이의 부르즈 할리파, 파리의 상징인 에펠탑, 뉴욕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등 각 지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들이 가입된 곳이다. 롯데월드타워 시공사는 롯데건설이다. 세계적 기업들과의 협력으로 신 명예회장의 숙원사업이자 꿈이었던 '슈퍼 타워'를 완성시켰다. 일본에서 껌 사업으로 시작해 유통, 화학, 건설을 아우르는 재계 5위의 대그룹을 일군 신 명예회장의 관광보국에 대한 신념을 롯데건설이 실현시킨 셈이다. 신 명예회장이 건설사업에 진출한 것은 1978년 평화건업사를 인수하면서다. 1952년 변형권 사업주가 설립한 평화건업사는 6.25 이후 전후복구사업부터 경제성장기의 각종 대규모 공사에 참여하며 성장했다. 경부고속도로, 서울지하철 1호선 공사 등이 대표적이다. 중동 붐이 일며 사우디아라비아 등 해외 진출에도 나섰으나 손실을 감당하지 못하고 서울신탁은행의 관리를 받다 1978년 롯데에 인수됐고, 이듬해 롯데평화건업로 사명을 바꿨다가 1981년 롯데건설이 된다. 롯데건설은 평화건업사가 주식회사로 전환한 1959년을 원년으로, 롯데가 인수한 9월 15일을 창립기념일로 삼고 있다. ◇ 신격호 명예회장의 '관광보국' 이뤄낸 롯데건설 경상남도 울산에서 태어난 신 명예회장은 스무살의 나이에 빈손으로 일본으로 건너간다. 고학을 하며 우유배달부터 공장일까지 온갖 일을 마다하지 않던 신 명예회장은, 그의 성실함을 알아본 지인으로부터 돈을 빌려 몇몇 사업을 벌이지만 실패하던 중 껌 사업에서 가능성을 본다. 한국을 떠난지 7년 만인 1948년, 신 명예회장은 본격적인 껌 사업에 뛰어들기 위해 (주)롯데를 설립했다. 롯데의 껌 사업은 승승장구해서 1960년대에는 일본 껌 시장점유율을 70%까지 장악했다. 신 명예회장은 이어 초콜릿, 사탕, 아이스크림 등 제과 사업과 부동산, 광고업 등에도 진출하며 그룹의 기틀을 다졌다. 1967년 일본의 성공을 바탕으로 신 명예회장은 고국에 현재 한국 롯데그룹의 모태격인 롯데제과를 설립한다. 롯데의 한국 투자는 당시 일본 직원들의 반대에도 고국의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신 명예회장의 강한 의지로 진행됐다. 이미 성공 노하우를 보유한 신 명예회장의 롯데제과는 한국에서도 성장을 거듭한다. 이 과정에서 롯데는 호텔 사업에 나선다. 호텔 사업은 1970년 박정희 대통령이 먼저 신 명예회장에게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1974년 박정희 정부는 정부 소유의 반도호텔을 호텔롯데에 매각하고, 호텔롯데는 반도호텔을 허문 부지에 38층 높이의 롯데호텔을 짓는다. 동시에 신 명예회장은 외국인 투숙객을 위한 쇼핑 시설 건설을 목적으로 롯데호텔 옆에 롯데쇼핑센터를 함께 세우게 된다. 호텔 사업 이후 신 명예회장은 건설업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호텔을 지으며 "외국인 관광객이 줄어든다고 말만 할 것이 아니라 그들이 다시 우리나라를 찾도록 만들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던 신 명예회장은 "주말에 쇼핑하고 즐기고 이런 것들을 한국도 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1986년부터 잠실에 롯데월드와 롯데호텔, 롯데백화점 건설에 돌입한다. 롯데건설이 대한민국의 대표 랜드마크 건설에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롯데월드 어드벤처는 1989년 개장한 세계 최대규모의 실내 테마파크로 기네스북에도 등재됐다. 현재까지도 외국인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로 꼽히며 에버랜드와 함께 세계테마파크 순위 10위권에 늘 이름을 올리고 있다. 롯데월드 어드벤처가 한창 공사중이던 1987년, 신 명예회장은 또다른 청사진을 그린다. '제2 롯데월드'의 일환으로 구상된 초고층 타워의 건설이다. 그는 "외국인들에게 언제까지 고궁만 보여줄 수는 없지 않냐"라며 초고층 타워 구상을 발표했고, 30년이 지난 2017년 123층, 555m의 롯데월드타워가 준공되며 꿈은 현실이 됐다. 롯데월드타워는 세계에서 5번째로 높은 건물로 신 명예회장 평생의 숙원사업이었다. 롯데그룹은 완공 후 이 건물을 한국 본사로 사용하고 있다. ◇ 롯데캐슬, 브랜드 아파트 시대를 열다 롯데건설이 최초로 시공한 아파트는 1977년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 위치한 설악아파트다. 약 2만여 평 부지에 3차에 걸쳐 1000여 가구를 공급했다. 이 아파트는 롯데건설에게 특별한 의미다. 1977년 롯데건설이 처음 지었던 아파트를 2002년 롯데건설이 롯데캐슬갤럭시1차로 재건축한 단지기 때문이다. 롯데캐슬갤럭시1차 분양시기는 롯데건설의 아파트 브랜드 롯데캐슬의 전성기의 시작이기도 하다. 다만, 2022년 해당 단지의 리모델링 수주가 현대건설 몫으로 돌아간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롯데건설은 1999년부터 '낙천대'와 '롯데캐슬'이라는 아파트 브랜드를 론칭했다. 