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 /김태일 풍경은 창으로 들어와 꿈이 된다. 창에 걸린 시간이 새소리를 듣고 있다. 땅이 무거운 하늘을 불러 내린다. 어둠을 밀어내고 꿈을 꺼낸다. 다리가 황토 강을 가로질러 서있다. 강물이 손에 잡힐 듯 넘실거린다. 앞산 자욱하게 덮고 있는 실 폭포 키 작은 꽃무리 사이로 나무집 하나 실 폭포의 침묵과 계곡의 고함소리가 몸을 섞는다. 어둠이 꿈을 말아 달아나면 계곡에서 아침이 솟아오른다. - 계간 ‘다층’ 겨울호에서 창이란 본래 대화 창구다. 안과 밖이 창을 통해 소통한다. 사람과 사람끼리만 소통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창을 통해 바람과도 소통하고, 햇빛과도 소통하고, 풍경과도 소통한다. 창을 통해 바깥세상을 읽고, 바깥세상은 창을 통해 온갖 정보를 우리에게 제공한다. 거대한 황톳물이 다급하게 흘러내리는 계곡을 바라보면서 아름다운 새벽의 꿈에서 벗어나는 하루의 시작이 세상과의 소통 창구인 창으로부터 비롯되고 있다. /장종권 시인
국제화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외국인을 흔하게 마주친다. 우리나라에서 활동하고 있는 외국인들이 우리 국민과 똑같이 세금을 내고 있는지 궁금할 때가 있다.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외국인도 세법상 거주자라면 원칙적으로 내국인 거주자와 동일한 납세의무를 진다고 보면 된다. 외국인이라도 한국 내에 주소를 두거나 183일 이상 거소를 두게 되면 거주자가 되는 것이고, 거주자가 되면 국내·외 원천의 모든 소득에 대해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 그러나 외국인에 대해서는 국제교류 지원과 우수한 외국 경영진·기술자의 유치를 위해서 거주자 일지라도 부분적인 세제상의 혜택이 주어지고 있다. 외국인 거주자가 최근 10년 기간 중 국내에 주소나 거소를 둔 기간의 합계가 5년 이하인 경우에는 국외에서 발생한 소득이 국내에서 지급되거나 국내로 송금된 금액에 대해서만 과세된다. 외국인 거주자가 우리나라 체류 5년이 되기 전에는 해외 원천 소득에 대해서 과세 되지 않도록 하여, 세금문제가 한국 근무에 걸림돌이 되지 않게 하고 있는 것이다. 엔지니어링 기술제공, 과학기술 출연연구기관 근무, 기술집약 산업·광업·건설업 등 분야에 종사하는 외국인 기술
특별사면을 포함한 사면제도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고유의 것은 아니다. 미국의 경우에도 사면권은 대통령 고유 권한으로 못 박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고유의 권한이라 하더라도, 미국은 명분이 있는 경우에만 대통령이 사면권을 사용한다. 예를 들어 국가를 위한 스파이 활동으로 부득이 법을 어긴 것과 같은 경우에, 대통령이 특별사면이든 아니면 일반사면이든 사면권을 사용한다는 말이다. 물론 우리나라의 경우도 대통령이 사면권을 행사할 때는 명분을 내세운다. 이번의 경우는 이른 바 ‘경제 살리기’였다. 그리고 그런 명분하에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면과 복권이 이루어졌다. 여기에서 그룹 총수를 풀어주면 경제가 살 수 있는지 하는 문제는 논외로 하겠다. 단지 여기서 지적하고자 하는 점은 지금 정치권에서 하는 일과 이번 사면이 모순되는 점이 많다는 점이다. 지금도 롯데 문제는 사회적 관심이다. 롯데가 사회적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굳이 여기서 반복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런데 이 롯데 문제의 핵심은 바로 재벌그룹의 소유구조이다. 한마디로 재벌 오너의 한마디로 재벌그룹이 왔다 갔다 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롯데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들 오너들이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죽음학’이라는 조금은 낯선 학문을 개척한 스위스 정신과 의사다. 그는 ‘죽음과 임종에 대하여’라는 책에서 죽음을 앞둔 사람의 정신 상태를 5단계로 분석해 제시했다. 