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 잎 /강은교 주 뒷날 부는 바람을 나는 알고 있어요. 아주 뒷날 눈비가 어느 집 창틀을 넘나드는지도. 늦도록 잠이 안와 살(肉) 밖으로 나가 앉는 날이면 어쩌면 그렇게도 어김없이 울며 떠나는 당신들이 보여요. 누런 베수건 거머쥐고 닦아도 닦아도 지지않는 피(血)들 닦으며 아, 하루나 이틀 해저문 하늘을 우러르다 가네요. 알 수 있어요, 우린 땅 속에 다시 눕지 않아도. 1974년 9월에 발행된 강은교 선생님의 ‘풀잎’이란 시집 속에 있는 시이다. 저 시집을 75년 4월에 500원을 주고 사서 여태껏 읽고 있다. 사십여 년 만에 올 10월 3일, 함양 지리산문학제전에서 드디어 선생님을 육안으로 뵈었다. 알 수 없는 생(生)의 ‘삶과 죽음’에 대해 치열하게 방황하던 이십대 초반에 선생님의 시는 뭐라 말할 수는 없지만 나에게 하나의 탈출구가 되어 주었다. 삶의 마지막 경계를 지켜 주었다고 감히 말해도 될지…. 서른 살 무렵의 그 크시던 눈망울은 이제 조용한 연륜에 덮여 보이지 않지만 담담하고 잔잔한 노년의 선생님 모습은 내 가슴을 살짝 뛰게 했다. 누렇게 바랜 책장에 성함을 받고 자리로 돌아와 남편에게 카
안전하고 편리한 일상생활의 영위는 시급하고 당면한 과제이다. 그동안 수많은 불안한 환경요소는 국민 불편을 가중시켜왔다. 경기도가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화재, 교통사고, 안전사고, 자살, 감염병 분야의 안전이 최고 수준으로 나타났다. 국민안전처가 4일 전국 시도와 시군구의 7개 분야 지역안전지수를 공개한 결과이다. 지역안전지수는 화재를 비롯한 교통사고·범죄·안전사고·자살·감염병·자연재해 등 7개 분야의 안전도를 사망자수와 발생빈도 및 재난 취약 인구, 시설 분포 등 총 35개 지표로 평가하여 자치단체 유형별로 1∼5등급으로 산출한 값이다. 당국은 도민의 안전을 위해서 사고예방을 위한 지속적인 점검과 철저한 사전예방을 해가야 한다. 경기도는 화재, 교통사고, 안전사고, 자살, 감염병 분야에서 1등급을 받았다. 도민의 건강한 생활환경을 위해서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노력을 경주해가길 바란다. 자연재해와 범죄 분야에서는 3등급을 받아 5대 강력범죄 발생을 줄이고 자연재해에 대처하기 위한 방안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었다. 사건발생을 예방하기 위한 철저한 사전교육과 상황점검 및 신속한 대처가 절실하다. 도내 31개 시·군의 경우 화재분야에서는 수원, 성남, 안양
공공의료원의 중요성은 지난 메르스 사태 때 검증된 바 있다. 특히 경기도립의료원 수원병원은 메르스 발병 이후 2억여원을 긴급 투입해 기존 9개이던 음압병실을 32개로 23개나 늘렸다. 이 때문에 메르스 환자 치료에 집중할 수 있었고 의료진의 헌신적인 노력에 감동한 주민들의 응원도 이어져 수원병원 맞은편 울타리 등에는 의료진을 격려하는 초록색과 노란색 리본 수천 개가 걸리기도 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만성적자 의료기관이라는 비판의 시각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홍준표 경남지사다. 그는 ‘만성적자’를 이유로 주민들의 반대 여론에도 불구, 진주의료원 폐업을 강행했다. 경기도립의료원도 누적 적자가 크다. 수원병원 등 산하 6개 병원의 누적 적자는 지난해 말 기준 239억원이나 된다. 따라서 국회 국정감사와 지방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항상 경영부실을 지적당한다. 그러나 지난번 메르스 사태 이후 공공의료원을 바라보는 시선은 많이 바뀌었다. 이익을 창출해야 한다는 경제적 논리 보다는 국가적 규모의 감염병 등에 대처하는 ‘착한 적자’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성남시립의료원도 이런 국민적 인식에 바탕을 두고 공사를 시작했다. 사업비 1천900여억원이 투입되는 이 의료원은 연면적