일반 아파트에는 낙천대, 최고급 아파트에는 롯데캐슬을 사용했다. 최초의 롯데캐슬 아파트는 '서초 롯데캐슬 84'로 2001년 입주를 시작했다. 롯데건설은 2006년 하반기 낙천대 브랜드를 폐기하고 롯데캐슬로 일원화 한다. 이 때 기존 낙천대 이름을 롯데캐슬로 변경한 단지도 상당수에 이른다. 2010년대에 들어 초기 브랜드 아파트들이 노후화 단계에 접어들며 새로운 하이엔드 브랜드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졌다. 이에 DL이앤씨, 현대건설, 대우건설 등 국내 메이저 건설사들이 새로운 하이엔드 브랜드를 앞세워 강남 재건축 시장에 뛰어 들었다. 롯데캐슬을 유지하던 롯데건설은 강남 수주전에서 좀처럼 승기를 잡지 못하자 2019년 하이엔드 브랜드 '르엘'을 론칭한다. 르엘은 잠원동, 대치동 재건축 단지에 처음 적용되며 롯데건설의 하이엔드 브랜드로 자리잡는다. ◇ 롯데건설의 숙원사업 '기업공개' 롯데건설의 숙원 사업은 상장이다. 2008년부터 IPO 의사를 타진했지만 시장 상황 등 다양한 이유로 아직까지 기업공개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롯데건설의 상장은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개선과 한일 롯데 분리를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일본 기업 논란에 때때로 휘말리는 롯데그룹 입장에서 롯데건설을 내세워 일본과의 지분 정리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꾸준히 나온다. 롯데건설의 최대주주는 롯데케미칼로 44.0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2대주주 호텔롯데는 43.30%다. 이밖에 롯데알미늄 9.51%, 롯데홀딩스 1.68% 등이며 나머지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동주전 부회장, 신영자 이사장 등이 각각 0.59%, 0.36%, 0.14%를 들고 있다. 롯데건설의 지배구조에서 문제는 호텔롯데와 롯데알미늄이다. 한국 롯데의 지주회사는 롯데지주인데, 대주주 신동빈 회장이 직접 보유한 롯데지주 지분은 13% 수준이다. 나머지는 호텔롯데(11.1%), 롯데알미늄(5.1%), 롯데장학재단(3.2%), 롯데홀딩스(2.5%) 등이 보유중이다. 호텔롯데의 대주주는 일본 롯데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롯데홀딩스로 지분율 19.1%다. 롯데홀딩스는 한일 롯데그룹의 최정점에 있는 광윤사의 지배를 받는다. 광윤사 최대주주는 신동주 전 부회장이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50.3%의 지분을 들고 있고, 신동빈 회장은 39% 수준이다. 롯데알미늄의 경우에도 일본계의 지분율이 100%다. 신동빈 회장은 한국 롯데의 지주회사인 롯데지주의 지배력을 강화하고, 일본 롯데의 영향력을 줄이는 방향의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추진했다. 한일 롯데의 완전한 분리가 목적이지만 복잡한 지분관계와 아직도 완전히 정리되지 않은 형 신동주 전 부회장과의 관계가 발목을 잡고 있다. 신동빈 회장이 한일 롯데의 경영권을 모두 장악해 당분간 분쟁의 여지가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한일 롯데의 지분 정리가 완료되지 않으면 롯데가 일본 기업이라는 인식을 불식시키기 어렵다. 이를 타개할 방안으로 호텔롯데와 롯데건설의 상장이 언급된다. 국내 상장을 통해 일본계 지분을 희석시키고 신동빈 회장의 지배력을 공고히 하겠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두 회사 모두 상장엔 시간이 걸릴 것이란 관측이다. 호텔롯데의 경우 코로나19 기간 실적이 바닥을 쳤고, 아직 온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상장을 추진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롯데건설 역시 우크라이나 전쟁과 고금리 환경 등 대내외적으로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어려운 상황에서 당장 상장에 나설 여력이 없다는 분석이다. 롯데의 일본 회사 논란에 대한 결론은 다시 미뤄질 전망이다. ◇ 설계오류·부실시공 관련 이슈 지난 2015년 국회 교통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롯데건설은 2015~2017년 상반기까지 부실시공으로 벌점을 부과받은 상위 10개 건설사 중 1위에 오르는 불명예를 안았다. 이 기간동안 롯데건설은 23건의 벌점을 부과받아 총 26.77점을 기록했다. 건설사에게 인명사고 역시 피할 수 없는 악재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 이후 롯데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자는 6명에 달한다. 고용노동부는 롯데건설의 모든 현장에 대해 일제 감독에 나섰다. 