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깊어간다. 언제까지 푸를 것 같던 나무들이 이별의 날을 위한 치장을 벗기 시작하고 산과 들을 오가던 단풍보다 고운 빛깔의 옷차림들도 멎어가고 있다. 지역 홍보와 관광객 유치를 앞세워 축제가 가장 많은 시기 또한 가을이다. 그 중에서도 먹거리를 가장 앞에 내세운다. 힘들게 다이어트를 하는 여성들도 찬바람이 불면 슬슬 꾀가 나기도 하고 여행지의 풍광과 미각에 동요되기 십상이다. 미식가들을 유혹하는 이야기가 아마 가을 전어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가을 전어 굽는 냄새에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말은 언제 들어도 솔깃하고 먹고 싶다는 충동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기회가 되어 친구들과 전어를 먹어보니 기대했던 맛과는 조금 달랐다. 자주 자리를 뜨면서 먹어서 그랬는지 다른 생선구이보다 더 맛있다는 느낌은 없었다. 잔가시를 발라내기에 바빠 무슨 맛인지는 고사하고 입으로 들어가는지도 모를 지경이었다. 나도 모르게 저절로 푸념이 이어진다. 그 며느리가 맹추니까 그렇지, 벼르고 별러 기껏 가출을 하고 이런 거나 먹겠다고 집으로 돌아와? 팔자도망은 못 한다더니 하며 잇새에 낀 잔가시를 혀끝으로 애써 밀어냈다. 어디 세상에 맛있는 게 전어밖에 없으려구, 아침저녁 쌀
‘중국인이 떠난 자리엔 꽈즈(瓜子) 껍질만 있을 뿐’이라는 농담이 있다. 꽈즈는 기름에 볶은 해바라기 씨를 말한다. 중국인들은 이 씨를 즐겨 까먹으며 국민 간식이라 부른다. 농담은 그래서 나온 말이다. 중국에는 이외에도 간식이 여럿 있다. 그중에서 지단(달걀)전병, 매운 샤브샤브 마라탕을 꽈즈와 함께 3대 국민 간식이라 부른다. 미국에선 ‘트윙키’라는 게이크가 국민 간식이다. 2100년 1월 1일에 공개될 타임캡슐에 들어갈 정도로 유명하다. 이 간식은 겉은 노란 케이크지만 속은 흰 크림으로 차있어 자신이 미국인이라고 느끼고 행동하는 아시아계 사람들을 가리키는 속어로도 자주 사용된다. 이웃 캐나다에도 국민 간식으로 소문난 ‘비버테일즈’라는 기름에 튀긴 빵이 있다. 동물 비버의 꼬리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관광객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유럽도 길거리 간식을 즐긴다. 스페인에는 밀가루 반죽을 막대 모양으로 만들어 기름에 튀겨낸 ‘추러스’라는 국민 간식이 있으며, 프랑스에는 과자 ‘마카롱’과 우리의 호떡만큼이나 쉽게 접할 수 있는 ‘크레페’가 있다. 얇게 구워낸 반죽에 다양한 재료를 넣어 돌돌 말아 싸먹는 크레페는 한 끼 식사로도 많이들 즐겨먹는 인기…
연민 /고영 현관 도어록 속에 누가 새를 가둬놓았을까 잡아먹을 것도 아닌데 놀라게 할 마음 따윈 더욱 없는데 자꾸 새가 운다 만지면 만질수록 소스라쳐 울기만 하는 가엾은 새여, 우리 아직 포기하지 말자! 도어록을 부수고 새를 꺼낸다 - 시집 ‘딸국질의 사이학’ / 2015, 실천문학사 문명이란 인간의 이기로 도용되거나 착취당하는 것이 많다. 새소리니 핸드폰 원음으로 사용되는 물소리 바람소리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새소리는 순수다. 새소리는 자긍심이다. 새소리는 순수한 인간의 상징이다. 그 누구도 간섭하거나 멈추라고 할 수 없는 이빨 하나 들어가지 않는 치외법권지역 같은 곳이어야 하나 새소리는 도어록에 갇혀 있다. 순수한 인간이 도어록에 갇혀있다. 몇 볼트 짜릿한 신호에 의해 작동되는 도오록의 부품이 되어 있다. 기계화 되어 있다. 이것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 시인의 예리한 시각이 돋보이는 시다. 시 한 편으로 현대인의 비극을 적나라하게 나타낸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나 고영 시인은 나타낸다. 도어록을 부수고 새를 꺼낸다는 상징적 행위를 거침없이 한다. 시인이 왜 무서운가를 왜 고집이 샌가를 보여준다. 왜 더러운 것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지를…
