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 분위기가 한창 달아오르던 선거 2주일 전, 새누리당은 5대 핵심공약을 1년 안에 완수하지 못할 경우 1년간 세비를 반납하겠다는 서명운동을 펼쳤다. 당시 당대표였던 김무성 의원, 원내대표였던 원유철 의원을 비롯하여 48명이 서명하였다. 그 중에 29명이 당선되었다. 이들이 정말 세비를 반납할지 궁금하다. 새누리당이 제1당 또는 과반수 정당이 되어야 세비반납을 실천할 것이라는 조건은 없었다. 하지만 유권자들은 당연히 총선승리가 조건인 것으로 알고 있던 것일까? 5대 공약은 갑을개혁, 일자리규제개혁, 마더센터, 4050 자유학기제, 청년독립 등이었다. 대략 방향은 알겠는데 어떻게 되어야 공약이 완수되고 세비반납을 안 해도 되는지 모호하다. 어차피 세비반납은 정치 쇼에 불과했는지도 모른다. 더구나 ‘세비반납’이라고 하지만 실제로 세비를 국고에 반납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세비반납’을 국고로 하지 않고 기부를 통해 사회에 헌납하는 것은 가능하다. 예컨대 새누리당은 지난 2012년 19대 국회 개원이 늦어지자 한 달 치 세비를 반납했는데 이 또한 당 차원 기부 형식이었다. 따라서 국회가 세비를
연평도엔 조선 인조 때 명장 임경업 장군을 모신 사당 ‘충민사’가 있다. 어느 날 임장군이 명나라를 가려고 서해를 항해 하던 중 배가 연평도에 이르자 식량이 떨어지고 말았다. 장군은 배를 섬에 정박시키고는 선원들에게 엄나무를 꺾어오도록 했다. 그리고는 연안 바다에 꽂도록 했다. 이후 물이 빠질 때까지 기다렸더니 쳐 놓은 엄나무 가시마다 조기가 하얗게 걸려있었다고 한다. 이때부터 연평도에서 조기를 잡는 시초가 되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연평어민들은 이후 당을 짓고 임 장군을 ‘어업의 신’또는 ‘조기의 신’으로 모시게 되었다는 것이다. 연평도의 오랜 조기잡이 역사는 근대에 들어서 빛을 더 했다. 연평도 뱃노래엔 이런 가사도 있다. ‘돈 실러가세 돈 실러가세. 황금바다 연평바다로 돈 실러가세.’ 연평도의 옛 영화를 떠올리게 하는 이 가사는 해방 전후부터 1968년까지 연평바다는 조기의 황금 어장이었을 증명하고도 남는다. 1980년대 들어 연평도 근해에서 조기가 자취를 감추면서 지금은 꽃게가 그 자리를 잇고 있다. 연평도 앞바다가 한국의 꽃게 주산지이기 때문이다. 오랜 기간 동안 조기가 그래 왔었던 것처럼 꽃게가 연평도를 상징하는 해산물이 된 것이다. 하지만 10여년
갈데없이 /정현종 사람이 바다로 가서 바닷바람이 되어 불고 있다든지. 아주 추운 데로 가서 눈으로 내리고 있다든지. 사람이 따뜻한 데로 가서 햇빛으로 비치고 있다든지, 해 지는 쪽으로 가서 황혼에 녹아 붉은 빛을 내고 있다든지, 그 모양이 다 갈데없이 아름답습니다 - 정현종 시집 ‘나는 별아저씨’ / 문학과지성사 아름답다는 말과 갈데없다는 말이 서로 어울림의 극치를 이룰 수 있다니, 이 또한 갈데없이 아름다운 일이다. 그 갈데없다는 말을 오갈데없다라는 말로 읽어보면 어떨까. ‘오’발음을 감추고 속으로 발음하며 이 시를 읽어보면 그 맛이 더욱 새롭다. 시가 시인의 손을 떠나면 독자의 몫이 되느니, 이만하면 시인도 독자도 다 같이 바다로, 추운 데로, 끝내는 해지는 쪽으로 가서 오갈데없이 황혼에 녹아내릴 수 있겠다. /조길성 시인
달력을 보면 6월6일 현충일은 국가공휴일로 지정되어 있다. 현충일은 자신의 목숨을 국토방위에 바친 장병들과 그 외 모든 분들을 기리기 위한 날이다. 그분들을 추모하고 넋을 기리기 위한 날. 그러나 현충일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단지 쉬는 날로 인식하는 이도 있고, 심지어는 현충일이 무슨 날인지 모르는 이도 있다. 국가안보의 인식이 그만큼 부족하다는 증거이다. 1948년 정부수립 이래 68년이 지났음을 감안하면 올해로 61회를 맞이하는 현충일은 사실상 대한민국 현대사와 궤를 함께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한민국은 국초부터 대내외적으로 위가가 지속되었고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호국영령의 숭고한 희생과 위훈 및 충성을 드러내기 위한 국가적 차원의 의전은 당연하다. 역사적으로 6월에는 민족적으로 뼈아픈 사건이 있다. 1950년 6월25일, 민족분단이 일어났으며, 1999년 6월15일에는 제2차 연평해전으로 인해 젊은 장병들이 장렬히 전사했다. 당시 그들이 지키고자 했던 것은 국가라는 이름의 고향이었을 것이다. 그분들이 대한민국에 뿌린 선혈이 있었기에 대한민국의 안보를 지킬 수 있었다. 하지만 전쟁과 관련지어 어떤 이들은 현충일이 군인들만의 행사로 여기지는…