이밖에도 지난 2017년 준공한 '제천시 강저 롯데캐슬 피리미어'에 1층 출입구를 설치하지 않는 등 설계오류나 부실시공 관련 이슈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다만, 이는 국내 아파트를 공급하는 대부분의 건설사들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 롯데건설의 ESG, 안전보건경영과 환경경영 롯데건설은 현장의 안전 사고를 예방하고자 안전보건경영실을 운영하고 있다. 안전보건경영실에는 안전보건운영팀, 예방진단팀, 교육훈련팀 등 3개 팀이 종합적인 안전 관리를 수행한다. 위험성 관리를 바탕으로 전 직원 및 근로자의 참여를 통해 근로자 보호 사업장의 무재해를 실현하기 위해서다.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한 안전소통센터도 운영중이다. 또 롯데건설은 환경경영의 일환으로 기후변화, 지구온난화 등 환경문제에 대한 능동적 대처를 위해 'Green Life 2018 in LOTTE'라는 녹색비전을 수립했다. 녹색 경영체제를 확립하고 녹색 사업화를 추진하며 녹색 기반을 구축한다는 3대 과제도 설정했다. 이를 위해 다양한 기술 개발과 신사업에 대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 경기신문 = 오다경 기자 ]
한국기자협회는 6일 포털 ‘다음(Daum)’이 ‘콘텐츠 제휴 언론사(CP사)’의 뉴스만 검색되도록 검색기준을 변경한 결정은 ‘국민 알권리 침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날 기자협회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다음은 국민의 다양한 알권리를 위해 CP사 위주의 정책을 당장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지난달 23일 다음은 시스템 개선을 이유로 기존에 다양한 언론사 뉴스를 제공했던 검색 기능을 CP사 뉴스만 보이도록 변경했다. 기자협회는 다음이 현업 언론단체와 논의 없이 검색기준 변경한 점을 언급하며 “포털 뉴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는 다양한 정보와 뉴스를 제공해야 할 공적 책무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다음의) 이번 결정은 민주주의를 후퇴시켰다. 다음의 뉴스검색 기준 변경으로 군소 언론사만 피해를 보는 것에 반대한다”며 다음에 CP사 위주의 검색기준 정책 철회를 재차 촉구했다. 기자협회는 이번 검색기준 변경 과정에 정부가 관련됐을 수 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기자협회는 “사실 징조는 있었다. 다음은 올해 기사 품질을 평가하는 제휴평가위원회 활동을 일방적으로 중단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비판 보도를 참기 힘들어하는 정부 입장에선 포털 노출 기사가 줄어드는 걸 마다할 이유가 없다”며 “일련의 상황이 정치적 압력에 의한 것일 수 있다는 합리적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강조했다. 기자협회는 이번 다음의 검색기준 변경에 언론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며 반성과 성찰을 해야 한다는 자성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기자협회는 “우리 언론이 광고를 위해 포털 입점에 목매고 기사형 광고나 비판 보도로 광고를 수주하는 행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라며 “먼저 언론의 반성과 성찰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 경기신문 = 나규항 기자 ]
인천 영종도에 추진중인 미단시티 카지노 복합리조트 사업이 결국 무산된다. 6일 RFKR과 인천도시공사 등에 따르면 복합리조트 사업자인 RFKR이 사업 연장을 신청하지 않을 계획이다. 법령상 90일 전인 오는 16일까지 문화체육관광부에 사업기간 연장 신청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현재 신청서 제출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월 네 번째 사업 연장 승인을 받으면서 문체부가 연장 조건으로 내건 ‘3개월 내 공사 재개’는 이뤄지지 않았고, 공사 재개 시점과 세부적 사업 계획도 마련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사업자 측은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해 사업 연장이 불투명하다고 판단, 연장 신청 기한을 일주일 앞두고도 사업 연장 신청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대로 RFKR이 오는 16일까지 연장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사업 연장기간이 끝나는 내년 3월 17일 사업은 자동 취소된다. 