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에 대한 맹공이 여야를 초월해서 연일 계속되고 있다. 성남시장 재직 시 추진되었던 대장동 개발 건은 추석 민심의 바로미터가 되기에 충분할 정도로 보도량이 엄청났고 길거리에도 화천대유는 누구 것이냐는 등의 문구로 도배되어 있다. 이 지사의 입장에서는 크게 서운하겠지만 내년 대선의 지지율 1위 후보이기에 당연히 감수해야 할 공격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진실이야 곳 밝혀지겠지만 정치는 법이나 경제처럼 조문의 해석이나 수치로 결과되는 것이 아니라 받아들이는 사람의 감성 영역이기에 먼저 예단하고 시작하는 게임이다. 국민은 진실여부를 떠나 한 번의 판단으로 내린 결정은 잘 바꾸질 않는다. 야당과 언론 심지어는 여당 경쟁자까지 어느 것 하나 그에게 우호적인 배경은 없다. 그럼에도 진정성을 바탕으로 오해가 불식된다면 그렇게 형성된 신뢰는 더욱 오래가고 견고해진다. 그러므로 이번 협공을 어떻게 극복하느냐는 이 지사의 향후 대선 가도에 큰 영향을 줄 것이다. 우리 역사에서 아마도 가장 어렵게 군주의 자리에 오른 임금을 꼽으라면 조선시대 정조를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는 부친 사도세자가 뒤주 속에 갇혀서 돌아가실 때 11살이었다. 할아버지인 영조의 다리 춤에 매달려 아버지를 용서해 달라고 빌었을 정도로 생생한 나이였다. 그랬던 정조가 영조의 뒤를 이을 세손(世孫)으로 지명되자 아버지의 죽음에 무관치 않았던 노론세력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가 장차 군주가 되었을 때 사도세자의 복수를 들고 나오면 누가 말릴 것인가 하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그래서 노론 세력은 어떻게서든 정조의 등극을 막아야 했다. 사가로 쫓겨났다가 다시 입궐해서 세손 교육을 받게 된 11살의 정조는 이미 철이 들었고 사태 파악을 했다. 세손 정조를 폐위시키려 하는 집권 노론세력은 집요하게 정조를 모함했다. 죄인의 자식이므로 왕위를 오를 수 없다는 지적부터 공부를 게을리한다, 몸이 약하다, 여색을 밝힌다 등등 없는 말도 만들어 내는 판이었다. 억울한 정조였지만 그는 한없이 자신을 낮추고 왕위에 오를 길을 선택했다. 죽은 큰아버지인 효장세자의 아들로 입적되어 죄인의 자식이라는 흠결을 지웠고 처소에서 매일 밤낮을 가리지 않고 독서하고, 후원의 사냥터에서 활쏘기를 즐겨 명궁 소리를 들었으며, 궁궐 밖을 나가지 않음으로써 오해의 싹을 잘랐다. 등극하기 전 정조보다 더 모함으로 위기의 연속이었던 정치인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오로지 진정성과 초인적인 의지로 어려움을 극복해 나갔고 드디어 26살에 왕위에 올라 조선 진경문화 시대를 여니 그가 대왕 정조였다. 마키아벨리의 어록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있다. “이 세상의 모든 의미 있는 일은 위험 속에서 이루어졌다. 강인한 의지는 어려움과 시련을 초월한다.” 이 지사가 국민의 감성을 살 수 있다면 대동세상을 만들겠다는 큰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올 것이다. 모든 것은 정치인 이 지사에게 어느 정도의 강인한 의지가 있느냐이다.
요즘 한의원에는 새로운 병명으로 내원하는 환자들이 있다. 이른바 코로나 19 백신 접종 후 발생한 증상들이다. 사실 백신을 예방적 치료에 적용한 이후로 백신 부작용에 대한 보고는 끊임없이 있었기 때문에 엄밀히는 새로운 병명은 아니다. 새롭게 느껴지는 이유는 드물게 보고되었던 백신 접종 후 증상들이 이번 코로나 19 백신 접종 후는 1차 의료기관인 한의원에 자주 내원할 정도로 빈도가 증가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국민적으로 학습되어 있는 백신을 맞은 직후의 팔의 통증, 림프부종, 두통, 발열, 전신통, 오한 등은 외에도 원래 몸에 지니고 있는 증상이 심해지는 경우도 많다. 설사와 소화불량 위염 등으로 불편했는데 조금 회복된 7일 후 백신을 맞았는데 다시 설사하고 소화가 되지 않고 무기력해진다. 원래 간헐적으로 발생했다가 마약성 진통제 복용 후 호전..
