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토플러(1980)는 “노동의 터전이 논밭과 가정에서 공장으로 전환됨에 따라 대중교육(Mass-education)에서 강조된 덕목은 시간엄수, 복종, 기계적 반복 작업”이었다고 비판했다(‘제3의 물결’). 그는 한국에서 자신의 책은 엄청나게 팔렸지만 일련의 교육적 주장은 묵살되는 것이 야속했던지 방한할 때마다 “한국교육은 붕어빵 교육”이라느니 “밤 11시까지 가르치는 교육으로는 경제적 전망도 밝지 않다”느니 해서 우리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더니 지난 6월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마침내 그런 말을 듣지 않게 됐는가 하면 천만의 말씀이다. 연초 스위스 세계경제포럼은 올해 초등학교 신입생의 65%는 지금은 이 세상에 없는 직업을 갖게 될 것이라는 발표를 했다. 이어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물리치면서 유명해진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는 하필 한국에 와서 충격적 발언을 했다. “현재 학교에서 가르치는 내용의 80~90%는 아이들이 40대가 됐을 때 전혀 쓸모없을 확률이 높다. 어쩌면 수업시간보다 휴식시간에 배운 것들이 더 유용할 것이다.&rd
2015년을 기준으로 조달청에 등록된 경기도내 기업수는 7만661개에 이른다. 조달금액은 3조8천억원으로 경기도가 서울에 이어 전국 2위 규모다. 게다가 계약 건수는 15만4천347건으로 서울(9만685건)보다 70% 가량이나 많다. 지방조달청이 있는 인천(3천921건)보다는 거의 5배다. 경기지역에 소재한 공공기관 수도 8천380개로 서울보다 훨씬 많다. 경기지방조달청을 반드시 신설해야 하는 이유다. 수 년 전부터 신설 목소리가 높았지만 공무원 정원을 틀어쥐고 있는 행정자치부가 공무원 조직의 비대화와 향후 예측이 어려워 신설을 반대해왔다. 그런데 이번엔 좀 다르다. 국정감사에서 국회의원들이 나서고 조달청도 적극적이기 때문이다. 경기도내 중소기업 단체들은 지난 2008년부터 조달청 신설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중소기업중앙회 경기본부는 지난 7월 8일 홍윤식 행자부 장관과의 간담회에서도 경기지방조달청 신설을 주장했고, 9월에는 경기도와 경기도의회에도 신설을 촉구했다. 여야 국회의원들과 경기도의회도 가세하면서 경기지방조달청 신설에 힘을 보태고 있다. 박광온 의원은 지난 6일 조달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경기조달청이 신설되면 수준 높은 조달서비스를 제공해 경기지역…
1955년생부터 1960년생까지를 ‘베이비부머 세대’라고 한다. 또 다르게 ‘신(新)노년층’이라고도 한다. 약 740만명 정도가 된다. 전철을 무료로 탈 수 있는 만 65세 이후부터를 노인이라고 할 때 이들은 예비 노인들이다. 가뜩이나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가 세계최고라고 하는데, 이들까지 가세하면 초고령사회는 그만큼 더 앞당겨지게 된다. 그런데 신노년층이라고는 해도 이들은 스스로를 노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신체적으로 건강할 뿐 아니라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와 직업적 노하우가 최고도에 올라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어느 정도 사실이다. 이런 신노년층들의 능력이 사장되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불행한 일이다. 하지만 현실은 신노년층들에게 냉랭하기만 하다. 취업뿐 아니라 창업도 어렵다. 복지체계 역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에 훨씬 못 미친다. 당연히 신노년층은 앞날을 불안해하고 있다. 이런 고민은 경기연구원의 ‘신노년층, 신세대인가 신빈곤층인가’라는 보고서에도 나타나있다. 보고서는 신노년층의 노후준비 실태를 조사하고 준비된 노년을 위한 노후준비 지원체계를 제안하기 위한 연구결과이다. 노후준비 실태조사 결과, 신노년가구의 예상노후소득은 월 176