미단시티 복합리조트 사업 무산은 이미 예견된 일이다. RFKR과 중국 푸리그룹의 같은 계열사인 알앤에프코리아가 지난 4월부터 EOD(채무불이행)에 빠지면서 중구 운북동 1277-3 일원 소유 부지를 공매로 넘겼기 때문이다. 문제는 해당 부지가 푸리그룹(RFKR)이 미단시티 카지노복합리조트 사업 투자자로 참여한 이후 확보한 땅이라는 점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푸리그룹의 사업 의지가 없다는 의미로 풀이했다. 미단시티는 국내 경제자유구역 중 처음으로 국제공모를 통해 추진된 사업이다. 시행주체는 인천도시공사로 복합리조트 사업은 경자구역 내 외국인전용 카지노업 허가 사전심사제도가 도입되면서 본격화됐다. 최초의 수식어를 달았지만 물거품으로 돌아간 셈이다. RFKR 관계자는 “지난주에도 문체부에 현재 사업 진행상황과 공사에 대해 소명이 필요한 자료를 제출했지만 공동사업자를 찾지 못하면서 사업의 동력을 찾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며 “연장 신청서를 제출해도 심사받을 게 없다”고 말했다. 이어 “공사 재개 시점이나 세부 사업계획도 뚜렷하지 않아 모든 것이 불투명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미단시티 복합리조트 사업은 3만 8365㎡ 규모 용지에 카지노, 특급호텔, 컨벤션시설, 공동주택, 오피스텔 등을 짓는 사업으로 2017년 9월 착공했다. 사업비는 9000여 억 원이다. 현재 앵커시설에 해당하는 27층 특급호텔(750실)이 24층까지 골조가 올라간 상태로 공정률 약 25%에서 멈췄다. [ 경기신문 / 인천 = 유정희 기자 ]
‘유령 영아’ 사건을 조사하고 있는 경찰이 전수 조사 과정에서 돈을 받고 아기를 대신 낳아주는 ‘대리모 범죄’가 실존하는 사실을 파악했다. 경기남부경찰청 여성청소년과는 6일 아동복지법 위반(아동매매) 혐의로 30대 대리모 A씨, 50대 여성 B씨 등 브로커 2명, 의뢰인인 60대 친부 C씨 등 총 4명을 형사 입건했다고 밝혔다. A씨는 2015년 인터넷을 통해 만난 B씨와 출산비 및 병원비, 생활비 등 명목으로 4900만 원을 받는 대가로 대리모를 하기로 공모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이어 이듬해인 2016년 10월 29일 지방의 한 병원에서 C씨의 정자를 이용해 임신한 남자 아기를 출산한 후 C씨 측에 아기를 건네준 것으로 조사됐다. 이 사건은 수원에서 발생한 ‘냉장고 영아 유기’ 사건을 계기로 경찰이 2015년부터 2022년 출산 기록은 있지만 출생 신고는 되지..
남동구가 인천에서 유일하게 회원도시로 몸담고 있던 전국다문화도시협의회를 11년 만에 탈퇴했다. 6일 남동구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다문화도시협의회에 탈퇴 신청서를 보내 수용 결정을 받았다. 가입한 지 11년 만에 구가 탈퇴를 결정한 이유는 협의회에 대한 참여 실익성이 더 이상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전국다문화도시협의회는 다문화사회의 발전적인 담론을 통해 외국인과 지역주민이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 목적으로 2012년 공식 출범했다. 당시 서울 구로구와 경기 안산시‧시흥시가 공동으로 창립했으며, 전국 지자체에 협의회 가입을 제안해 서울 5곳과 경기 14곳 등 모두 24곳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 인천에서는 남동구가 유일하게 회원도시로 가입했다. 협의회 가입 기준은 외국인이 1만 명 이상 살고 있는 기초지자체로, 2012년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6일 국가-지자체-교육청이 유기적으로 결합해 국가가 책임지고 지자체가 직영하는 ‘온 동네 초등 돌봄제도’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가와 지자체, 교육청이 협력해 육아 돌봄과 개인 교육 부담을 덜 수 있어야 저출생 문제를 조금이라도 완화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윤석열 정부는 학교에 부담을 전가해 업무 가중을 야기, 이 때문에 정규 교육까지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돌봄의 질도 떨어진다”며 온 동네 초등 돌봄 제도와 관련해 “돌봄 전담사, 돌봄 보안관을 배치해 안정성을 높이고 재능학교 프로젝트로 교육ᄁᆞ지 이어질 수 있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민주당은 돌봄학교와 관련해 내년도 예산 165억 원 증액을 요구하고 있다. 이 대표는 “국가적 위기에 여야가 따로일 수 없다”며 “국가적 재앙이 분명한 저출생 문제 해결에 모두가 나설 때”라고 강조했다. 또 여야가 6개월마다 보완입법을 전제로 지난 5월 국회를 통과시킨 전세사기특별법의 약속 시한을 넘기자 정부·여당을 향해 책임을 돌렸다. 