모든 생활영역에서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장애를 이유로 차별받은 사람의 권익을 효과적으로 구제함으로써 장애인의 완전한 사회참여와 평등권 실현을 통하여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구현함을 목적으로 하는 법. 이 법은 ‘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다. 일반적으로 장애인차별금지법이라고 불린다. 지난 2007년 4월 10일 제정돼 2008년 4월 11일부터 시행됐다. 지난달 강원도 일원에서 열린 제96회 전국체육대회와 제35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를 보면서 이 법이 떠올랐다. 매년 전국체육대회와 전국장애인체육대회를 현장에서 취재하면서 장애인체육이 엘리트체육과 비교했을 때 많이 소외받는다는 생각을 해왔지만 이번처럼 장애인차별금지법까지 떠올린 적은 없었다. 매년 전국체육대회 개회식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대통령이 개회식에 참석한다. 전국장애인체육대회 개회식에는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는다. 대신 국무총리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참석한다. 총리나 장관이 참석할 수 없을 때는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 참석한다. 올해 전국장애인체육대회 개회식에는 국무총리도, 장관도, 차관도 참석하지 않았다. 문화체육관광부 체육협력관이 장관 대신…
엊그제 방한했던 프랑스 올랑드 대통령은 지난 2012년 대선에서 남녀 성평등 내각 구현을 핵심공약 중 하나로 내세웠다. 그리고 당선 이후 남성장관 17명, 여성장관 17명 동수로 내각을 구성하며 공약을 실천했다. 나아가 경제개발, 교육, 보건 등 요직에 여성들을 기용, 국민들의 박수를 받았다. 특히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결코 깨뜨릴 수 없는 장벽’, 즉 유리천장에 갇혀 있던 여성들의 반응은 뜨거움 그 자체였다. 세계 최초로 남녀동수 내각을 구성한 나라는 칠레다. 칠레는 2006년 미첼 바첼렛(54)이 여성 대통령으로 선출된 뒤 내각을 남녀동수로 구성했다. 여성 참여에 차별을 두는 등 정치적 성향이 비교적 보수적이던 칠레가 이처럼 내각을 획기적으로 구성하자 세계적 주목을 받았다. 여성장관이 많았던 북유럽에서조차 이례적 논평을 내놓기까지 했다. 그 후 선진 각국은 내각에 여성 참여를 대폭 늘리기 시작했다. 2010년 재집권에 성공한 보수당의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각료의 약 3분의 1인 9명을 여성으로 채웠고, 다음해 이탈리아는 총 16명의 장관 중 8명을 여성으로 임명했다. 뿐만 아니라 외무, 국방, 교육 등 요직에 여성장관을 임명함으로써 주변국보다 한
엄마, 엄마들 /성향숙 모서리에 이불장 들어낸다 곰팡이 핀 벽지 아래 한 소끔의 퀴퀴한 어둠 시커멓게 변한 동전 몇 개, 작은 치부책, 제각각 풀린 볼펜대와 스프링 그리고 실거미줄 살비듬 뭉치 속에 오십년 찾아 헤맨 빛바랜 엄마의 결혼반지 설거지하는 접시 안에서 놀란 엄마 쨍그랑 깨지고 국수 삶는 물에 다급한 엄마 손 순간 빠진다 돌부리에 걸려 무릎이 깨지는 순간에도 아이쿠 엄마! 갑자기 문이 열려도 엄마! 깜짝이야! 오래전 삼베로 얼굴 감싸고 땅속에 숨은 엄마 숨바꼭질하듯 수시로 엄마!, 엄마!, 엄마를 찾는다 빈집 초인종 몇 번씩 누르며 여기 아닌가 ? 당황하는 엄마 걸레질하다 무심코 고개 들면 창문틀 기대 하염없이 밖을 내다보는 허리 구부정한 엄마 - 시집 ‘엄마, 엄마들’ / 푸른사상·2013 어떤 사실들은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우연히 풀린다. 오십 년을 찾아 헤맨 반지가 장롱 밑에서 빛바래 발견되듯이 어머니 또한 돌아간 후에서야 그 사랑과 헌신의 족적이 새록새록 발견된다. 생전의 어머니 염려와 타이름엔 왜 청개구리 심보가 발동하는지, 모든 딸들의 스스로도 이해 못할 감정일 것이다. 하다못해 접시를 깨트리거나…
부모 인성교육 강연과 상담을 하다보면 사춘기 자녀를 어떻게 훈계해야 할지 몰라 고민하는 부모님들과 자주 만난다. 이제 좀 컸으니 알아서 잘하겠지, 생각하다가도 컴퓨터 게임에 빠져 있거나, 스마트폰만 붙잡고 사는 모습을 보면 자기도 모르게 잔소리를 늘어놓게 되고, 아이는 말대꾸만 늘어갈 뿐 효과는 전혀 없으니 답답한 노릇이라며 안타까워한다. 이런 고민을 돕고 싶어서 쓴 책이 신간, ‘잔소리의 품격’이다. 잔소리를 품격 있게 바꾸는 방법을 제시해본 것이다. 사실 잔소리를 하는 부모들의 마음은 똑같다. 내 아이가 조금만 더 성실하면 좋겠고, 나보다 더 행복한 삶을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잔소리를 늘어놓는다. 나 또한 그런 심정으로,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만큼 많은 잔소리를 하고, 엄하게 혼내기도 한 사람이다. 그러나 결과는 아이들과의 관계가 단절되고, 상처만이 고스란히 남았다. 잔소리의 역효과는 과학적으로도 밝혀졌다. 미국 피츠버그 의과대학, UC 버클리 대학, 하버드 대학의 공동 연구팀이 평균 14세 청소년 32명에게 엄마의 잔소리를 녹음한 음성파일을 30초 정도 들려주고 뇌의 활성도를 측정했더니, 감정 조절에 관여하는 전두엽과, 상대