영국을 구한 ‘해전(海戰)의 고수’ 넬슨 제독은 13세부터 해군이었다. 에디슨은 머리가 나쁘고 눈치도 없었지만 어머니의 현명한 선택으로 10대부터 발명과 사업에 몰두할 수 있었다. 놀라운 창의적 성과를 낸 위인들은 도파민 회로가 자리잡는 나이인 3세부터 8세까지 창의력을 죽이는 간섭과 지시를 비교적 적게 받으며, 10대에 고수를 만나서 몰입하는 두 가지 경험을 한다. 두뇌의 발달로 보자면 창의적 기질에 대한 성장은 10세까지다. 그래서 창의적 기질은 친엄마의 과잉보호가 적을수록 형성이 잘 된다. 이런 점에서 저출산은 국가 전체의 창의력 저하와도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자녀의 수가 적을수록 과잉보호가 전염병처럼 번지기 때문이다. 가난한 부모의 맞벌이로 다행히도 과잉보호를 모면하고 자란 아이들은 10대가 되어서 가난 때문에 고수를 만날 기회와 학습기회를 갖기 어렵다. 한국의 근본적 창의성은 딜레마에 빠져서 길을 잃었다. 과잉보호를 벗어나서 나름대로 창의적 기질을 간직한 청소년들과 사회적 고수 사이에 밧줄이 썩고 사다리가 부러졌기 때문이다. 국제정보올림피아드(IOI)에서 1등을 한 한국 고등학생이 있었다. 그는 컴퓨터에 빠져서 학과 공부의…
급증하는 실직자에 대한 일자리마련을 해주어야 한다. 실직으로 인한 가정과 일상생활이 파탄에 이르게 된다. 희망과 소망을 갖고 성실히 일할 수 있는 기회와 여건조성이 절실하다. 조선과 해운업의 구조조정 영향이 본격화하면서 지난달 전체 실업률은 11년 만에 가장 높아졌다. 많은 실직자가 새로운 일자리를 찾고 있으나 어렵기만 한 현실이다. 정부는 실질자의 재취업장책에 발 벗고 나서야 할 때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9월 고용동향을 보면 9월 취업자 수는 2천653만1천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6만7천명이 늘어났다. 취업자 증가 폭은 지난 8월 30만 명대로 올라섰지만 작년의 메르스 여파에 따른 기저효과가 사라지면서 한 달 만에 다시 20만 명대로 떨어졌다. 특히 조선업 경기 둔화에 수출 부진 영향이 겹치면서 제조업 부문 취업자가 7만6천명 감소하였다. 제조업 취업자 수는 2012년 6월 5만1천명 감소 이후 지난 7월 49개월 만에 처음으로 줄어들었다. 3개월째 감소폭을 키워가고 있다. 청년층은 인구 감소에도 취업자 수는 4만1천명 늘어나 37개월 연속 증가하였다. 9월 고용률은 61.0%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0.1%포인트나 상승했다. 15~29세의 청년층 고용
북한이탈주민들은 ‘따듯한 남쪽나라’라고 생각해 온 한국으로 목숨을 걸고 넘어온 사람들이다. 그런데 막상 와보니 이상과 현실엔 차이가 있었다. 많은 어려움 가운데 가장 견디기 힘든 것이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각종 차별’과 ‘경제적 어려움’이라고 한다. 하나밖에 없는 생명을 걸고 고난을 겪어가며 남쪽으로 오는 데는 성공했지만 이들을 대하는 남한 사람들이 호의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탈북과정에서 겪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더해 북에 두고 온 가족에 대한 걱정으로 마음고생을 하고 있는 이들을 대하는 우리 국민들의 차가운 시선은 성공적인 정착과 국민 대화합을 방해하는 요소다. 이런 사회적 배려와 함께 경제적 배려도 절실하다. 북한이탈주민들은 자본주의 체제에 익숙하지 않은데다가 경제적 기반마저 없어 대부분 어려움에 처해 있다. 이들은 거의 이른바 3D와 저임금 일자리에 종사하고 있다. 또 취업 후에도 고용안정은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북한이탈주민의보호및정착지원에관한법률’에 따라 탈북자를 고용한 사업자에게 임금의 2분의 1 범위에서 최대 3년간 고용지원금을 줄 수 있도록 했지만 지원금 지급기간이 만료된 뒤에도 고용이 유지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고용