먼저, 죽음을 받아들이지 않는 부인(Denial) 단계로 시작해서, ‘왜 하필이면 내가’하며 원망하는 분노(Anger),죽음을 지연시키는 거래(Bargaining),극도의 절망 상태인 우울(Depression),그리고 마침내 죽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수용(Acceptance) 단계로 이어진다는 게 주 내용이다. 각 단계의 영어 첫 글자를 따서 다브다(DABDA) 모델이라고도 불린다. 이처럼 모든 사람은 죽음 앞에 초연할 수 없다. 특히 원치 않는 죽음을 접했을 땐 더욱 그렇다. 그리고 남은 본인의 삶은 물론 가족들의 삶마저 뒤죽박죽되기 일쑤다. 프랑스 사상가 몽테뉴는 이를 두고 ‘우리는 죽음에 대한 걱정으로 삶을 엉망으로 만들고, 삶에 대한 근심으로 죽음을 망쳐버린다’고 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존엄사와 안락사라는 죽음의 방법을 생각해 냈고 실제로 세계 여러 나라에서 시행하고 있다. 물론 두 가지 방법의 목적은 같지만 의미는 다르다. 안락사는 불치병에 걸려 죽음의 단계에
낙타 /김영찬 낙타는, 길 떠나야 비로소 자유롭다 먼 길 떠나지 않는 동물, 그건 똥 잘 누는 놈일 뿐 다리 꺾고 앉아 지난 일 되새김하는 놈들 보면 버럭 화가 나서 낙타야 가자! 네 푸른 안구에 비친 대추야자나무 숲이 물구나무 선 곡두의 허상이든 말든 로또 복권 쏟아져 세상이 비에 젖든 말든 낙타야, 길 떠나자 길에서 네 육봉은 사철 푸른 구릉 양떼들의 풀밭이 그 위에 있지 회오리바람에 눈알 쓰려도 모래 위로 길을 내며 걷고 또 걸어야지 ―낙타야 가자! - 김영찬 시집 ‘불멸을 힐끗 쳐다보다’ /황금알 낙타, 하면 사막이 떠오른다. 무거운 등짐과 터벅터벅 걷는 고단한 발소리 들린다. 낙타의 삶은 고단하기에 사막 위의 빛나는 위엄이다. 걷고 또 걸어 목적지를 향해 가는 것은 인간의 삶에 다름 아니니, 날이 새면 일터로 가자, 공부하러 가자, 연습하러 가자. 한 발자국씩 묵묵히 나아가는 삶이야말로 최선이며 가장 현실적인 미래다. 양떼들의 한가로운 풀밭은 고단한 발이 받쳐주는 혹 위에서 아슬아슬 주어지는 가능성이다. 어둠 속에서 만나는 별은 그 길의 지난함으로 스스로 빛난다. 그러니 기쁨이라는 당신, 당신이라는 위안이 어디쯤에선가 기다릴 테
중국이 이틀 연속 위안화 환율을 큰 폭으로 평가절하했다.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주가가 급락하고 원자재 값은 곤두박질쳤다. 중국관련 주식은 10% 이상 떨어졌다. 중국외환교역센터는 지난 11일~12일 이틀 사이 달러화 대비 위안화 환율을 1.86%, 1.62%를 연속으로 낮춰 고시했다. 중국이 수출 부진에 따른 경기 침체를 우려하고, 나아가 수출기업들에 대한 채산성 악화를 막기 위해 환율 개입에 나선 것이다.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자, 우리나라의 최대 교역국으로 등장한 중국의 이 같은 조치는 특히 우리나라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중국 위안화의 평가절하 우려는 이미 지난해 초반부터 나타났다. 당시 위안화의 하루 변동 폭이 2%에 이르는 등 불안함을 보였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위안화 절하에 대비했어야 한다. 현재로서는 긍정적인 요소보다는 부정적인 측면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 가뜩이나 수출이 어려운 국내기업들의 중국에 대한 수출경쟁력이 약화될 것이 뻔하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일본 엔화의 약세로 힘들어했던 수출 기업들로서는 엎친 데 덮친 격이 된 거나 다름없다. 이렇게 되면 세계 여러나라들이 자신들의 경제를 보호하기 위해 환율전쟁
수원시의 얼굴이자 대표적인 문화관광 공연 프로그램인 무예24기가 수원시립공연단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그리고 광복절인 지난 15일 새로운 프로그램을 관광객과 시민들에게 선보였다. 섭씨 30도가 훨씬 넘는 한낮의 무더위에 장군들이 전투 때 입었던 두껍고 무거운 갑옷을 입었지만 단원들의 몸은 가벼웠다. 시립 무예단원으로서 새로운 각오를 다진 듯 얼굴 표정과 동작도 기세가 넘쳐흘렀다. 조선 정조시대 최강 정예 부대인 장용영 군사들이 익혔던 실전 호국무예인 무예24기의 아찔한 무예와 다이나믹한 진법 등이 펼쳐질 때마다 화성행궁 신풍루 앞마당 공연장 주위를 물샐틈없이 둘러싼 관객들은 환호성과 갈채를 아끼지 않았다. 그동안 무예24기의 시립화 문제는 무예24기 관계자는 물론 지역의 뜻있는 인사들의 숙원이었다. 단원들은 공연이나 연습 중 부상을 당해도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었을 뿐 아니라 출근해야만 받을 수 있는 ‘일당’조차 지급되지 않는 비정규직 신세였기 때문이다. 진검 등 위험한 병장기를 사용하는데다 격한 동작의 연속인 무예24기 특성상 부상자들은 쉴 새 없이 발행했지만 생계를 위해 입원은커녕 변변한 치료도 받지 못하고 출근해 공연 진행이라도 돌봐야 했다. 이런 현실
