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고현혜(Tanya Ko) 이제 그만 집으로 돌아가세요 그대 집에 죽어가는 화초에 물을 주고 냉기 가득한 그대 부엌 큰솥을 꺼내 국을 끓이세요 어디선가 지쳐 돌아올 아이들에게 언제나 꽃이 피어 있는 따뜻한 국이 끓는 그대 집 문을 열어주세요 문득 지나다 들르는 외로운 사람들에게 당신 사랑으로 끓인 국 한 그릇 떠주세요 그리고 지금 당신 곁에 있는 사람 목숨 바쳐 사랑하세요. - 고현혜 시집 ‘나는 나의 어머니가 되어’ / 2015년·푸른사상 인간의 일생에 사랑을 핑계 삼아 사랑 밖에서 머무는 시간이 얼마나 많은가? 우리는 집이 아닌 다른 곳에 머물며 거기서 밥을 먹고, 꽃을 사며, 수다를 떨다가 지친 육신을 이끌고 집으로 들어와 쓰러져 잠들어 버리는 배심(背心)의 삶을 살고 있을 때, 시인은 ‘집으로’ 돌아가라고 자신의 집에 시들은 사랑을 꽃 피우고 따뜻한 국을 끓이는 원래의 삶을 회복하기를 노래하고 있다. 가족을 핑계로 가족과 멀어졌던 역천(逆天)의 시간에서 순천(順天)의 온전한 삶으로 초대하고 있다. 미국 이민자로 살면서 모국어로 시를 쓰는 시인은 스스로 디아스포라로서 집을 떠난 영혼이 집을…
폭우로 쏟아지는 장마 비가 앞이 분간이 되지 않을 정도로 내린다. 청평에서 혼자 출발한 나는 어렵사리 운전을 해가면서 생각을 한다. 이렇게 폭우가 내리는데 몇 명이나 나오겠어. 도박장을 막는 것도 중요하고, 버스를 대절해서 온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기록적으로 쏟아지는 폭우에 과연 몇 분이나 나오실까…. 군청을 향해 가는데 지난주 면사무소 집회가 떠오르며 오늘도 그날 못지않으리라는 기대를 해본다. 군청 앞은 폭우가 쏟아짐에도 매우 부산했다. 방금 버스에서 내린 분들이 우비를 챙겨 입고 무언의 항의를 의미하는 X자가 그려진 마스크를 하고 아무런 글자도 쓰여 있지 않은 흰 바탕에 현수막을 들고 도열하듯 군청 정문 양쪽으로 늘어서기 시작했다. 폭우 피해가 걱정될 정도로 비는 계속해서 퍼부었고 그러함에도 시간이 지날수록 항의의 대열은 늘어만 갔다. 대열 속에는 어린 아이를 업은 애기 엄마도 두 분이 있고 만삭은 아니어도 제법 부른 배를 한 임산부도 함께하는 것을 보면 도박장인 스크린 경마장이 지역 사회를 병들게 하는 것은 물론 자식들에 미래를 어둠으로 몰고 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쏟아붓는 폭우만큼이나 강하게 다가선 듯 하다. 가평군청 정문에 한참을 서 있
축제가 놀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일상에서 벗어나는 행위라는 점이고, ‘놀이’의 최고의 형식은 축제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것을 네덜란드 문화사학자 호이징거는 그것을 ‘놀이하는 인간’이라는 뜻인 ‘호모 루덴스’(homo ludens)라고 했다. 지역민들은 축제를 통하여 사회적인 규범과 제약 속에 갇혀 있던 일상에서 탈피해 참여의 기쁨을 갖게 된다. 이러한 비슷한 욕구를 가지고 있는 지역민들이, 축제에 참여함으로써 지역의 이해 관계자들이 갖고 있는 이러한 욕구들을 분출하는 계기를 만드는 것이다. 전 문화부 장관 이어령 교수는 이러한 것 때문에 지역축제는 낭비성으로 이해되는 일회성의 축제가 아니라 그 지역사회의 문화사회에 대한 전이의 기능 때문에 축제는 그 영원성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시 말해서 지역민들이 주체가 되는 지역축제가 되면 자긍심을 가지게 되고, 지역에서 상호간 결속을 강화시키는 계기가 된다는 것이다. 지역축제가 지역민들에게 외면당하고 있다고 한다면 이는 지역정서와 무관하기 때문일 것이고 당연히 그것에 대한 참여 또한 떨어진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지역민들과 축제의 주제가 일상생활
의료행위는 사람의 건강과 생명이 직결되어있다. 안정된 시설에서 의사면허소지자에 의한 시술을 받아야한다. 외모에 관심이 지대한 청소년과 여성들을 대상으로 불법의료행위가 만연되고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 방학을 맞아 학생들의 불법시술이 성행한다. 건강을 위협받는 불법행위로 돈을 벌어서는 안 될 일이다.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을 맞아 경기도내에는 출장을 전문으로 한 불법 유사의료행위가 성행하고 있다. 이에 철저한 당국의 단속이 요구된다. 최근 경기도와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 따르면 눈썹 문신이나 속눈썹 연장술, 아이라인 문신, 입술 문신 등 반영구 화장술은 법적으로 의료행위에 해당된다. 