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휴가철이 다가오고 있다. 초복을 지내고 무더위가 한창인 때, 휴가계획을 세우고 있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휴가에는 일상을 떠난 한가로움과 여유에 대한 기대가 담겨있다. 휴가용품의 대대적인 광고는 물론이고 수영복 패션쇼 등도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휴가상품과 여행지를 안내하는 모바일 앱이 개발되고, 휴가철에 읽기 좋은 책을 선정하여 발표한 곳도 있다. 올 여름도 이름난 계곡이나 해수욕장은 여전히 붐빌 것이다. 어느 기업에서는 침체된 내수경기 활성화를 위해 휴가 기간을 늘리고 가급적 국내에서 보내도록 권장하고 있다. 전국 휴양지 콘테스트를 여는가 하면, 직원에게 캠핑카를 지원하는 세련된 기업도 있고 휴가 후기콘테스트를 열어 추억을 공유하기도 한다. 공무원의 경우 연가사용 문화를 개선하기 위한 ‘국가공무원 복무규정’개정안도 입법예고했다. 이 개정안에 따르면 10일 이상의 장기휴가와 안식월 등도 가능해진다. 업무의 생산성 향상과 창의적 아이디어는 충분한 휴식과 재충전에서 나온다는 생각에서다. 이렇듯 휴가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는 가운데 질적인 문제도 생각하게 된다. 최근에는 휴가를 보내는 풍속도 변화하고 있다. 소모적인 휴가 대신 몸과…
산모들이 산후 조리를 잘못하면 평생 건강을 위협할 수도 있다. 우리 어머니와 할머니들이 출신 후 바로 들에 나가 일을 하거나 찬물에 손을 담그고 빨래를 해서 온몸에 골병이 들었다는 얘기가 바로 그것이다. 어떻게 산후조리를 했느냐에 따라 산모의 이후 건강 상태가 결정된다. 이 중요한 산후조리 과정을 예전엔 집에서 어른들의 도움을 받아가며 거쳤지만 요즘은 전문 산후조리원에서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요즘 산후조리원 이용률은 산모 2명 중 1명 정도라고 한다. 산후조리원을 선호하는 이유는 물론 출산 이후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지만 임신과 출산으로 예전과는 달라진 몸매를 관리하기 위해 선택하는 여성들도 많다. 따라서 요가, 마사지, 피부관리 등의 프로그램이 잘 갖춰진 산후조리원은 그만큼 인기가 높다. 이런 서비스와 시설에 비례해 이용료도 높을 수밖에 없다. 지난해 ㈔전국주부교실중앙회는 전국 산후조리원 이용 실태를 조사한 바 있다. 이 결과, 일반실 평균 이용가격(2주 기준)은 198만7천952원(서울 지역은 263만원)이었다. 저소득층에겐 결코 만만치 않은 비용이다. 1천만 원대인 산후조리원도 많다. 이렇게 고비용인 산후조리원을 서민층이 이용할 수는 없다. 이처
초기 대응에 실패한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의 확산으로 국민들의 불안과 공포가 가증되고, 이로 인해 사회 경제적인 활동이 위축되는 등 막대한 정신적·사회적·경제적인 피해는 사전 초기 대응의 중요성과 재발방지를 위한 안전대책 마련의 필요성을 인식하는 소중한 교훈이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위기 속에서 메르스 감염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생명을 담보하여 최일선에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며 환자들과 가족들에게 희망을 만들어 준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인들의 박애정신, 또한 사회복지시설의 이용자들에게 메르스 전염을 차단시키고, 필요한 생필품과 가사지원서비스 등 안정적인 사회복지서비스를 제공한 사회복지사들의 헌신적인 실천은 우리 사회에 또 하나의 소중한 가치를 일깨워 주는 귀감이 되었다. 이번 메르스라는 국가 재난을 통해 국민들이 사회·경제적인 불안과 함께 심리적인 위축으로 자기중심적인 분위기가 확산될 수 있는 위기 속에서도 의료인들과 사회복지사들의 헌신적인 봉사정신을 통해 더불어 함께라는 아름다운 삶의 가치를 깨닫게 되었다. 최근 자원봉사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까지, 아동에서…
