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에 몰린 누리과정 예산 해결에 결국 염태영 수원시장과 남경필 경기지사가 해법을 내놓았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지난 4일 경기도 누리과정 예산이 편성되지 않으면 올해 시 예산에 편성된 ‘누리과정 운영 예산’을 단기적으로라도 투입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발표했다. 기초자치단체장으로서는 처음이다. 염 시장은 누리과정 예산의 전액 국가부담을 주장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그래서 당으로부터 비난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염 시장의 이같은 선언은 당을 떠나 시민을 위한 시장임을 우선으로 생각한 어쩌면 용기있는 행동이라 볼 수 있다. 남경필 경기지사도 이를 보고 환영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곧바로 경기도 역시 수원시의 입장에 지지를 표명하고 보육대란을 막기 위해 기채를 발행해서라도 누리과정 예산 편성에 힘을 모으겠다고 했다. 알다시피 남 지사는 새누리당 소속으로 염 시장과는 당을 달리 하고 있다. 그럼에도 도민과 시민을 위한 화급한 상황을 두고만 볼 수 없다는 데 서로 인식을 같이 한 것이다. 정부가 책임져야 하는 예산을 지방자치단체에 떠넘기는 것은 지방자치를 말살하는 것이라고 진보 교육감들과 야당에서는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도 똑같이 주민들의 삶
국제금융위기로 북미 및 유럽국가들이 경기침체의 장기화에 따른 극심한 세수부족 현상을 겪고 있는데 다국적기업들은 국제조세 제도의 허점을 이용하여 과세소득을 인위적으로 저세율국에 배분하여 세금을 축소·회피해 오고 있다. 디지털경제의 발달, 무형자산의 역할 증대, 각국 조세제도의 차이 등을 이용한 조세회피 행위를 기존 세법 및 조세조약으로는 효과적으로 단속할 수 없는 상황이다. G20국가들과 OECD는 다국적기업 및 해외진출 자회사들의 세금탈루가 심각함을 깨닫고 2013년 9월부터 작업을 개시하여 2015년 11월 G20 정상회의에서 세원잠식과 소득이전 방지계획(BEPS프로젝트)을 발표하였다. G20국가를 중심으로 한 세계각국은 2016년부터 BEPS프로젝트 이행을 위한 국내입법을 개시하고 2020년까지 필요한 조치를 마무리하기로 하였다. 발표된 BEPS 프로젝트의 주요 내용으로는 첫째, 실질 사업장 없이도 사업수행이 가능해진 디지털 경제에서의 조세회피 문제 해결을 위해서, 물리적 실체가 없더라도 규칙적·지속적으로 사업을 하는 경우 고정사업장이 있다고 보아 과세가 가능하도록 하였다. 현재의 대부분 조세조약에서는 외국기업이 국내에 고정사업장
복권은 예부터 나라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었다. 고대의 복권 중 그 사용 목적이 공식적으로 알려진 것만 봐도 그렇다. 중국 진나라에서는 만리장성 건립 등 국방비를 조달하기 위해 ‘키노’라는 복권 게임이 시행되었고, 로마에서도 복구 자금 마련을 위해 아우구스투스 황제에 의해 연회에서 복권 이벤트를 열었다. 루이 15세 시절 재정파탄에 몰린 프랑스를 구해낸 것 역시 복권이었다. 복권 발행을 제안한 사람이 당대 바람둥이 카사노바였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1490년 세계 최초로 발행됐다는 벨기에 복권도 사회간접자본을 확보키 위한 것이었다. 토머스 제퍼슨 미국 3대 대통령은 복권을 “강제력을 수반하지 않고 공공재원을 조성할 수 있는 희생 없는 조세”라고 말하기도 했다. 경제학 사전에서는 “정부에서 당첨자에게 일정한 복채금을 지급할 것을 조건으로 발행한 일종의 증권”이라 적고 있다. 사람들이 일확천금의 달콤한 꿈을 갖고 구입하는 복권을 정부의 입장에서는 채권이나 조세와 비슷한 것으로 여기는 것이다. 복권을 암담한 현실을 잊을 수 있는 돌파구라고 부른다. 따라서 삶의 고통지수가 높을수록 많이 팔린다고 한다. 정부가 좀 더 많은 돈을 조달하기 위해 이 같은…