지난 2일 수원시청에서 마을변호사 제도 도입 3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마을변호사는 재능기부를 희망하는 변호사와 읍·면 단위 마을을 연계해 주민들이 전화·팩스·이메일 등으로 무료 법률상담을 받도록 하는 제도다. 개업 변호사가 없는 읍·면·동 법률 사각지대에 변호사를 배정해 법률 자문과 상담을 해준다. 비록 변호사가 마을에 상주하는 것은 아니지만 전화·인터넷·우편 등을 통해 1차 법률서비스를 제공한다. 이후 법률구조가 필요한 심각한 사안이라고 판단되면 대한변협 법률구조재단의 지원 하에 직접 소송 진행을 하거나 법률구조공단에 사건을 위임하게 된다. 이 제도는 지난 2013년 6월 도입·시행한 이후 현재 전국 1천413개 읍·면에 마을변호사 1천514명이 배정돼 활동하고 있다. 이번에 열린 기념식에는 김현웅 법무부 장관과 남경필 경기도지사, 염태영 수원시장, 정찬민 용인시장, 채인석 화성시장을 비롯해 신유철 수원지검 검사장, 하창우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장성근 경기중앙지방변호사회 회장 등 행정·법조계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마을변호사제에 대한 관심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다. 최근 ‘동네변호사 조들호’라는 드라마가 큰 인기를 끌었다. 무려 17.3%라는 자체 최고시청
아침 저녁으로 일기예보 때마다 거론되는 게 미세먼지다. 중국에서 날아드는 황사에 이어 매일 비상걸리다시피하는 미세먼지의 책임이 직화구이 음식점으로까지 번지는 상황이 됐다. 이에 대한 정부의 대책도 오락가락이다. 당정이 이견을 보이는가 하면 부처 간에도 이견을 보여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였다. 대통령이 국무회의 석상에서 내각에 특단의 대책을 주문했지만 고작 경윳값 인상에 생선구이집 고깃집을 거론하는 모양새가 다였다. 엊그제 결국 황교안 국무총리가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대책을 내놓기는 했으나 미흡하기 그지 없다. 미세먼지 농도를 10년 내에 현재 유럽 주요 도시 수준까지 개선하겠다고 했지만 이는 구체적인 로드맵이 없는데다 과연 그렇게 될 것이냐에 대한 국민들의 의구심이 높다. 이날 발표한 대책의 주요 내용은 오는 2020년까지 신차 판매의 30%를 전기차 등 친환경차로 대체하고 경유 버스를 압축천연가스(CNG)로 모두 교체하는 한편 대기오염 상황에 따라 자동차 운행을 제한한다는 것이다. 이전에도 있었던 재탕대책이다. 노후된 석탄화력발전소도 폐지하거나 다른 연료로 대체하겠다고 밝혔다. 경유값 인상안과 고기구이 음식점에 대한 규제 강화안은 영세 사업자들의 반발을…
흡연실은 장례식장 바로 건너편에 있었다. 환자들은 그 흡연실에 모여 담배를 빨아댔다. 담배를 피우느라, 또 서로 간밤에 누구와 누구가 만나서 소주 몇 병을 마셨느니, 경비원한테 들켜 강제 퇴원을 당할 뻔하였느니, 쓸데없는 이야기들을 하느라 장례식장에서 벌어지는 일은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러나 늦은 밤이나 새벽녘에는 달랐다. 늦은 밤에는 흡연실 앞마당에 검정 옷을 입은 방문객들로 성시를 이뤄 시끌시끌했다. 더러는 소주로 얼얼해진 혀로 소리를 높여 말을 했고, 여기서 한 무더기 저기서 한 팀이 어울려 시끄러웠다. 마치 장마당을 방불케 했다. 예전에는 사람이 죽은 초상집은 울음소리가 나거나 슬픔에 찬 말소리가 들렸으나 요즘은 그런 소리보다 방문객끼리 서로 나누다 터져 나오는 웃음소리가 더 크게 나는 지경이었다. 사람의 죽음을 애도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참가하는데 그 의의를 두고 있어 끼리끼리 모여 낄낄거리는 게 눈에 띄는 장례식장 풍경이었다. 11시에 담당 경비원이 흡연실 출입문을 잠글 때까지 사실은 환자보다 장례식장에 오는 방문객들이 자리를 많이 차지하므로 해서 주인 격인 환자들은 밀려나 대문 밖에서 죽치는 수가 많았다. 그래도 군소리 한 마디 하지 않았다