여행 중 어느 도시를 가도 맨 처음 찾는 것은 그 지역의 지도이다. 지도 속에 모든 것이 들어있다는 오랜 생각 때문에 집착과도 같은 것이 있다. 지금도 서재에는 많은 지역의 지도들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세상은 우연과 같이 벌어지는 일들인 것 같지만 우연을 가장한 필연성이 존재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 중심에 그 지역의 지도가 있다. 최근 사전에 우연한 기회에 방문을 하게 된 일본 야오야마(靑山)에 위치한 카페 골목인 ‘commune 246’에서 한 거피숍에 비치된 안내 지도를 보면서 말 그대로 감탄을 했다. ‘commune 246’는 아오야마 가장 중심에 자리잡고 있다. 예쁘고 특색이 있는 카페와 커피숍이 자리하고 있다. 각 점포마다 개성이 뚜렷하여 일본인은 물론이지만 관광객들도 많이 찾고 있는 최근의 핫 플레이스다. 이곳은 벌써 그 유명세가 널리 퍼져서 오후 6시가 넘어서면 대학생인 듯이 보이는 젊은이들, 근처 직장인들, 그리고 관광객들로 가득하다. 커피숍에서 자메이카 스타일 야외 바까지 모든 것이 이곳에서 해결이 된다. 도쿄의 야오야마 특유의 분위기라기보다는 이국적인 분위기가 남아메리카 어느 해변가에 온
자그마한 캔버스는 바다와 방죽, 집, 하늘의 여러 층으로 정연하게 나뉘어져 있다. 하다와 하늘은 짙푸르고 방죽은 작은 다이아몬드 모양들로 촘촘하게 쪼개져 있으며, 돌조각들은 여린 하늘빛과 회색빛을 오고가며 색깔을 띠고 있다. 캔버스 가운데를 가로질러 그려진 집은 샛노란 색이다. 열린 창문들 안으로 꿈꾸는 듯 한 사람들과 꿈속인 것 같은 아득한 배경이 보이기도 한다. 이는 51년에 그려진 김환기의 ‘판자집’이라는 작품이다. 한국 전쟁 통에 대부분 소실되어 남아있지 않는 몇 안 되는 그 시절의 작품 중 하나이다. 한묵의 53년 작 ‘설경’은 부산 피난촌의 모습을 담고 있다. 지붕이 눈으로 덮인 작은 집들이 옹기종기 언덕배기 위에 모여 있으며, 형상들은 고요하게 단순화되었다. 1·4후퇴 시절 부산의 광복동 피난촌에는 서울에서 온 미술작가들이 공동체를 형성하고 지내며 어렵게 활동을 이어갔다. 피난민으로서의 삶은 고달팠고 작품 재료를 구하는 것도 어려웠지만 예술가들은 서로를 위로하며 아주 작은 낭만을 나누었고 ‘대한미술협회’전에 출품하기도 한다. 허나 이들 작품이 지닌 고요함은 후대인으로서는
지금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히 ‘범죄와의 전쟁’을 벌이는 나라는 필리핀일 것이다. 지난 6월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2개월 동안 마약사범만 2500명이 사살됐고 1만3000명이 체포됐기 때문이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22년 동안 필리핀 남부 다바오 시장을 할 때부터 범죄자 소탕으로 유명했다. 스스로 자경단을 조직, 재판 없이 범죄자 1700여 명을 처형했고, 심지어 10대 소녀를 유괴·성폭행한 범인 3명을 직접 총살하기도 했다. 덕분에 ‘징벌자’란 별명을 얻었다. 지난 대선에서 그는 ‘강력범죄 근절을 위해서 범죄자 10만 명을 죽여 물고기 밥이 되도록 마닐라만에 버리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그리고 공약을 강력 실행(?)중이다. 국내외 인권단체들은 초헌법적이라며 반발하고 있지만 개의치 않고 있다. 오히려 마약 매매 용의자를 사살하라는 명령까지 내리며 더욱 강경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그가 이처럼 범죄 및 마약과의 전쟁을 벌이는 이유는 “필리핀에 질서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뿐이라고 한다. 필리핀은 사실 1960년대 아시아에서 일본 다음으로 부유한 국가였다. 하지만 50여 년이 지난 지금은 빈곤과 범죄로 얼룩진 채 ‘대졸 가정부 수출국’이란 오명을
대추나무 /정재분 맨날 꼴찌야 담 너머를 봐 꽃이 가버리잖아 첨벙거리며 피던 꽃들이 진 지가 벌써야 지금은 철쭉이 있는 자리가 수다스럽고 늑장부리는 오동도 보랏빛을 머금고 방향을 팡팡 터뜨려 내 그랬잖아 해마다 가을이면 주렁주렁 열매를 매달았으면서 취하지 않아도 붉게 여물었으면서 새색시 치마폭에 한 줌 던져지는 의미로 쪼그라들어도 봄을 완성하는 방점 새순을 보여줘 - 정재분 시집 ‘그대를 듣는다’ / 종려나무 대추나무는 유난히도 잎을 늦게 틔운다. 그야말로 꽃들이 다 지고 저마다 열매의 방향을 팡팡 터뜨리고 있을 때 새의 부리같은 잎을 넌지시 내미는 것이다. 그 잎새! 애를 태운만큼 얼마나 반짝거리는지. 사랑스럽고 귀한 티를 내는지. 대추나무 이파리의 도도함은 나무들 사이에서 단연 돋보인다. 그렇게 때늦은 감탄을 연발하다 잠시 계절을 잊는 사이 느림보 대추나무는 붉은 열매를 주렁주렁 매달고 서있는 것이다. 출발은 늦었지만 도착은 늦지 않기 위해 얼마나 애를 썼는지, 풍성한 열매를 매달고 새색시처럼 서있는 것이다. 그러니 늦은 봄날 대추나무의 새순을 보았다면 당신은 그해 봄의 완성을 보았다 해도 무방하리라. /이미산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