내년 대선이 5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 당내 경선과 여론조사 등을 통해 여야 유력 후보군들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특히 이번 대선은 최근 두 차례(2012년, 2017년) 치러진 대선과 달리 여·야와 당내 경선 구도가 접전 조짐을 보이면서 정책 대결보다는 네거티브 난타전에다 물리적 충돌까지 발생하는 등 선거 과열의 후유증이 우려되고 있다. 여야와 각 후보 진영은 이른바 ‘사주고발’·‘대장지구’ 의혹 등을 둘러싸고 피아 구분 없는 백병전 같은 싸움을 하고 있다. 특히 지난 15일 더불어민주당 경선 후보인 이낙연 전 대표의 지지자가 이재명 경기지사 지지자를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한 데 이어, 지난 16일에는 국민의힘 윤석열 전 검찰총장 지지자들이 방송토론회가 끝난 뒤 같은 당 홍준표 의원에 달려드는 과정에서 홍 의원 캠프 관계자가 다치는 일이 벌어..
탈레반의 20년 만의 아프가니스탄 장악은 그 신속함과 정부군의 무력함에 국제사회는 허탈해하면서 향후 추이를 주시하고 있다. 20년 전과 오늘의 탈레반은 어떻게 달라졌는지. 과연 지금의 탈레반 지도부들이 언명한 여성인권 보장, 언론자유 등의 약속이 지켜질지에 대해 우려스러운 눈길을 보내고 있다. 우리에게는 미군 철수가 심각한 안보공백과 국가생존을 위협하는 요소임을 새삼 일깨워준 사변이 되었다. 한편으로 아프가니스탄의 조기 몰락 원인을 놓고, ‘영원한 전쟁’을 끝내고 중·러에 집중하겠다는 미국의 전략적 목표전환과 다양한 부족으로 뒤섞인 아프간 속성 파악 실패와 더불어 정부군의 싸울 의지와 역량 부족 등이 겹치면서 일어난 참사라는게 대체적으로 일치된 분석이다. 그러나 이 분석에는 한 가지 중요한 부분이 빠졌다. 바로 탈레반이 20여..
부드럽고 유연하지만 힘이 느껴지는 피아노곡은 단연 짐노페디(Gymnopédies)다. 이곡은 프랑스 작곡가 에릭 사티(Erik Satie)의 대표작이다. 짐노페디란 무엇일까. 프랑스어 사전에서 찾아볼 수 없는 단어다. 문학을 즐겼던 사티는 플로베르의 소설 살람보(Salammbô)와 고대 그리스춤에서 영감을 얻어 ‘짐노페디’를 만들었다. “벌거벗은 아이들이 추는 춤.” 사티는 몽마르트르를 오가며 말라르메, 베를렌느, 꼭도, 피카소 등을 만나 우정을 쌓고, 카바레 ‘검은 고양이’에서 피아노를 치곤 했다. 이는 그의 음악에 큰 영향을 줬다. 주옥같은 그노시엔느(Gnossiennes)도 마찬가지다. 그리스어 ‘크노소스’에서 영감을 얻었다. 인생은 아이러닌가. 피아노에 소질이 없다는 평가를 받던 사티가 피아노의 대가가 됐으니 말이다. 사티는 노르망디 옹플뢰르(Honfleur)에서 태어났다. 여섯 살 때 파리로 오지만 갑자기 어머니를 잃고 형과 함께 다시 옹플뢰르 할머니에게 돌아가야 했다. 하지만 할머니마저 의문의 죽음을 당하자 다시 파리로 아버지를 찾아오게 된다. 열 살 연상의 피아노 선생과 재혼한 아버지. 그 여인이 사티에게 피아노를 가르쳐 준 것이다. 사티는 주로 몽마르트르에서 살았다. 하지만 오늘날 몽마르트르에는 사티의 흔적을 거의 찾을 수 없다. 바람이 흩날리던 벌판도 사라지고 '검은 고양이'도 사라졌다. 그래서일까. 사티를 사모하는 팬들은 옹플뢰르로 몰려든다. 