불탄집 /이진명 불탄 집 아름답다 형체도 내용도 가진 것 없다 이름도 없다 나는 그 집을 신이 불태웠다 생각한다 재 위에 신글씨인 듯싶은 알지 못할 형상문자들 얼크러져 있다 신은 그 집을 쳤다 그 집에는 원래 신 자신이 거하였으나 사람들의 이마 놋쇠와도 같이 솟구쳐 소리만 울리고 신을 찾는 어떤 연약한 것들도 깃들지 못했다 처음에 집은 완전하였으나 결국 집은 완전하지 못했다 신은 우리의 마음을 찢어 거기에 불을 붙였다 집이 불타면 먹지 못하고 집이 불타면 눕지 못하고 집이 불타면 날지 못하고 집이 불타면 가리지 못하리 그러나 놋쇠와도 같이 거만한 집이 불타면 그 불탄 집 아름답다 형체도 내용도 가진 것 없다 이름도 없다 이미 신이 다시 내려 거하기 시작한 집 시인이 산책하면서 만나는 어떤 불탄집의 전경을 그려냈다. 햇살을 느끼는 분위기도 그러하거니와 두려움과 쓸쓸함, 미세한 어떤 극점에서 무엇인가 생성되는 것을 피부로 느끼는 전위 같은 것이다. 불탄집이 장기적으로 방치된 삶의 연관성을 포착하면서 시인은 몸으로 바꿔 노래하고 있다. 우리들이 속세가 어디론가 다다른 한계점에서 새로운 이상을 발견하고 잔해들 속에 남겨진 뼈아픈 상처를 위로할 수 있을 때 생의 도구
올해는 수원화성 축성 220주년이 되는 해이자 수원시가 야심차게 준비한 ‘수원화성 방문의 해’다. 수원시가 이처럼 관광 활성화에 전력을 기울이는 것은 관광산업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관광산업을 수원시 미래산업으로 확실하게 정착시키기 위한 노력이 ‘수원화성 방문의 해’인 것이다. 현재 시가 계획하고 있는 수원화성 방문의 해 사업은 매우 다채롭다. 20일 라마다 호텔에서 개막행사와 화성연구회 주관 기념 학술대회를 시작으로 21일 수원관광 활성화 포럼, 23일 수원체육관에서 주한외교사절 등을 초청해 개막축하공연을 개최해 관광특구를 선포한다. 4월 KBS 열린음악회, 5월에 2016 아시아 모델 페스티벌과 항공전, 6월 K-POP 슈퍼콘서트, 9월 팔도 관광축제, 10월 수원 그랜드 세일 등 새로운 빅이벤트가 잇따라 열린다. 여기에 더해 기존에 실시해오던 수원화성문화제, 음식문화축제, 수원화성국제음악제, 재즈페스티벌, 팔달문 시장거리축제 등을 업그레이드해 수원시내는 1년 내내 흥겨운 잔치판이 벌어진다. 특히 10월에 열리는 제53회 수원화성문화제에서는 서울 창덕궁에서 출발해 마포나루 주교(배다리)를 건너 화성행궁까지 정조대왕 능행차가 펼쳐진다. 정조는…
최근 사이비 언론 및 인터넷 매체에 대한 제재방안이 마련됐다. 네이버, 카카오 등 포털의 뉴스제휴평가위원회는 지난 7일 ‘뉴스 제휴 및 제재 심사 규정’을 확정 발표했다. 이날 발표한 주요 제재 기준에는 중복, 반복된 기사 전송, 추천 검색어 또는 특정 키워드 남용, 기사로 위장된 광고·홍보, 선정적 기사 및 광고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매체의 위반 행위 발견 시는 모두 5단계에 걸친 단계별 제재를 시행하며 제재 조치에도 개선되지 않을 경우 최종 계약 해지되고, 이후 1년 동안 제휴 신청도 할 수 없다. 이번 제재 기준안은 언론사 퇴출보다는 언론의 자정능력과 좋은 품질의 기사 만들기에만 주력할 수 있는 공정한 환경을 만드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규정 중에는 기자와 편집자 등 5인 미만의 인터넷신문은 포털과 제휴할 수 없도록 했다. 그동안 포털들은 자정노력을 외치면서도 선정적 기사나 광고, 검색 빈도를 높이기 위한 어뷰징 등을 묵인·조장해왔다. 사이비 언론의 발호를 부추기고 은밀하게 이들과 공생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이번 제재방안은 시의적절한 조치다. 그러나 벌점부여 방식이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5점까지 벌점을 주고 누적 벌점이
신의 존재유무를 논하기는 어렵지만 인류가 절망 속에서 기도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신, 구원을 역사한다고 믿었던 신이, 인간의 고난을 보면서도 침묵만 지킨다면, 신과 인간과는 아무 관계가 없는 것일까? 이런 회의를 지금 종교가 직면한 조난이라고 한다. 기독교 철학에서는 인간이란, 신을 배반한 아담의 원죄로 말미암아 신의 형상을 잃어버리고 자유 속에 내던져진 타락한 존재라고 했다. 그 결과 인간은 침묵하고 있는 신 앞에 단독자로서 자신의 선택에 대하여 스스로 책임을 져야함으로써 불안을 해소할 길이 없게 됐다고 한다. 힌두교에서는, 인간은 개체로서의 불변의 자아를 가진 존재라고 한다. 즉 개체아(個體我)로서 자기의 생명을 지속시키고 있는 불멸의 ‘아트만’이 자기의 자유로운 선택과 수행의 결과에 따라 자신의 내생을 스스로 결정한다고 한다. 불교에서는 ‘불변의 자아’를 부정한다. 개체로서의 인간은, 존재를 구성하고 있는 관계(關係)의 세계에서 어떤 인연을 만나 관계를 맺어 발생한 존재이기 때문에 고정된 실체는 존재하지 않고, 인연에 따라 끊임없이 유전하는 존재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주생명이 곧 자아임을 깨달으면 &l