관련법상 의료인이 아니면 의료행위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를 위반할 경우 5년 이하 징역이나 2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이 처해진다.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왁싱이나 타투의 경우에도 관련 법률에 따라 이·미용사가 아니면 시술 자체가 불법행위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처럼 반영구 화장술과 타투 등은 피부에 상처를 내 색소를 주입하는 것으로 전문상담과 진단이 필요하며 철저한 위생관리를 받아야 된다. 이들은 저렴한 비용을 앞세워 돈벌이에 열을 올리고 있는 반면 이를 관리·감독해야할 관할당국은 이 같은 불
장애인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 가운데는 차별과 편견, 그리고 이동을 위한 교통기반시설의 부재 등이다. 그보다도 더 절실한 것이 있다면 일자리다. 장애인들도 먹고 살아야 하고 가족이 있기 때문이다. 일자리는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소외되지 않고 내 일을 하며 당당하게 살고 있다는 자부심도 심어준다. 찾아보면 장애인이라도 할 수 있는 일이 세상에 많다. 그 가운데 하나가 택시 운전이다. 이에 경기도는 장애인 택시운전사 양성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이 사업은 올해 처음 시작된 사업으로 1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경기도에 주소를 둔 만 20세 이상, 운전경력 1년 이상의 장애인을 택시운전사로 양성하기 위한 것이다. 도는 참여 장애인들에게 택시면허취득에 필요한 비용과 택시회사 면접을 지원하고 있다. 채용이 확정된 장애인에게는 초기 3달 동안 37만5천 원씩 사납금 일부도 지원한다. 올해 이 사업에 88명이 참가신청, 48명이 택시면허 취득이나 연수 지원 혜택을 받았고 현재 취업에 성공한 사람은 23개 업체에 32명이다. 올해 책정된 예산도 모두 소진됐다. 그런데 장애인 채용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우선 장애인이 운전할 수 있도록 택시 브레이크나 가속페달도 신체조건에 맞
이제 컴퓨터를 통한 지방행정 서비스시대가 정착되어간다. 편리하며 신속하고 정확한 서비스를 요구하는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우리나라는 도서지방과 산골까지도 컴퓨터를 이용한다. 아직도 컴퓨터를 이용하지 못하는 일부 컴맹들을 위한 특별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대부분 국민들은 자유자재로 컴퓨터를 이용해서 상품을 판매하거나 구입하고 있다. 세계에서 컴퓨터 이용률이 높은 우리나라는 다양한 프로그램개발로 생활의 편리함을 축구해간다. 고양시의 경우 시민과의 소통 확산을 통한 선진 행정 정착을 위해 추진하는 ‘고양형 SNS 스마트 행정’의 체계적 추진전략 수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18일 시정연수원에서 SNS 정책전략관리체 토론회를 개최하였다. SNS 전문가, SNS 주요 관리부서의 간부 및 실무자로 구성된 T/F팀은 시의 SNS정책 수립과 운영 사항에 대한 싱크 탱크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민선 6기 2주년을 맞아 현재의 SNS 운영 현황을 진단하고 SNS 스마트 행정구현을 위한 각 분야별 SNS 활성화 방안을 논의하였다. 이날 SNS 운영 우수사례 발표와 SNS 소통 전략 등에 대한 집중 토론이 이뤄졌다. 고양시 SNS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고 있는 시민소
수원시가 내년 상반기 중에 영동시장에 ‘청년몰’을 조성할 계획이다. 영동시장은 한복과 잡화, 의류가 중심이다. 수원시와 영동시장 상인들은 상가 2층에 청년몰이 들어섬으로써 쇼핑과 지역 문화, 청년의 감각이 한데 어우러져 시너지 효과를 내는 수원의 명소로 변화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현재 영동시장은 침체돼 있는데 시장 내 유휴공간에 젊은 청년들을 입주시켜 새로운 관광명소로 조성, 전통시장의 활력을 높이고 청년 일자리도 만들겠다는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면 영동시장 2층 전체에 18∼25㎡ 규모의 점포 20여 개를 만들어 청년(만 19세에서 39세 이하)상인들에게 관리비 정도의 저렴한 비용만 받고 대여하겠다는 것이다. 인테리어, 청년몰 내 편의시설과 협업공간이 조성되며 청년 상인을 대상으로 한 창업교육과 인테리어, 마케팅, 홍보 등도 지원할 계획이다. 청년몰에는 관광특화상품과 디저트존, 퓨전푸드코트를 조성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아트홀을 활용, 문화행사와 체험행사도 진행하고, 3층 혼례청과 특화전시관과도 연계해 관광객을 유도할 계획이라고 한다(본보 20일자 18면). 청년몰의 대표주자는 전주 남부시장이다. 한옥마을 등을 관람한 관광객들은 자연스