이 대표는 “전세사기특별법 시행일로부터 6개월이 지났는데 국토교통부와 여당이 계속 약속을 어기고 피해자들의 눈물을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상임위에서도 보증금 선 반환은 불가능하다는 답변만 되풀이 중”이라며 “선 보상 후 구상이 되지 않으면 실제 전세사기 대책은 말뿐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6개월 동안 LH가 전세사기 피해 주택을 매입한 것도 1건도 없다고 한다”며 “오늘 소위가 있지만 여당의 무책임한 태도 때문에 특별법 개정이 불가능한 것으로 예측된다”고 질타했다. 이 대표는 “민주당은 특별법 통과를 끝까지 챙길 것”이라며 “국민의 삶을 책임져야 할 집권당으로서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에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당부했다. [ 경기신문 = 김한별 기자 ]
노동진 수협중앙회장이 지난 5일 국회에서 열린 오징어 생산업계 지원 방안 마련을 위한 민당정 협의회 직후 발표된 정부 대책과 관련해 “수협의 자구노력에 당정이 화답해 준 것에 대해 감사드린다”며 “동해안 어업인의 위기 극복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6일 수협에 따르면 이날 발표된 지원 방안에는 수협이 대신 보증을 서서 손실을 부담하는 조건으로 담보를 보강하고 긴급경영안정자금을 추가 지원하는 유동성 공급 및 금융부담 경감 방안이 포함됐다. 노 회장은 이와 관련해 “긴급 지원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동분서주했다”면서 “현장의 절박함을 해결하는데 미룰 시간이 없었고, 수협부터 먼저 솔선수범해야 국회와 정부가 한시라도 더 빨리 움직일 것 같았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처럼 노 회장이 수협중앙회와 회원조합이..
박찬대(인천연수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6일 검찰이 경기도청을 압수수색한 것에 대해 “지금 검찰의 행태는 윤석열 대통령이 말한 정치보복 그 자체다”라고 비판했다. 박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의 정치보복용 압수수색에 경기도청 문지방이 닳아 없어질 지경”이라며 “누가 봐도 과잉 수사이자 정치보복”이라고 질타했다. 앞서 대선후보 경선 토론회 당시 윤석열 후보가 ‘정치보복 기준이 뭐냐’는 원희룡 후보의 질문에 “누구를 딱 찍어놓고 그 사람 주변을 1년 12달 계속 뒤져 찾는다 그러면 그게 정치보복”이라고 답한 것을 지적한 것이다. 박 최고위원은 “이재명 경기도지사 시절 경기도청 신청사에서 근무한 적이 없고, 작년 7월 취임한 김동연 경기도지사 집무실과 비서실의 컴퓨터는 새로 구입해 예전 기록이 존재하지도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도 굳이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시켜 업무 마비를 유발 중”이라며 “이미 지난해 4월 경찰이 같은 건으로 경기도청을 싹 털어갔는데, 필요한 자료가 있으면 경찰에게 넘겨받으면 될 걸 또다시 요란스럽게 털어댄다”고 쏘아댔다. 또 “작년 7월 1일 이후에만 경기도청에 대한 압수수색은 횟수로 14번, 날짜로는 54일간 그렇게 해서 약 7만 건의 자료를 가져갔는데 그것으로도 모자라 또 압수수색 한다”고 재차 비판했다. 박 최고위원은 “이 정도면 수사가 아니라 노골적인 정치보복 아닌가”라며 “국민이 묻는다. 살아있는 권력과 그 주변 수사를 외면하는 검찰이 존재 이유가 있는지”라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서울 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특혜 의혹 수사는 왜 하지 않나.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수사는 왜 멈춰 있나. 디올 명품백 선물 받은 것은 수사 안 하냐”고 강조했다. 박 최고위원은 “온 국민이 다 알고 있는 윤 대통령 말 하나 덧붙이겠다”며 “검사가 수사권 가지고 보복하면 그게 깡패지, 검사인가”라고 날을 세웠다. [ 경기신문 = 김한별 기자 ]
“실로 그림을 그립니다. 실과 천을 다루는 일은 어릴 적부터 친숙하게 해오던 일이에요. 지난 50년대에는 실과 바늘로 기존 틀에서 벗어나는 작업을 했고, 60년대부터는 염색과 직조를 병행하며 ‘나’라는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 열정적으로 임했습니다” - 이신자 작가노트 중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일생동안 실로 그림을 그리며 작품을 만들어온 한국 현대공예 대표작가 이신자의 회고전이 열리고 있다. 이신자는 195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왕성하게 활동했으며 섬유공예가로서, 교육자로서 자취를 남겼다. 그녀의 작품들은 한국 섬유예술의 변천사 그 자체라는 평을 받는다. 1부에선 그의 1955년부터 1969년까지 작품을 전시한다. 이 시기 이신자는 탈과 딸의 얼굴처럼 한국적인 문양과 정물을 주로 그렸으며, 직선적이고 실의 거친 표현으로 다양성을 표현..
