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20년 전이다. 내과수련의로 근무하던 때 지도교수님의 진료실은 화병환자가 많이 내원했다. 진료실과 입원실이 붐볐다. 그런데 화병을 치료해야지 하고 오지는 않았다. 대부분 가슴이 두근거리고 답답하고 아프거나 혹은 잠을 못자서였다. 손발이 저리고 얼굴로 열이 오르고 머리가 아프고 어지럽기도 했다. 이런 증상들과 함께 많은 경우 고혈압. 심장질환, 당뇨를 진단받아 양약 복용 중에 중풍증상을 나타내어 입원하는 경우도 많았다. 교수님은 그들에게서 화병을 진단해 내셨다. 화병환자들은 거의 대부분 기혼 50-70대 여성이었다. 화병의 제일 큰 원인인 남편, 시댁과의 관계에서의 상처. 경제적 곤란을 콕 찝어 질문하면 대부분 맞았다. 다음에 올 때 반드시 남편을 같이 오라고 하셨다. 부부상담을 하며 호통과 넉살을 섞은 상담에 환자들이 한바탕 울음을 쏟..
경기도가 ‘2024년 아파트 노동자 인권보호 및 인식개선 지원사업’ 수행기관을 2월 6일까지 모집하고 있다. 도는 이 사업이 경비노동자 등 공동주택 관리종사자들의 인권을 보호하고 고용안정과 ‘착한아파트 문화’ 조성·확산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도가 정의하는 ‘착한 아파트’는 “아파트 관리종사자의 고용안정(근로계약 1년 이상)과 노동인권을 보호하고 입주민과 상호 존중하는 상생협력단지”다. 그동안 아파트 노동자들에게 가해지는 비인권적인 행위와 갑질이 사회문제가 됐다. 입주민이나 관리사무소, 용역업체 등으로부터 받는 부당한 처우에 나이 들고 힘없는 아파트 노동자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했다. 이에 경기도는 2021년부터 ‘아파트 노동자 인권보호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아파트 노동자 인권보호와 고용안정 기반 지원체..
며칠 전 서울 5호선 연장 노선안 발표 뉴스로 김포시민들 모두가 쌍수를 들고 환영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지만 반대로 인천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번에 국토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이하 대광위)가 발표한 제시안이 김포 입장을 많이 반영했다는 전반적인 평가와 무관하지 않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5호선 연장안 발표 관련 기사에 대해 정왕룡 전 김포시의원은 “시간과 실행력 문제… 샴페인을 터트리기엔 아직 이르다”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정 전 의원은 늘 지역 정치권과 김포시정이 올바르지 않으면 과감히 지적하며, 비판적인 뉘앙스의 글을 수시로 자신의 SNS에 훈수를 놓아 김포 대두라고 불리고 있다. 그는 "김포가 애초 제시했던 인천 경유 2개 역사를 관철했고, 인천 불로 대곡역을 김포 감정동으로 변경했을 뿐 아니라 통진 연장 가능성까지 언급했으니 환영할 만한 일이다"고 했다. 또한 "아쉬운 것은 대광위가 뜬금없이 건설물폐기장 이전 등도 김포와 인천의 공동책임으로 거론하기까지 했으니 이번 발표에 반발하는 인천은 건설물폐기장 이전 관련 공동책임을 따지고 들면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이번 계획은 어디까지나 대광위의 제안이라는 성격을 못 벗어나고 있다는 점이라고 했다. 왜냐면 지자체(인천·김포) 간에 합의와 주민협의를 언급하며 최종확정을 총선 이후로 미룬 점도 대광위 스스로가 부담을 덜어버리기 위한 선택이 아니겠냐는 것이다. 김포는 5호선 연장안, 콤팩트 시 어느 하나하나가 해결하기 쉽지 않은 복잡한 사안들이라면서 결국 이것을 해결하는 것은 지역 정치권의 몫이라고 했다. 띠라서 이번 일로 인해 총선 주자들이 서로 공과를 다투는 볼썽 사나운 모습은 시민들이 원치 않으며 5호선만큼은 소속 정당을 떠나 지역 정치권의 한목소리를 내는 것이 절실하다고 했다. 정치권의 영향을 고려한다면 고개를 끄덕일 수도 있는 의견이라고 생각한다. 어려운 문제를 풀어나가려면 다소 의아한 제안이라도 색다른 관점으로 접근하고 해결방안을 찾는 것도 방법이라고 봤기 때문에 정 전 시의원이 이번 글을 올린 것 아닌가 싶다. 따라서 지역의 문제는 지자체가 스스로 해결하는 것이 맞는 만큼 현실적인 정책을 마련해 시행해야 할 것이다. 핵심은 김포시의 당면 과제인 인구 유입과 교통 인프라 확대를 위한 획기적인 정책이다. 활력이 넘치는 김포시를 만드는 것이 핵심임을 지역 시정 책임자나 정치권은 명심해야 한다. [ 경기신문 = 천용남 기자 ]