날로 비행청소년이 늘어나고 있어 이의 교정지도가 절실하다. 사사로운 일을 자제하지 못하고 자행한 잘못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 지난 과오를 깊이 반성하여 재범을 방지해 주어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수원지방법원과 경기도와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가 지난 8월 전국 최초로 운영한 보호 소년 학업 복귀 프로젝트인 하이 스쿨에 참여한 보호소년 중 절반이상이 상급학교 진학이나 정규학교 복귀를 희망하게 되는 등 큰 성과를 나타났다. 미래에 대처할 수 있도록 적응하며 새로운 각오를 실천해가는 일이중요하다. 잘못을 반복하지 않도록 사후관리가 철저하게 이루어져야한다. 수원지법과 경기도에 따르면 하이 스쿨은 지난 8월10일부터 14일까지 5일간 정규과목 21시간과 특별과목 7시간을 이수하는 것으로 학교 밖에서 생활하던 보호 소년 18명을 대상으로 실시하였다. 소년심판절차로도 사용된 하이 스쿨은 수원지방법원판사와 센터 상담원이 보호 소년들의 생활을 관리한 결과이다. 학교생활 적응을 위해 수원시 관내 한 중학교에서 진행되었다. 보호 소년들이 늦잠을 잔다는 점에 착안하여 통학버스를 운영하기도 하였다. 점심 배식도 시행하는 등 2천여 만 원의 예산을 투입해 실제 학교생활을 재현하기 위해 노
현재 해외 각지에 흩어져 있는 대한민국의 국외문화재는 16만여점이나 된다. 문화재청 자료에 의하면 우리문화재는 해외 20개국에 분포돼 있는데 이 중 27.7%에 해당하는 4만4천365점이 미국에, 42.2%인 6만7천708점이 일본에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두 나라에 가 있는 문화재를 모두 합치면 전체의 70%나 된다. 미국은 해방 후 어수선 했던 군정시기와 6·25때, 일본은 일제 강점기 때 엄청난 양의 우리문화재를 불법으로 빼갔다. 그런데 문화재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있는 16만여점이 전부가 아니다. 오산이 지역구인 안민석 국회의원에 따르면 개인이 소장한 것을 합치면 대략 45만점에 달한다는 것이다. 안민석 의원은 2013년 9월 김준혁 한신대 교수, 의사 임병목씨, 혜문스님 등과 함께 미국 LA카운티 라크마 박물관에 있던 문정왕후 어보 환수 약속을 받아낸 장본인이다. 이어 이들을 중심으로 지난해 10월29일 ㈔문화재찾기한민족네트워크(이하 한민족네트워크)가 창립됐다. 공동대표를 안민석·서상기 국회의원, 수림문화재단 하정웅 이사장, 평화3000 박창일 신부가 맡았으며 김준혁 한신대 교수가 사무총장을 맡아 동분서주하고 있다. 한민족네
2016년은 수원화성 축성 220주년을 맞는다. 이를 기념하여 수원시에서는 2016 수원방문의 해를 지정, 관광객들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수원화성은 ‘2012 한국관광의 별’이기도 하며, CNN이 선정한 ‘한국에서 가봐야 할 50곳’에 선정되기도 해 대내외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문화유산이다. 오늘은 UNESCO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수원화성을 여행해보자. 수원화성은 팔달문 구간을 제외하면 수원화성 전 구간을 성곽길을 따라 걸어서 여행할 수 있다. 수원화성의 구간 중 화성의 백미로 일컬어지는 곳은 장안문과 화홍문, 방화수류정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수원화성의 정문은 장안문이다. 보통 남문이 정문인데 반해, 수원화성은 북쪽문인 장안문이 정문이다. 서울한양에서 정조임금이 오실 때 입성하시게 되는 문이 장안문이다. 장안문을 비롯해 수원화성의 4개의 문은 모두 옹성을 갖추고 있다. 이 곳 장안문의 옹성이 조금 특이하다. 보통의 옹성의 문은 한쪽 모퉁이에 두게 되는데 장안문의 옹성은 가운데 나 있다. 이렇게 중앙에 문을 낸 것은 사방이 열리고 팔방으로 통하는, 즉 사통팔달하는 화성의 정신을 반영한 것으로 평상시 사람과 물자의 원활한 유통을 중요시했음을 알 수 있다. 수