건설사는 대한민국 산업발전의 역사와 함께한다. 한국전쟁 이후 국가 재건 토목사업부터 고도 성장기의 각종 SOC 국책사업에서 건설사들은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국내 기업들의 본격적인 해외 진출에 선봉이었고, 개발도상국 시절 외화를 벌어들이는 주요 창구기도 했다. 현재 대한민국의 대표 주거 형태이자 각 가정의 주된 자산인 아파트 역시 건설사를 빼놓고는 논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에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다. 잦은 인명사고로 지탄을 받기도 하고, 집값 상승의 주범으로 몰리기도 한다. 또 현장의 열악한 노동환경에 대한 지적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이에 <경기신문>은 대한민국 경제발전의 명암을 고스란히 반영한 건설사들의 성장 과정과 문제점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대한민국 기업 역사에서 해방 이전과 이후를 통틀어 1위 회사를 꼽으라면 중장년층 이상은 단연 현대건설이다. 1990년대 이후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하이닉스, LG전자 등이 글로벌 일류 기업으로 성장했지만 대한민국 1등 기업의 원조는 현대건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대건설의 성공으로 창업주 고(故) 정주영 초대회장의 현대그룹은 재계 1위 기업으로 장기간 군림했다. 현대건설의 성공이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등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의 성공을 넘어 현대중공업, HDC현대산업개발 등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들의 성장을 견인했다. 범위를 크게 넓힌다면 SK하이닉스의 전신도 현대전자일 정도다. 대성공을 일군 건설사지만 창업주인 정주영 초대회장 시기 이후 상당기간 표류한 것도 사실이다. 사실상 범현대가의 모태 기업인 만큼 승계 구도를 두고 갈등이 증폭됐던 이른바 '왕자의 난' 당시 가장 많이 언급된 기업이기도 하다. 잘 나가던 현대건설은 정주영 초대회장의 5남 고(故) 정몽헌 회장의 현대그룹 쪽으로 건너갔고, 얼마 지나지 않은 2001년 워크아웃(기업회생절차)에 돌입했다. 1990년 걸프전 여파가 지속되던 가운데 이라크 건설 공사 미수금 1조 원이 결정적이었다. 현대건설은 2006년이 되어서야 워크아웃을 졸업했고, 2010년 9월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이 기간동안 현대그룹은 정몽헌 회장이 비극적으로 유명을 달리했고, 그의 부인인 현정은 회장이 그룹을 이끌고 있었다. 그룹의 모태 격인 현대건설을 되찾기 위해 현정은 회장이 적극적으로 나선 가운데, 정주영 초대회장의 2남이자 현대차그룹을 국내 굴지의 기업으로 성장시킨 고(故) 정몽구 명예회장이 인수의향을 밝혔다. 창업주의 둘째 아들이지만 장남이 불의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이후 사실상 장남 역할을 해 온 정몽구 명예회장이 현대그룹의 적통을 되찾아 오겠다는 행동에 나선 것으로 풀이됐다. 현대건설, 현대증권 등 그룹의 상징적 회사들을 5남에게 넘기는 방식으로 진행됐던 그룹 승계 과정에서 당시로서는 상대적으로 가치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던 자동차 계열사만을 들고 분리한 정몽구 명예회장의 경영능력 검증과 자존심 회복을 위한 일이기도 했다. 일련의 과정 끝에 현대건설은 결국 정몽구 명예회장의 현대차그룹으로 편입됐다. 일반에는 정주영 초대회장의 현대그룹이라는 인식이 강렬했고, 정주영 초대회장의 공식적인 후계자 선언에도 불구하고 자금난에 시달리던 현대그룹보다 현대차그룹이 옛 현대그룹의 후계자로 여겨지고 있던 터라 현대차그룹의 현대건설 인수도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 졌다. 이후 현대건설은 현재까지 안정적인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 정주영 초대회장의 '현대토건'...K-건설의 시작, 중동신화를 일구다 정주영 초대회장의 시작은 잘 알려졌다시피 쌀가게 점원이다. '현대'라는 이름의 첫 회사는 그가 1946년 설립한 현대자동차공업사다. 제조사와는 거리가 먼, 정비와 수리를 주업으로 하던 회사는 해방 이후 크게 성장하지만 아직 현대그룹의 단초가 되기엔 일렀다. 