해가 짧아지고 추워지는 겨울에는 많은 사람이 우울한 감정을 느끼기 쉽다. 왜 우울한 감정이 드는 것일까. 겨울철 우울증의 발생 원인과 증상, 대처방안에 대해 알아보자. 계절적 흐름에 따라 생기는 기분장애, 즉 계절성 정동장애(seasonal affective disorder) 중 가장 많은 형태가 ‘겨울철 우울증’이다. 이는 가을과 겨울에 우울한 기분, 피로감, 무기력증이 나타나며 증상이 악화되다가 봄과 여름이 되면 나아진다. 만약 주변 스트레스 요인에 크게 영향 받지 않으면서, 매년 이러한 증상이 주기적으로 반복된다면 ‘겨울철 우울증’을 포함한 계절성 정동 장애를 의심해볼 수 있다. 겨울철 우울증의 원인은 무엇일까. 가을, 겨울에 일조량과 일조시간이 부족해지면서 우리 뇌 속에 송과선(pineal gland)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의 일종인 멜라토닌 합성이 줄어들게 된다. 생체리듬과 수면주기를 조절하는 멜라토닌의 부족은 활력 저하, 우울한 기분, 과식, 과수면을 일으킬 수 있다. 뇌의 시상하부는 이러한 계절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데, ‘겨울철 우울증’ 환자들은 이러한 기능이…
A형은 소세지, B형은 오이지, O형은 단무지, AB형은 지지지. ‘혈액형 식별법’을 이야기 할때 곧잘 예로 드는 우스갯소리다. 각각을 풀이하면 이렇다. 소세지는 소심하고 세심하고 지랄맞고. 오이지는 오만하고 이기적이고 지랄맞고. 단무지는 단순하고 무식하고 지랄맞고. 지지지는 지랄맞고, 지랄맞고, 지랄맞고. 물론 이런 해석은 과학적으로 전혀 근거 없지만 듣는 이들 대부분 공감하니 신기하다. 사람마다 혈액형이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한 사람은 오스트리아의 병리학자 칼 란트슈타이너다. 그는 1901년 혈액형에 따라 서로 맞고 안 맞는 것이 있음을 알고 이를 ABO로 분류,수혈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1930년 노벨상을 받았다. 피가 몸속을 돈다는 혈액 순환설은 17세기에 와서야 영국 해부학자 윌리엄 하비에 의해 제기됐다. 그 이전까지는 피가 간에서 생성돼 심장을 통해 온 몸으로 퍼져 오줌과 땀으로 배출된다는 체액설을 믿었다. 순환설이 정설로 인정받기 까지는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첫 수혈이 성공한 것도 순환설제기 200여년이 지난 1822년에 이루어 졌다. 분만 후 출혈로 사경을 헤매던 산모를 조수에게서 받아낸 피를 수혈, 살려낸 것이 그것이다. 수혈 성공률은 란트
오만 원 /윤중목 오랜만에 서울 올라와 만난 친구가 이거 한번 읽어보라며 옆구리에 푹 찔러준 책. 헤어져 내려가는 고속버스 밤차 안에서 앞뒤로 뒤적뒤적 넘겨 보다 발견한, 책갈피에 끼워져 있는 구깃한 편자봉투 하나. 그 속에 빳빳한 만 원짜리 신권 다섯 장. 문디 자슥, 지도 어렵다 안 했나! 차창 밖 어둠을 말아대며 버스는 성을 내듯 사납게 내달이고, 얼비치는 뿌우연 독서등 아래 책장 글씨들 그렁그렁 눈망울에 맺히고. - 운중목시집 ‘밥격/천년의 시작’ 둘러보면 모두들 힘들다 힘들다 안 힘든 사람 찾아보기 힘든 세월이다. 시인도 시인의 친구도 다 힘든 사람들이다. 그래도 정 깊었던 옛날이 좋았다, 그립다, 말들을 한다. 쓸쓸한 날에 책갈피를 뒤지다 발견한 반짝이는 만 원짜리 신권 다섯 장은 복권에 맞은 듯 시인을 행복하게 했으리라 뒤이어 시인을 그렁그렁 눈물 고이게 했으리라. 산다는 건, 우리들의 피가 뜨겁게 돌고 있는 한 절망할 수 없다는, 사람이 희망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나도 힘든 친구에게 빳빳한 만 원짜리를 준비해서 슬쩍 옆구리에 디밀고 싶은 날이다. /조길성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