우리 주변을 조그만 돌아보면 우리는 혼돈과 무질서의 어딘가에서 허우적대는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바로 알 수 있다. 우리는 거대한 질서 속에서 웅장한 생명의 협주곡을 함께 연주하는 중이다. 우리의 몸을 이루는 분자는 이전에 누구의 몸 혹은 자연의 일부였고, 또 앞으로도 누군가의 몸 혹은 자연의 일부가 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의 몸을 결코 소멸하지 않고, 지구 상의 생명이 계속되는 한 끊임없이 다시 어딘가에서 살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내 몸의 분자 단위만이 아니라, 내 몸을 꾸려가는 기본 원리도 살아 있는 세상의 모든 나머지와 함께 같은 원리로 돌아가며 함께 호흡한다. 우리는 진정 우주에 속한 존재이며, 이 귀속감을 깨닫는 일은 우리 삶에 진정한 의미를 일깨우고 그 깊이를 더해준다. (프리초프 카프라) 예수가 당면했던 사회 분위기와 부처가 출..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인구위기를 가리켜, 누구나 다 알지만 미처 대처하지 못하고 있는 ‘회색 코뿔소’에 빗댄 바 있다. 그렇다면 이 같은 회색 코뿔소를 막기 위한 방법은 없는 것인지 지난호에 이어 이번호에서는 경기도의 저출생 극복을 위한 노력을 예산의 측면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예산이란 한 해 동안 지방정부에서 어떠한 일을 하기 위해 필요한 돈을 의미하는 것으로 예산을 살펴보면 그 지역의 중점사업이 무엇인지 가늠하기 수월하다. 경기도 예산서를 기준으로 저출생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예산항목은 복지분야(예산코드 080)의 보육·가족 및 여성(084)부문이 해당된다. 그런데 보육, 가족, 여성이 하나의 코드로 묶여 있기 때문에 이 예산이 어디에, 누구를 위해, 얼마만큼 사용한 것인지는 분석을 하지 않으면 확인할 방법이 없다. 다행히 경기복지재단에..
경기도교육청이 교육부 정책의 일환으로 오는 3월 새 학기부터 도내에 학교폭력전담조사관(전담조사관)을 배치해 교육계의 해묵은 숙제인 학폭 문제에 적극 대응한다는 소식이다. 교육 일선에 배치되는 전담조사관이 제 기능을 발휘하게 되면 난제 해소를 위한 새로운 변곡점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전문성’ 확보와 제도의 ‘지속가능성’ 여부다. 극적 효과를 도출하기 위한 심층적인 준비와 효율적인 운영 시스템이 뒷받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처음 투입되는 전담조사관은 학교폭력 업무·생활지도 및 학생 선도 경력이 있고 사안 파악․정리 역량 등을 갖춘 퇴직 교원 또는 퇴직 경찰, 청소년 선도·보호·상담 활동 등의 유경력자들로 위촉한다. 도교육청은 올해 전담조사관 730여 명을 교육지원청 학교폭력제로센터에 지역별 학폭 접수 건수를 고려하여 5~70명을 배치하고, 충분한 사전 연수 운영 후 학교를 지원할 방침이다. 전담조사관은 지난해 12월 교육부가 발표한 ‘학교폭력 사안 처리 개선 및 학교폭력전담경찰관 역할 역량 강화’ 방안에 따라 운영된다. 전담조사관의 역할은 학교폭력 사안 조사, 학교폭력 사례 회의 참석 및 결과 보고, 학교전담경찰관(SPO)과 정보공유·사안 조사·자문 요청, 심의위원회 참석 등의 역할을 맡는다. 이들은 학교폭력 사안이 접수되면 학교를 방문해 해당 사안을 중립적·객관적으로 조사하고 조사보고서를 작성한 다음 학교폭력전담기구, 사례회의·심의위원회 등 회의에 참석해 결과를 보고한다. 전담조사관 제도는 교사들이 학교폭력 사안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학부모 악성 민원과 협박에 시달려 교육활동에 집중하기 어렵다는 현장 교사들의 호소에 따라 신설됐다. 