그는 1947년 5월, 자동차공업사 건물 안에 '현대토건' 간판을 추가로 걸고 건설업에 뛰어든다. 현대토건 초기에는 미국 시설관계 공사를 수주해 소소한 공사를 진행하는 정도였다. 정주영 초대회장은 1950년 1월 두 회사를 합병했다. 드디어 현대건설 신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현대건설은 설립 직후 6.25를 맞는다. 이때부터가 현대건설의 급성장기다. 정주영 초대회장은 주한미군 통역장교로 복무하던 동생 정인영의 도움으로 미군 발주 사업에서 두각을 나타낸다. 1952년 미국 아이젠하워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 열흘만에 운현궁에 화장실을 설치했던 일이나, 한겨울 부산 광안리 UN군 묘지에 잔디를 심어달라는 요청에 보리싹을 심었다. 이듬해 봄 잔디로 갈아 심은 사건은 건설업계에 전설처럼 내려오는 일화다. 이같은 정주영 초대회장의 수완은 미군의 발주공사를 독점 수준으로 따내는 원동력이 됐고, 현대건설의 든든한 토대가 됐다. 전쟁이 끝나자 현대건설은 전후 복구 사업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경북 상현교, 동해 철도의 월천교, 흥만교, 논산대교, 성북교, 광상리수원지, 고령교 공사 등 폐허가 된 국토엔 언제나 현대건설이 있었다. 전후 복구가 어느정도 마무리 된 1960년대부터는 토목 분야를 중심으로 전기, 플랜트 등 건축 전 분야에 진출한다. 소양감 댐 건설을 비롯해 1972년부터 건설이 시작된 울산 조선소도 현대건설의 작품이다. 울산 조선소 건립 당시 부지만 있고 공장도, 자본도, 기술력도 부족한 상황에서 유럽을 돌며 차관을 끌어와 도크와 배를 동시에 만든 사건은 지금도 인구에 회자된다. 최초의 건설사 해외진출 역시 현대건설이다. 현대건설은 1965년 태국의 파타니나라티왓 고속도로 공사를 수주하며 국내 건설업계 최초로 해외 진출의 교두보를 놨다. 1973년에는 인도네시아 최초의 고속도로 공사를 맡았고, 이는 훗날 바탐공항, 발리공항 등 교통 인프라와 발전소, 항만, 정유공장 등 인도네시아의 산업 인프라까지 수주하는 성과로 이어졌다. 1970년대 중동 붐도 현대건설을 빼고는 설명하기 어렵다. 특히 '20세기 최대의 역사'로 불리는 사우디 주베일 산업항 건설은 규모만 9억 6000만 달러로 국내 중동건설 붐을 절정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이 금액은 당시 우리나라 국가 예산의 25%에 달하는 거액이었다. 1975년 1월 현대건설은 이란 지점을 개설하며 중동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같은해 8월, 현대건설은 이란 반다르 압바스 동원훈련조선소를 수주하는 성과를 냈고, 한 달 뒤에는 바레인의 아랍수리조선소 공사까지 따낸다. 이후에는 수주 풍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대규모의 계약을 잇따라 체결하게 되고, 현대그룹도 전성기를 맞는다. ◇ 현대차그룹 편입 그 이후 중동 사업은 현대건설에게 아픈 기억도 남겼다. 현대건설은 미국의 이라크 경제제재 이전인 1980~1985년 간 고속도로, 발전소, 주택, 병원 등 공공시설 공사를 대거 수행했다. 하지만 1992년 걸프전이 발발하면서 이 대금을 받지 못했고, 급기야 2000년에는 2조 9800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다. 이라크의 장기 미회수 공사대금 1조 703억 원이 국내 1위 건설사를 부도까지 몰고간 것이다. 이 시기 '왕자의 난'까지 겪으며 정몽헌 회장의 현대그룹 소속이 된 현대건설은 파산위기를 맞아 결국 2001년 워크아웃에 돌입해 2006년 졸업한다. 이후 2010년 다시 시장에 매물로 나온 현대건설은 서로 적통을 주장하는 현정은 회장의 현대그룹과 정몽구 명예회장의 현대차그룹이 치열한 경쟁을 펼쳤고, 결국 현대차그룹 품에 안긴다. 현대건설을 품은 정몽구 명예회장은 현대건설을 글로벌 종합엔지니어링 기업으로 육성한다는 전략 하에 적극적인 투자와 지원에 나선다. 이에 자동차, 철강, 건설을 3대 핵심 성장축으로 설정하며 현대차와 시너지 극대화를 꾀했다. 실제로 현대건설의 해외 수주 현장에 현대제철의 철강이 투입되는 등 가시적인 성과도 충분했다. 현대차의 검증되고 체계적인 관리를 받으며 현대건설은 조금씩 예전의 위상을 되찾아 간다.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부채를 꾸준히 청산한 결과다. 현대건설에 영욕의 시간을 모두 안겨준 중동은 지난 6월 다시 한 번 낭보를 전한다. 50억 달러 규모의 사우디 최대 석유화학단지 건설사업 수주에 성공하면서다. 