사티의 메종이 있는 옹플뢰르 오뜨(Haute) 거리에 세워진 사티박물관. 이 박물관은 사티만큼이나 괴상하다. 첫 방에 들어가면 먹음직스런 노란 배 모양의 큼직한 전구가 다리를 쩍 벌리고 있다. 다른 방으로 들어가면 장롱이 있고 그 안에는 사티의 물건이 가득하다. 깃이 빳빳한 와이셔츠와 우산들. 그가 생전에 수집했던 것이다. 사티는 이 물건들을 비밀의 방에 차곡차곡 모았었다. 옹플뢰르는 미술가들의 흔적도 많다. 르 아브르(Le Havre) 항구를 마주한 센 강 하구에 위치한 이 마을은 시시각각으로 반사되는 강물 위의 햇빛이 장관이다. 꾸르베, 모네, 부댕과 같은 인상파 화가들은 이곳을 화폭에 담기 위해 자주 방문하곤 했다. 하지만 옹플뢰르의 대장주는 역시 비외 바쌩(Vieux bassin: 옛날 항구)과 리외트낭스(Lieutenance)다. 돌판 지붕의 촘촘한 집들이 물 위에 투영된 장면은 신비 그 자체다.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포석이 깔린 골목길들, 골조가 보이는 무수한 노르망디식 건물, 희한한 레스토랑, 아름다운 가게들, 매혹적인 호텔들과 예술적인 기념물들은 보는 이로 하여금 탄성을 지르게 한다. 우산을 쓴 채 이 골목을 걸으며 짐노페디를 듣는다면 그보다 더 행복한 순간이 있을까. 만약 헤어진 연인이 그립다면 주 트 붜(Je te veux: 나는 너를 원해)도 좋다. 어느 쪽이든 당신의 맘이다.
코로나 사태가 델타 변이 등의 등장으로 장기화 되면서 자영업자들의 삶은 더욱더 피폐해 지고 있다. 목숨을 끊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한, 두 번이 아니다. 한편, 오히려 이 시기에 부유한 이들은 더욱 부유해졌다는 뉴스도 있다. 인간이 평등하다는 것을 부정하는 이는 없고, 각 개인의 다양한 삶이 인정되는 시대지만, 이런 식으로 특정 계층 사람이 죽음을 쉽게 겪는 사회적 다양함이란 공정한 것 같지 않다. 아니 인간이 평등한 시대라고 하지만, 우리 인간 사회가 결코 평등한 것 같지 않다. 그런데 공정한 과정으로 돈을 벌었다면, 그/그녀가 고액을 지불해 비행기 일등석에 타서 좋은 대우를 받는다고 불공정하다고 말하지 않는 것처럼 다양한 형태의 삶이 있는 인간 사회에서 평등함이 자리 잡으려면 공정해야 한다. 일등석과 일반석을 인정하듯이 이때의 공정이란 다양..
“지난해 6월 기준 공무원 1인당 맡아야 하는 주민 수는 경기도가 3083명, 서울시가 844명으로 경기도가 무려 4배가 더 많아 도민에게 마땅히 돌아가야 할 행정서비스의 질적 저하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는 경기도의회 김봉균 도의원이 지난 15일 열린 제354회 임시회 제4차 본회의에서 한 5분 자유발언이다. 전국 최대·최고 규모 지방정부의 위상에 걸맞은 조직 규모 격상이 필요하다는 것인데 그의 주장에 공감이 간다. 실제로 지난 8월 기준 경기도의 인구는 1387만 명인데 서울시 인구는 978만 명이었다. 무려 400만 명이 넘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 400만 명은 강원도, 전라북도, 제주도 인구수를 합친 것이다. 지역 내 총생산도 서울시보다 경기도가 많다. 그런데 앞에서 짚은 것처럼 공무원 1명이 맡아야 하는 주민 수는 서울시의 4배다. 게다가 오세훈 서울..