전국 177개 교육지원청에 약 15명을 기준으로 모두 2700명을 배치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12월 말 교육부의 시행계획에 따라 시·도교육청은 3개월 안에 개입 단계·인원·선발 방식·연수 방안을 비롯한 운영 세부 내용 마련에 착수한 상태다. 정책 발표 당시 가장 많이 대두됐던 문제는 전문성 부족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부분이었다. 아무리 교직이나 사법 경력을 가진 인력자원이라고 해도 ‘학교폭력’이라는 특수한 영역을 특별하게 다뤄야 하는 직책이기 때문에 별도의 충분한 교육연수를 통해 전문성을 제고해야 하는데, 과연 이렇게 짧은 시일에 모든 요건을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우려가 쏟아진 게 사실이다. 또 다른 문제는 시행 첫해이기 때문에 이번에는 교육부에 특별교부금을 준비하지만 전담조사관 제도가 기본적으로 지방자치 사무이기 때문에 3년이 지나면 100% 시·도교육청 재원으로 운영돼야 한다는 한계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 간 갈등이 불거지지 않도록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추가적인 조치들이 보완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학교폭력 문제는 우리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현실적 과제다. 아이들이 각종 폭력물에 노출된 채 성장해야만 하는 환경이 개선되지 않는 한 이 문제는 좀처럼 근절되기 어렵다. 오죽하면 문제를 떠맡아오던 교사들이 스스로 목숨을 버리는 사태까지 잇따랐을까. 모처럼 마련된 진일보한 대책이 성공할 수 있도록 학교폭력전담조사관 제도의 정착에 정성을 다해주길 당부한다.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정책 기사의 중요성이 커진다. 유권자가 정책 내용을 기준 삼아 투표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정책 선거가 되려면 일차적으로 후보와 정당이 유권자의 삶에 밀접한 정책을 제안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유권자의 피부에 와닿을 정도로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성이 높은 정책일수록 좋다. 표심을 끌어당기기에 이만큼 확실한 것도 없다는 이유에서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공교롭게도 같은 날에 ‘저출생’ 대책 공약을 발표했다. 덕분에 언론은 양당의 저출생 대책 공약을 비교 보도할 수 있었다. 국민의힘은 부총리급의 ‘인구부’를, 민주당은 가칭 ‘인구위기대응부’를 신설하겠다고 공약했다. 여야 모두 저출생 정책 총괄 부서를 둔다는 점에선 비슷한 부분이 보인다. 그런데 각론에 들어가 보면 차이가 제법 있다. 여당은 저출생 문제가..
실종(失踪)이라고 하지요. 어딘가에 있을 것 같은데. 틀림없이 있기는 할 것 같은데. 안타깝게도 생사조차 확인되지 않는 사람 말입니다. 찬찬이 들여다보면 실종된 사람 참 많습니다. 절대로 없어져선 안 될 사람이 사라졌을 때는 눈앞이 깜깜합니다. 이를테면 훌륭한 인품을 지녔다거나, 생각만 해도 존경심이 솟구치는 그런 사람 말입니다. 물론 잘 알고 있습니다. 동네든 직장이든 그 어디든, 그런 사람 하나쯤 있다는 것을요. 어쩌면 우리사회가 실종되지 않는 까닭도 그런 사람이 있어줘서일 겁니다. 그런데 말이지요. 동네에도 있고 직장에도 있는 그런 사람이 왜 거기에는 없는 걸까요. 그 무리와 그 집단에서는 찾아보기 힘들까요. 혹여, 노안(老眼)으로 돋보기안경을 쓰게 된 뒤부터 내 눈에 보이지 않는 걸까요. 주소도 이름도 필요 없었습니다. 편지 겉봉에 ‘런던에서 가장 위대한 사람에게.’라고만 쓰면 배달이 되었습니다. 바로 윈스턴 처칠입니다. 그는 BBC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가장 위대한 영국인’으로 뽑히기도 하였습니다. 부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내가 느끼는 부러움은 처칠이 아니라 그를 대하는 사람들에게로 향합니다. 