특히 설계·구매·건설 등 공사의 전 과정을 일괄 수행하는 턴키(Turn Key) 방식으로 수주해 경쟁력을 확인했다. ◇ 아파트에 한국 현대사의 흐름을 담다 국내 건설사 이야기에서 아파트는 빠질 수 없는 소재다. 이는 현대건설도 마찬가지다. 현대건설 최초의 아파트는 1964년 서울 마포구 도화동 일대의 마포아파트다. 국내 5개 업체가 참여한 6층 규모의 아파트로, 국내 최초의 단지형 아파트였다. 압구정 현대아파트는 대한민국 현대사의 많은 부분을 상징한다. 1970년대 고속 성장기를 맞아 도심 주택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대규모 아파트들이 지어졌다. 현대건설의 첫 독자 아파트는 서빙고 현대아파트로, 이 아파트의 성공이 압구정 현대아파트로 이어진다. 1987년 건설된 압구정 현대아파트는 1987년 총 14차, 6000세대 이상의 규모로 12년에 걸쳐 지어졌으며, 15층 이상의 고층으로 구현됐다. 강남의 상징이자 부촌의 상징처럼 된 압구정 현대아파트는 현재도 최고가 아파트의 위용을 유지하고 있으며, 재건축 논의가 한창인 것으로 알려졌다. 2000년대는 본격적인 브랜드 아파트 전성시대의 시작이다. 현대건설은 2007년 7월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현대홈타운' 브랜드를 런칭한다. 이어 2009년 5월에는 첫 '힐스테이트' 브랜드 아파트인 서울숲 힐스테이트를 선보이며 고급화 된 브랜드 아파트 경쟁에 본격적으로 돌입한다. 현재 현대건설의 하이엔드 브랜드 '디에이치(THE H)'가 처음 알려진 것은 2015년 4월이다. 'H 엠블럼'을 계승한 디에이치는 프리미엄 아파트 브랜드 경쟁에서 차별화를 위한 네이밍이다. ◇ 현대건설의 사건·사고 대형 건설사들이 피할 수 없는 과제가 사건, 사고다. 특히 사망사고나 부실시공 관련 이슈는 대중적 관심도가 높고, 정부의 제재도 가능하다. 현대건설 역시 사건, 사고에서 자유롭지는 않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현대건설 작업현장에서 2011년부터 2021년 8월까지 약 10년간 발생한 사망사고는 51건에 달한다. 2022년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이후부터 지난 10월까지 약 22개월만도 현대건설 현장에서 6명이 숨졌다. 잇따르는 사망사고에 현대건설 뿐만 아니라 다수의 대형 건설사들이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은 미흡하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부실시공도 항상 건설사를 따라다니는 꼬리표다. 2019년 하반기부터 2021년 상반기까지 시공능력 10위 이내의 건설사 중 2년치 벌점 부과 가장 많은 곳은 현대건설로 나타났다. 벌점 횟수는 14회에 달했다. 시공능력평가 2위의 현대건설로는 불명예 기록이다. ◇ 품질·안전 경영 강화로 '재도약' 노린다 현대건설은 활발한 해외 사업 추진과 함께 경영 목표를 '중대 품질 하자 제로(ZERO)'로 설정했다. 이를 위해 2022년 말 품질경영 조직체계를 개편하고, 품질전략실 산하 3개 팀을 운영한다. 또 AI(인공지능) 기반의 CCTV 분석 시스템을 180여개 국내 전 사업장에 적용해 현장의 안전 확보에 나설 계획이다. AI가 실시간으로 현장의 위험요소를 감지하거나 예측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함이다. 기술 개발을 통한 안정성 및 수익성 강화에도 나선다. 콘크리트 품질을 높여 고품질과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밖에도 현대건설은 ESG경영과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해 지속가능경영 4대 추진체계(▲번영(Prosperity) ▲지구(Planet) ▲사람(People) ▲원칙(Principle))와 ESG 부문별 8대 추진 전략을 설정했다. 이를 토대로 ▲안전 ▲품질 ▲기후변화 등 12개의 중대 이슈에 집중한다. 품질 조직을 전략기획사업부 산하로 정비하는 한편, 외부 품질 진단 전문 업체를 활용한 제3자 시공품질평가(Q-TPI) 제도를 도입하는 등 품질 경영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전년 대비 안전보건 투자를 23% 확대하고, 전 현장 대상의 안전점검 횟수를 2500여 회에서 4735회(84% 증가)로 확대·시행해 안전 경영에도 나선다. 올해로 창립 76주년을 맞은 현대건설. 범 현대가의 모태이자 저력의 현대건설의 앞으로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경기신문 = 오다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