그냥 헤어지기는 서운할 때, 혹은 오랜만에 친구와 통화하고 전화를 끊을 때, ‘언제 밥 한 번 먹자.’라는 말로 마무리할 때가 있다. 상대방도 ‘그래. 그렇게 하자.’ 부담 없이 대답한다. 꼭 밥을 먹자는 것이 아니라, 인사라는 것을 서로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밥을 같이 먹는다는 것은 단순히 영양분을 섭취하고 시장기를 메우는 그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다. 우리에게 밥은 그런 것이다. 최근 여러 방송에서 요리 프로그램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다양한 콘셉트와 재미있는 구성으로 남녀 구별 없이 프로그램에 빠져들고 있다. 실용과 재미로 시청률을 높이고 있는 이 프로그램의 핵심 키워드는 남자 요리사와 집밥, 그리고 쉬운 레시피이다. 전문 쉐프와 요리에 일가견이 있는 남성들이 함께 나와 냉장고에 있는 재료를 가지고 미션을 수행하는 프로그램이 있고, 남자 연예인들이 전문요리사로부터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는 요리를 실습하는 프로그램도 인기를 끌고 있다. 차줌마, 백주부와 같은 정겨운 이름도 생겼다. 이렇듯 요리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집밥에 대한 그리움과 향수 때문일 것이다. 집밥에는 정성이
광복 70주년을 맞아 태극기가 방방곡곡에 휘날리고 있다. 일제 압제로부터의 해방됨을 기념하고 나라 융성을 다져야 하는 의지가 가득 베인 광복절이니 당연한 일일거다. 그 중 수도권의 두 지자체는 태극기의 위상을 더 한층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역사의 혼이 깃든 태극기를 높이 게양하는 일부터 남녀노소 모두가 참여해 펴는 다양한 형태의 행사까지 태극기 세상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영유권 주장과 북한의 천안함 사건 등으로 안보위협을 받던 2010년 태극기 도시를 선포한 구리시와 애국·보훈의 기상을 높이세워 태극기의 위상을 떨리는 성남시. 어느새 태극기 이미지는 이들 지자체를 대변하는 상징어가 돼 있다. 구리시 아차산 자락의 75m 높이 국기게양대에서 연중 펄럭이는 초대형 태극기의 위상은 보는 이의 심사를 숙연케 한다. 이 높이는 전국 최대다. 애국·보훈의 도시를 표방하는 성남시의 경우, 80여m의 국기게양대 설치 계획을 강구해오는 등 태극기 위상 높이기에 애를 쓰고 있다. 또 이들 도시의 태극기 사랑 행보는 남다르다. 남녀노소의 시민과 향군 등 안보·보훈단체를 비롯한 사회단체, 지역정가 인사의 적극적인 참여의지는 주
애국심(patriotism)은 어원적으로 고대 그리스의 ‘조국’을 의미하는 파트리스(patris))에서 유래한 것이다. 애국심의 의미는 ‘자기가 태어난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 이다. 그리고 평화적 성격을 지닌다. 하지만 침략자들로 부터 나라를 유린당할 때에는 달라진다. 나라와 행복을 지키기 위해 국민들은 저항과 투쟁을 자발적으로 벌이는 애국심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왜군의 침략으로 나라가 풍전등화에 처 했던 임진왜란 당시 의병과 승병의 봉기도 그 중 하나다. 3 ·1운동이라는 거족적인 항일독립운동도 마찬가지다. 모두가 나라를 구하려는 자발적 애국심의 발로였지 결코 조작되거나 강요된 것은 아니었다. 이같은 애국심을 참된 애국심이라 부르기도 한다. 광복 70주년인 올해 개봉된 한국영화 중 유독 애국심을 자극하는 영화가 많다. 1000만 관객 돌파를 눈앞에 둔 ‘암살’이 대표적이다. 1930년대 상하이와 경성을 배경으로 친일파 암살작전을 둘러싼 독립군과 임시정부대원 그리고 그들을 쫓는 청부살인업자 사이에 일어나는 사건을 그린 비교적 평범한 스토리의 영화다. 하지만 조국의 광복을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았던 숭고한 죽음이 재 조명 받으며 나라사랑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