세상을 떠난 지 60여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존경할 대상으로 꼽는 영국 사람들에게로 말입니다. 부러움 끝이 못내 씁쓸한 것도 그래서일지 모르겠습니다. 영국 국민들이 그러하듯이, 생각과 처지를 넘어 한마음으로 존경하는 정치인이 왜 우리에겐 없는 걸까요. 어쩌자고 실종되고 말았을까요. 코빼기도 보이지 않고 꽁꽁 숨었을까요. 빌어먹을, 이러다가 영영 멸종(滅種)되고 마는 것은 아니겠지요. 겨울의 한복판입니다. 이맘때면 어김없이 벌어지는 장터가 있습니다. 바겐세일과 선거판이 그것입니다. 사달라고 머리 조아리는 건 같지만 다른 점도 많습니다. 무엇보다 선거판은 해마다 열리는 연말연시 바겐세일이 아닙니다. 4년이나 5년에 한 번씩 열리는 장터라서 그럴까요. 물건을 파는 상인들과 달리 정치인들은 고마움을 모릅니다. 그들은 늘 달라고만 합니다. 철없는 아이처럼 조르고 때 쓰며 바짓가랑이를 붙듭니다. 도와주세요. 찍어주세요. 후원해주세요. 그렇게 조아리다가도 선거만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목에 힘부터 들어갑니다. 꼰대, 그것 별게 아닙니다. 고마움을 모르고 받는데 익숙하면 꼰대입니다. 익숙함을 넘어 당연함이 되면 꼰대 중에서도 왕 꼰대입니다. 하긴 그걸 알면 꼰대가 되었겠습니까마는. 그래서 사람을 찾습니다. 대신 우산 받쳐주고, 대신 가방 들어주고, 대신 문 열어주는 인간 말고 제대로 된 사람 어디 없습니까. 일분일초가 아까운 재해복구현장을 찾아가서, 복구책임자에게 브리핑을 요구하는 인간 말고 정신 온전한 사람 어디 없습니까. 카메라맨 대동하고 등장했다가 그릇 몇 개 씻고 삽질 두어 번 하더니 사진만 찍고 퇴장하는 인간 말고 사리분별 가능한 사람 어디 없습니까. 울어야할 때와 웃어야할 때라도 가릴 줄 아는 사람 어디 없습니까. 정치를 계급으로 착각하는 인간 말고, 정치를 돈벌이로 망각하는 인간 말고, 제대로 정치할 사람 어디 없습니까. 그것이 욕심이라면 눈치코치라도 있는 사람 어디 없겠습니까. 정말이지 절박한 심정으로 사람을 찾습니다. 국회의원선거가 코앞입니다.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전세 사기 사건을 막기 위해서는 명목회사(Paper company)가 손쉽게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는 대출 환경을 차단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주로 젊은 가정의 ‘내 집 마련’ 꿈을 파고들어 피눈물을 흘리게 만드는 전세 사기는 반드시 근절시켜야 할 시대적 범죄다. 금융기관이 명목회사에 대출해주는 과정에 철저한 심사와 감독이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해법이 될 수 있다는 견해가 힘을 받고 있다. 경기신문 취재에 따르면, 전세보증금을 편취한 의혹을 받는 임대인들은 자본도 없이 명목회사 방식으로 임대 관련 법인을 세우고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임대업 사기를 벌이는 게 공식이다. 이들은 가족이나 지인 등 사무실도 없이 이름만 있는 소규모 법인 회사를 설립했다. 해당 사무실에 연락을 시도해도 닿지 않는 경우..
북측은 한반도에서 통일이나 동족 개념을 지우기로 했다. 지난 1월 15일 있었던 최고 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도 김정은 위원장은 '삼천리금수강산', '8천만 겨레' 등의 말을 더 이상 사용하지 않고,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 등의 표현 역시 헌법 조문에서 삭제할 것을 분명히 했다. 통일, 화해, 동족 개념의 ‘조국통일3대헌장기념탑’도 철거할 것을 언급했다.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유훈의 기존 기조를 전면 부정한 김정은 위원장 나름의 새로운 북조선 구상이다. 한반도 내의 ‘적대적 두 국가관계’를 분명히 했고, 북은 사회주의 전략국가, 대한민국은 제1적대국이 되었다. 예상을 뛰어넘는 전쟁마저 거론된 김정은의 강력한 표현과 강경 방침에 남한 사회는, 특히 통일을 생각해 온 진보 단체들은 충격 그 자체다. 남측에서는 18일 한미일 3국 북핵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