구리 월드디자인시티(GWDC) 조성 사업에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잇따라 참여해 성공을이 예감된다. 당초 외국기업들만이 투자의사를 밝혀 자칫 반쪽짜리 사업이 우려됐다. 지난 9일 구리아트홀에서는 GWDC 조성 사업 협력을 위한 협약(MOU)식을 했다. 이 자리에서는 GS건설, 현대건설, 포스코 A&C, 호반건설, 서희건설, 신동아건설, 건영 등 국내 굴지의 건설업체와 부국증권, 한국자산신탁, 금융법인 등 9개 국내 대기업이 참여했다. 이로써 이 사업에 건설투자를 비롯해 전략적 제휴가 이뤄지게 된 것이다. 지난 3월 국토교통부로부터 GWDC 부지의 그린벨트 해제가 조건부로 의결된 데 이제 행정자치부의 중앙투자심사만을 남겨두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 대기업들이 사업 참여의사를 밝힘으로써 중앙투자심사에서 유리한 조건을 갖춰 긍정적인 영향이 기대된다. 구리시도 이를 계기로 중앙도시계획위원회가 제시한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다음 달까지 외국인 투자법인도 설립할 예정이다. 면적도 넓지 않고, 특별한 자족기반을 갖추지 못한 구리시로서는 이 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구리시가 국제도시로의 면모를 갖출 기회인 것이다. GWDC는 토평·교문·수택동 한
들에 나서면 푸른 것들의 수런거림으로 왁자하다. 가뭄에 더디기만 하던 참외가 하루가 다르게 자라고, 가지며 고추가 키 재기를 하듯 앞 다퉈 크고 있다. 그 녀석들 바라보는 재미로 아침이 기다려진다. 낮엔 누가 볼까봐 밤에만 자라는지 자고나면 다르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옥수수도 제 몫의 계절을 키우느라 분주하기만 하다. 붉게 꺼내놓은 수염이 며칠사이 마르고 나의 관심도 슬슬 옥수수에게 쏠린다. 수염이 마르면 먹을 때가 된 것이다. 어릴 때는 밭의 울타리가 옥수수였다. 무쇠 솥에 옥수수를 가득 넣고 불을 지피면 무쇠 솥이 눈물을 흘리고 옥수수 익는 냄새가 구수하게 났다. 한 김 푹 올리고 나서 뜨끈 뜨근한 옥수수를 소쿠리에 가득 담아 툇마루에 걸터앉아 먹던 생각에 군침이 돈다. 우리 밭은 만물상이다. 참깨 두어 줄, 토란 몇 개, 수박 다섯 포기 시장에서 볼 수 있는 것들은 대부분 이곳에도 있다. 토마토가 실하게 열렸는데 대추 토마토가 한 포기 시름시름 마르더니 이번에 큰 토마토도 마르기 시작한다. 원인을 알 수 없어 줄기를 잘라보고 뿌리를 캐 보았지만 원인을 알 수 없어 답답하다. 이곳에서 자라는 것이 야채들만은 아니다. 땅 밑에 달팽이가 집을 만들고 청
무예 수련의 기본은 동일한 자세의 반복이다. 처음에는 어설픈 몸놀림이지만, 동일한 움직임의 반복을 통해서 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자세를 만들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치열하게 수련을 진행했다면 어제의 자세와 오늘의 자세는 다를 수밖에 없다. 만약 어제의 몸짓과 오늘의 몸짓이 같다면 그것은 오히려 퇴보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무예 수련은 흐르는 강물에 배를 띄우는 일이다. 