최초의 컴퓨터 바이러스는 브레인 바이러스다. 파키스탄의 ‘바시트 파루크 알비’와 ‘암자드 파루크 알비’ 형제가 만든 것으로, 자신들이 만든 소프트웨어가 불법 복제되어 퍼지자 이에 복수하려고 만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바이러스는 5.25인치 플로피 디스켓을 통해 컴퓨터 부팅 섹터에 침입해 문제를 일으켰다. 당시 널리 보급돼 있던 MS-DOS 운영체제에서 실행됐던 탓에 전 세계로 급속히 확산됐다. 1988년에는 국내에서도 발견돼 바이러스 백신 개발의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 후 수많은 컴퓨터 바이러스가 등장했다. 그리고 영향 정도에 따라 양성 및 악성 바이러스, 감염 부위에 따라 부트(Boot) 및 파일(File) 바이러스로 구분했다. 부트 바이러스는 컴퓨터가 기동할 때 제일 먼저 읽게 되는 디스크의 특정 장소에 감염되어 있다가 활동을 시작하는 종류다. 파일 바이러스는 프로그램에 감염되어 있다가 실행될 때 활동하는 바이러스를 말한다. 각각 활동방식도 다르다. 감염 즉시 활동하는 것, 일정 잠복기간이 지난 후에 활동하는 것, 특정기간이나 특정한 날에만 활동하는 것도 있다. 지금은 고전이 되다시피 했지만 특정한 날에만 활동하는 바이러스 중 예루살렘 바이러스는…
경기도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창조적인 정책개발이 필요한 때이다. 전국 최초로 SIB(Social Impact Bond·사회성과연계채권) 방식의 사회복지사업인 해봄 프로젝트를 추진하려는데 기대가 모아진다. SIB 사업은 민간이 공공사업에 투자하여 성과를 내면 정부에서 원금과 보상금을 지급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해봄 프로젝트는 기초생활수급자를 대상으로 근로의욕을 고취시키고 역량을 강화해가기 위함이다. 다양한 취업 장애 요소를 제거하여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프로그램을 운영해갈 수 있다. 하루빨리 기초생활수급자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 사업의 본질적 목표이다. 경기도내 일반수급자 800명의 수급대상자들의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이들은 가정환경, 질환, 장애, 노령 등으로 근로가 어렵다고 판단한 저소득계층으로 국가가 시행하는 취업지원 사업에 제외되어 자립기회가 원초적으로 박탈된 계층들이다. 해봄 프로젝트의 운영 주체는 경기도를 비롯한 운영기관과 사업수행기관 및 민간투자자와 평가기관 등에서 운영기관이 민간투자자를 모집하고 사업수행기관을 선정하면 민간투자자는 15억5천만 원을 사업비로 분담한다. 사업수행기관은 이 가운데 13억4천만 원으로 사업을 벌이
전남 영암의 오리농가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잇따라 발생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9월 중순에 재발한 AI는 불과 두 달 사이에 14건이나 발생했고 닭과 오리 19만여마리가 살처분 됐다고 한다. 더욱이 날씨가 추워지면서 AI·구제역 등 악성가축전염병 확산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 겨울철이 되면서 철새들의 이동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과 차량을 통해 옮기는 것은 방역과 외부인·차량 출입통제를 통해 막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지만 철새들에 의한 확산은 어쩔 도리가 없어 답답하다. 방역당국과 농협이 발 빠르게 대처에 나섰다고는 하나 과거의 사례를 볼 때 이번 AI는 타 지역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오는 12월23일부터 5년 이내 AI·구제역 등 가축전염병이 2회 이상 발생한 농가들에 대한 살처분 보상금까지 삭감된다는 것이다. 애지중지 키운 가축들이 죽어나가거나 강제 살처분돼 피해를 입은 것도 억울한데 살처분 보상금까지 삭감된다는 것은 영세 축산농가의 부담을 더욱 가중시키는 것이다. 어쨌거나 앞으로 농가들의 피해는 더욱 커질 것이므로 축산 관계자들의 방역활동이 중요하다. 이에 경기도가 올해 11월부터 내년 5월까지 도내 축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