바쁜 현대생활 속에서 소홀해지기 쉬운 건강이지만, 그만큼 현대인의 건강에 관한 관심은 날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건강을 위해서라면 비싼 보양식이나 영양제, 운동, 다이어트 등 많이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려 합니다. 그러나 현재 미국에서는 다이어트, 운동 못지않게 ‘숙면’이 건강의 중요한 요소로 알려져 있으며 이에 사용되는 비용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수면의 기능은 아직 명확히 밝혀져 있지는 않지만 일부 동물실험에서 수면박탈을 시키면 3주 이내에 죽을 수도 있다는 보고를 보면 생명유지에 필요한 요소일 것으로 생각됩니다. 일반적으로도 잠을 못 자게 되면 계속 졸리고, 안절부절못하게 되며, 집중력을 가지고 일을 하기 어려운 것을 쉽게 경험하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적당한 수면 시간은 성인의 경우 7시간 30분 정도, 청소년의 경우 약 8시간, 유치원에서 초등학생은 약 9시간 이상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이는 개인차가 있어서 자신에게 가장 적절한 수면시간은 낮에 아무런 일을 하지 않고 있을 때에도 졸리지 않을 정도의 수면을 뜻합니다. 잠이 부족한 사람들은 대부분 잠을 더 깊게 자지만 부족한 잠을 보상할 수는 없습니다. 잠이 부족하게 되면 낮에 정
아파트 입구에서 보약을 들고 들어가는 주민의 출입을 가로 막는 경비원. 보약 반입은 절대 안 된다며 몸으로 저지한다. 이에 입주민은 ‘아니 이럴 수가 있냐’ ‘보약을 들고 들어 가는 것을 막는 경비가 어디있냐’며 항의한다. 그러자 경비는 ‘난 잘 모르겠고….’ ‘아 글쎄 안돼’ ‘법이 그렇다니까’를 연실 외치며 통과시킬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입주민이 계속 따지자 ‘보약 먹으면 안 된다. 먹으면 너 힘 생겨서 나한테 대들거다”라고 말하며 요지부동이다. 그러다가 “들어가도 좋다. 대신 보약에 몸에 좋은 것 다 집어넣어라”라고 조건을 건다. 그 말에 입주민이 “인삼 오미자 다 넣었다”고 설명하자 “진짜 몸에 좋은 걸 다 넣어라”며 다시 한 번 떼를 부린다. 서로 옥신각신 하는 사이 또 다른 주민이 아령과 테니스채와 같은 운동기구를 넣은 보약을 들고 아파트로 들어가지만 경비는 아무 제재 없이 인사까지 하며 통과시킨다. 승강이를 하던 입주자는 허탈해 하고&hell
노을치마 /유 헌 봉창에 달그림자 열브스레 차오르고 여유당 시린 눈빛 버선발로 서성일 때 상사련 구듭치는 강, 구강포 가슴 섞네 마재 너머 강진 땅 짭조름한 눈물걸음 촉초근한 눈시울은 한 쌍의 학이 되어 만덕산 된비알 넘고 두물머리 둥지트네 깁고 엮은 애틋한 정 신혼의 단꿈 어린 병든 아내 낡은 치마 초당에 전해지니 천리 길 적시는 울음, 하피첩 되었다네 세월은 가량없어 붉은 천 바랬으나 귤동 마을 대숲마다 고샅고샅 어귀마다 노을빛 치맛자락에, 얼룩져 타는 속울음 사랑하는 마음이 깊으면 그리움의 긴 끈이 산을 넘고 강을 건너 천리를 간다고 한다. 경기도 두물머리 마재와 전라도 강진은 다산 정약용의 유배로 하여 이웃사촌이 되었다. 다산의 유배시절 부인 홍씨는 천리 머나 먼 적소의 님에게 그리움과 사랑의 징표로 붉은 치마 6폭을 보냈는데, 그에 대한 화답으로 그린 그림이 다산의 ‘하피첩’이다. 이 시에서 ‘마재’마을과 ‘귤동’마을의 산하는 ‘붉은 천’으로 하여 하나가 된다. 강진의 ‘노을’은 마재의 ‘붉은 치맛자락’과 조응하여 아름다운
‘관피아’와 ‘정피아’ 논란이 사회적 관심거리가 된 지 얼마 안 되었다. 퇴직 공무원이나 관료들의 산하기관, 단체와 관련업종에 재취업하면서 부작용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기획경제부 국토부 환경부 교육부 등 전체 정부 부처에 걸쳐 퇴직 관료들의 관련기관 재취업과 임용은 일반화돼 있는 게 사실이다. 이는 광역 및 기초지방자치단체도 만찬가지다. 최근 안양시 각급 산하기관에 전직 간부 공무원과 전 시의원들이 대거 임명되고 있다고 한다. 시설관리공단 인재육성재단 창조산업진흥원 등 산하기관장과 고위간부 자리를 공무원이나 시의원 출신들이 차지한다는 것이다. 물론 공모과정을 거쳐 임명된다. 그러나 말이 공모지 사전에 내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기에 지원하는 사람들도 소수에 불과하다. 지원해봤자 들러리 설 것이 뻔한데 뭣하러 공모에 응하느냐는 비아냥이 들린다. 민간에서 전문인이나 전문경력자들을 뽑아 조직을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는 온데간데 없다. 공무원들은 대개 법에 정한 정년보다 2년 먼저 명예퇴임한 다음 산하기관으로 자리를 옮기는 것이 관례처럼 돼있다. 정년을 끝까지 채우고 싶어도 인사적체에 시달리는 후배 공무원들의 원성이 두렵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명예퇴임한 공무원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