‘한국 사회는 세월호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이보다 더한 사회적 참사를 겪어본 적이 없는 필자와 같은 젊은이에게는 크게 공감가는 문장이다. 좀 더 오래 살아와서 이보다 더 많은 시련을 겪어온 이들은 어쩌면 매번 반복되고 마는 역사의 굴레를 더욱 아프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세월호가 터진 그해, 충격과 아픔이 너무 컸기 때문에 많은 예술가들이 이에 대해 바로 이야기하는 것이 시기상조라고 판단했다. 반면 보다 즉각적이고 격렬한 표현들도 접할 수 있었다. 젊은 관객들에게 ‘세월호’는 분명 어떠한 계기가 되었다. 우리의 미술사에 민중미술이라는 영역이 존재하고, 그 안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들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 젊은 관객들의 눈에 포착이 되었다. 그전에는 미술학도들조차 그런 게 있었는지, 그게 무엇인지 잘 몰랐었다. 민중미술가들의 목소리는 격분에 차 있다. 그러한 거침없는 표현들을 그전에도 드문드문 접한 적이 있었지만, 그토록 거친 목소리가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목구멍에서 직접 터져나올 수 있는 것이라는 걸 그전에는 잘 실감하지 못했었다. 민중미술을 다룬 전시들이 올해 들어 눈에 많이 띤다. 전국…
7월 중순이면 슬슬 더위에 지치기 시작해서 8월 초면 ‘지치다 못해’ 차일피일 미루어 오던 늦휴가를 떠나게 된다. 정작 떠나기는 했지만 고속도로에서 지치고 휴양지에서 지치고 귀가하면 피곤에 지친다. 쉬는 것에 지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일자리 찾아 지치는 사람들이 이들보다 더 지친다. 삶에 지쳐가며 살고자 태어난 것은 아닌데 지치다 못해 어떤 사람은 자살도 감행한다. 밥벌이에 지치고 공부에 지치고 취업에 지치고 직장에서 지치고 가끔 가족에게도 지치고 자녀양육과 노부모 공양에 지치고 병에 지쳐 늙어 결국 죽음에 이르는 것이 인생 같다. 그러나 지치는 틈새에 보람과 행복도 있기 마련이다. 나이가 들면서 낯설게 들렸던 ‘생노병사’라는 말을 실감하게 된다. 교회 벽에는 ‘수고하고 무거운 짐을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편히 쉬게 해 주겠다’는 성경구절을 적은 현수막을 종종 본다. 교회나 절에 가서 마음과 육신이 위로받고 쉴 수 있을 만큼의 여유만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은 충전기관이 어디 있겠느냐 싶지만, 그곳에 가서 더 큰 짐을 지지나 않으면 다행인 것이 요즘 종교기관의 현상이다. 원수는 물
2년 전 호주의 영화감독 데이먼 카뮤의 ‘댓 슈거 필름(That Sugar Film)이란 영화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감독은 이 영화를 찍으려고 두 달 동안, 자신이 매일 147g의 설탕이 함유된 식품을 먹은 뒤 몸의 변화를 추적했다고 해서 큰 반향도 불러일으켰다. 설탕함유 음식의 꾸준한 섭취만으로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이 영화에서 그는 60일 동안 ‘과일주스’ ‘요거트’ ‘스포츠음료’ ‘영양바’ 등 소위 건강식품만을 섭취했다고 하는데 영상에 담긴 결과는 매우 충격적이다. 18일이 지나자 허리가 4인치나 늘고 치아부식, 지방간이 쌓였으며, 촬영이 끝나갈 무렵에는 메스꺼움, 감정기복, 인슐린과 아드레날린의 불규칙한 분비, 심지어 공한적 발작과 조울 증세까지 보였다는 것. 영화가 아니더라도 설탕의 과다 섭취는 뇌가 연료를 공급받지 못해 불안, 초조, 산만, 집중력 저하를 일으킨다는 것과 칼슘과 마그네슘 흡수를 방해, 몸속 무기질 균형을 깨고 중성지방을 상승시켜 비만에 이르게 한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그러나 설탕에 관한한 상식은 어디까지나 상식에 그치나 보다. 워낙 유혹이 강해 상식을 알면서도 많은 사람들이 볼모로 잡혀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