“산 옆/외로운 골짜기에/혼자 누워있는 국군을 본다/ 아무 움직임 없이/하늘을 향해 눈을 감은 국군을 본다/산 옆 외따른 골짜기에 혼자 누워있는 국군을 본 다(중략) /그대는 자랑스런 대한민국의 소위였구나/ 가슴엔 아직도 더운 피가 흘러 나온다 장미 냄새보다 더 짙은 피의 향기여!/ 엎드려 그 젊은 죽음을 통곡하여 듣노라 그대가 주고 간 마지막 말을…” 6·25전쟁을 소재로 쓴 모윤숙의 시 ‘국군은 죽어서 말 한다’를 읽으면 저절로 마음이 숙연해 진다. 한때 교과서에도 수록 되어 있었고 전쟁을 부추긴다는 논란도있었지만 6월만 되면 아들을 조국에 바친 부모들의 가슴을 더욱 저리게 만든다. 오늘은, 지정한 지 61년이 되는 현충일이다. 그렇다면 왜 6월6일을 현충일로 정했을까. 또 6·25와는 어떤 관련이 있는 것일까. 한마디로 한국전쟁과는 무관하다. 오히려 우리 풍습과 더 깊은 연관이 있다. 조상이나 호국영령에게 제사지내던 절기 망종(芒種)을 참고했다고 해서다. 그리고 보리를 베고 모내기를 하는 농번기임에도 조상들께 제사를 올렸던 1956년의 망종이 6월 6일이어서 이날을 현충일로 정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세계 각국의 현충일은 우리와 조금 다른 제정 의미와 역
건망증 /오명선 달 속에 태양이 살고 있다는 것을 몰랐다 모래알의 체온에서도 사막을 읽을 수 없었다 내가 있던 자리에는 내가 없고 우물이었던 젊은 날은 바닥을 보인다 수천만 년 묵은 바람은 돌 속의 수맥들 밟으며 명을 잇지만 내 기억은 백년도 살지 못한다 달짝지근한 날들을 되씹어보니 내 속을 빠져나간 내가 오래된 레코드판처럼 지직거린다 - 시집 ‘오후를 견디는 법’ / 2012 돌아서면 장미가시에 찔린 피의 한 방울을 기억하지 못한다. 기억나지 않아서 현관문 앞에서 비밀번호에 몰두한 식은 땀 나는 경험이 있다. 방금 전에 만졌던 내 차가운 체온을 내가 기억하지 못해서 이별의 아픔을 잊은 채 세 번째 일곱 번째 사랑과 바닷가에 도착한다. 시인이 이야기하는 내가 있던 자리에 내가 없고 우물이었던 젊은 날은 바닥을 보이는 쓸쓸함과 마주하지만 바닥이 놓지 못하고 기억하고 있는 내가 분명 있을 것이다. 백년도 살지 못하는 기억을 잡고 우린 야생화 꽃에 몰두하고 산길에서 만난 다람쥐를 두 손에 올려도 놓는다. 뒤돌아보면 기억하지 못하는 기억에도 분명 냄새가 있고 차가움과 따듯한 테두리가 있다. 나를 빠져 나간 내가 숲으로 강으로 다리로 건너뛰었던…
남양주 지하철 공사폭발사고는 커다란 충격을 주었다. 인부 4명이 죽고 10명이 부상을 당하였다. 이번 사고는 안전사각지대에 대한 관리부실과 안전 불감증의 결과이다. 반복되는 안전 불감증으로 인한 사고는 시민들의 사회불안을 가중시켜가고 있다. 철저한 사전점검의 부족과 부실 관리감독이 사고를 키웠다. 다가올 장마철에 따른 철저한 안전점검을 실시가 절실한 때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유원지의 불법건축물, 코인노래방과 탈출방 등 신종 업소, 캠핑장, 쪽방촌 등 제도권 밖의 취약한 시설점검도 강화해가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는 예방교육과 사전의 관리감독강화로 문제발생을 막아가는 일이 우선이다. 안전시각지대를 철저히 관리해 갈 때에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일선지자체는 안전사각지대의 전수조사를 철저히 조사하여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해 가야한다. 위험한 곳에 대한 정확한 조사와 관리 감독을 온전하게 이뤄간다. 모든 공사의 안전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사전교육과 관리감독이 빈틈없이 이루어져야 된다. 영역별로 전문가의 조사 분석을 통해서 사고발생의 위험성이 있는 곳에 대한 안전 통제시스템을 강화해간다. 관련자에 대한 평소의 안전매뉴얼에 따른 교육과 관리가 부족한 현실이다. 사전점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