1. 올해 처음으로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을 앞질렀다는 여론조사가 나왔다. 언론은 국민지원금 선별지급 문제,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컷오프 돌입 등을 원인으로 든다. 후보 경선 밴드웨건 효과로 따지자면 민주당이 주목도나 흥행효과 등에서 압도적 우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니 위의 원인분석 중 후자는 타당성이 낮다. 하지만 일파만파로 퍼져나가는 국민지원금 하위 88% 지급 논란은 다르다. 현재 민주당 지지율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금과 같은 신자유주의적 코로나 위기대처 정책이 계속되는 한 앞으로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된다. 하위 88퍼센트로 끊은 지원금 선별지원의 (건강보험료 기준 산정의 비 적절성 등) 절차적, 실무적 난맥상 때문에 상위 12퍼센트에 포함될 수 없는 지원 제외자가 양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내년 3·9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추석을 맞았다. 민주당은 후보 경선이 중반전에 돌입했고, 야당인 국민의힘은 초반 레이스가 진행 중이다. 여당의 경우는 어느 정도 윤곽이 좁혀지고 있지만 국민의힘은 고발사주 의혹 등 변수들로 경선 구도가 매우 혼란스럽다. 2년 차의 코로나 여파로 예전 같은 한가위의 민족 대이동은 아니지만 닷새간의 연휴라서 적지 않은 친지들간 왕래가 예상된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내년 대선이 화제에 오르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번 추석 민심은 6개월도 남지 않은 대선 향배에 중대한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높다. 국민들은 차기 대통령감으로 어떤 자질을 기대하고 있을까. 국민들의 마음은 무겁다. 코로나 2년 차가 주는 버거움에다 추석 한가위가 주는 잠깐의 넉넉함과 기쁨도 여의도 정치권이 블랙홀처럼 앗아가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한가위는 달빛이 가장 좋은 날이다. 아주 큰 보름달이 가을의 중간에 있다고 한가위이다. 햇볕의 도움으로 가을이 완성될 텐데 조상들은 어둠 속 달빛이 가장 빛나는 날 ‘中秋之月’를 한가위라고 했다. 가을의 중간이라고 하지만 초가을이다. 옥수수는 아직 여물지 않았고 벼는 지금부터 누릿해진다. 그럼에도 햇곡식을 조상들에게 먼저 드린다. 둥그런 보름달과 다시 일그러질 달의 인력(引力)을 보면서 떠나간 사람을 그리워하며 술 한잔 마시는 날이다. 고향에서도 한가위를 즐긴다. 한가위라는 말보다는 추석이라고 했다. 농촌에 시집간 언니가 햇 곡식을 가져오면 그것으로 제상을 차리기도 한다. 지나간 시간들이 지금의 생활에 비하면 가난하고 가난해서 어느 때가 나았다고 말할 수 없지만 그래도 추석에는 풍성했다. 추석에는 남쪽처럼 공휴일이 있고 배급이 공급될 때는 식용유에 돼지고기가 배정되었다. 미 공급에는 그런대로 밭에 풋 강냉이가 있었고 주런히(나란히) 붙어있는 하모니카 집들에는 덕대에 올린 포도가 익었고 지붕에는 둥그런 호박이 있었다. 고향에서도 남쪽과 마찬가지로 추석에는 송편을 빚는다. 북쪽 고향의 송편은 반달 모양으로 아주 크게 빚는다. 소나무 가지에 붙은 가시바늘 같은 잎을 뜯어 바닥에 깔고 송편을 주런히 세워놓고 찐다. 함흥과 원산의 중간지점에 있었던 내 고향에서는 송편 속으로 팥이나 줄 당콩을 넣는다. 함경북도와 량강도 지역에서는 양배추나 채소를 넣어 송편을 빚는다. 이것을 입쌀(쌀)만두, 또는 밴새라고도 한다. 중국 도문에 있을 때 처음으로 무를 넣은 송편을 먹었는데 그 맛이 팥을 넣은 것보다 훨씬 좋았다. 탄수화물과 식이섬유가 어우러져 씹는 식감이 절묘해 궁합이 잘 맞는다. 한가위에 고향에서는 남쪽처럼 늘어선 귀향길은 없고 대부분 가까운 곳에 조상의 묘를 두고 있다. 아침에는 정성스럽게 만든 음식에 깨끗한 보를 씌워 산소를 찾는다. 간단하게 식을 올리고 끝나면 그 자리에서 음복을 한다. 산소 근처를 지나는 사람이 음식을 요구하면 그냥 주어야 복을 받는다고 생각한다. 저녁에는 반달 모양의 송편을 먹으며 한가위를 즐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 같아라’는 말처럼 이날만큼은 누군가에게 나눌 것이 있는 유일한 날이기도 하다. 코로나19로 올해에는 고향으로 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예측할 수 없는 바이러스로 추석이 예전 같지는 않다. 바이러스가 사라지면 다시 고향으로 가겠지만 죽어서도 살아서도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추석이라 딱히 갈만한 곳도 없고 망향제를 지내려 먼 거리를 다녀오기도 귀찮아진다. 한가위라고 마음까지 풍성한 건 아니다. 마음의 반쪽을 잃은 사람들에게 한가위는 온전히 채워지지 않은 반가위이다. 고향으로 갈 수 없으니 휘영청 밝은 보름달을 보며 조상님과 대화하는 날이다. 한가위에는 반달 모양의 송편을 먹으며 술 한잔에 취하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