쉼 없이 노를 젓지 않으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저 멀리 흘러 가버리고 만다. 정확한 움직임과 목표의식이 없다면 배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종국에는 난파선처럼 표류하게 된다. 좋은 스승의 역할은 물살이 거칠수록 빛을 보게 된다. 온 힘을 다해 물길을 거슬러 오를 때 좀 더 빠르고 안정적으로 배를 움직일 수 있도록 풀어내 주는 것이 좋은 스승인 것이다. 이러한 스승의 차별화된 가르침을 ‘노하우(Knowhow)’라고 부른다. 어떻게 그 난관을 극복해야 하는 가에 대한 답을 전수하는 것이 스승인 것이다. 이런 이유로 좋은 스승을 만나면 보다 빠르게 무예의 요체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스승이 그것을 깨닫기 위해서 10년이 걸렸다면, 제자는 2~3년 안에 그 오랜 경험을 몸을 통해
예부터 복(伏)날 에는 보양식을 먹고 더위를 이겼다. 그중 대표적인게 계삼탕(鷄蔘湯), 복죽, 개장국, 민어탕, 장어탕 등이다. 지금이야 삼계탕과 보신탕이 복달임 음식으로 대변되지만 과거에는 이처럼 다양했다. 그중에서도 민어탕을 일품으로 쳤다. 속담도 있다.‘복더위에는 민어탕이 일품, 도미탕이 이품, 보신탕이 삼품’. 또 조선시대엔 ‘양반은 삼복에 민어를 먹고 평민들은 구탕(狗湯)을 먹는다’고 하며 오뉴월 여름의 고급 음식중 첫 손가락으로 꼽았다. 맛 있는건 탕과 회 뿐만이 아니다. 미식가들은 쫄깃하고 기름진 뱃살과 꼬리살, 지느러미살을 먼저 먹는다.뜨거운 물에 살짝 데쳤다가 찬물에 헹군 껍질을 참기름 소금에 찍어 먹는 것도 별미다. 구이, 전, 아가미무침, 뼈다짐 등 못 먹는 게 없다. 알마저 생선 알중 최고로 친다. 민어가 산란기를 앞둔 여름에 가장 맛있는 것도 식도락가들의 보양식으로 사랑받는 이유다. 단백질이 많고 비타민과 칼륨 등 각종 영양소가 풍부해 노약자나 환자들의 건강 회복에 좋다고 한다. 콜라겐과 콘드로이틴 성분은 골다공증·고혈압·동맥경화·심근경색 예방과 피부 보습을 돕는다. 동의보감에도 ‘민어의 성질이 따뜻해 여름철에 냉해지기 쉬운 오장육부의
10분간 휴식 /박광덕 겨울보다 맑은 하늘에서 어쩌면 이다지 차가운 눈이 내릴 수 있을까 어둠마저 하얗게 덮인 설원에 이열종대로 선을 긋노라면 철모 밑으로 고드름이 생기고 얼어붙은 군화 속을 땀방울이 흐른다 주검처럼 달라붙는 군장을 둘러멘 채 끝없이 걷는 이길 발바닥이 부르트고 귓바퀴가 잘려나도 눈 위에 찍힌 발자국이 모두 다 내 나라 내 땅으로 될 수 만 있다면 압록강과 두만강을 단숨에 건너 횐곰마냥 시베리아 만주 벌판을 싸돌아도 이 길처럼 한스럽고 어둡지는 않으련만 전달, 휴식 끝! 절명(絶命)으로 들려오는 소리에 노랗게 핀 오줌꽃을 서둘러 지우고 우리는 또 겨울 속으로 걸어간다. 영화 ‘연평해전’를 4회나 봤다. 영화산책을 쓴다는 의무감도 있었지만 남자라면 군대를 다녀와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각기 다른 사람들과 사는 모습도 그러하거니와 인내의 한계를 시험하는 일은 군 생활만큼 좋은 게 없다. 지나가는 추억보다 군에 대한 얼룩진 회상들은 그래서 언제 들어도 즐겁다 생생하게 떠오르고 포장되어 전율되는 술잔속의 대화는 그래서 깊고 야릇하다. 겨울에 이 시를 접하면 맛깔스럽겠지만 자의보다는 타의로 개인보다는 조직이 우선이었던 명령과 복종
우리 속담에 ‘세 치 혀가 몸을 베는 칼’이라는 말이 있다. 혀를 잘못 놀려 큰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허다함을 빗댄 말이다. 누구보다 말의 위력을 잘 알았던 중국 오나라 명재상 풍도(馮道)은 구시화지문(口是禍之門:입은 재앙이 들어오는 문이고) 설시참신도(舌是斬身刀: 혀는 제 몸을 베는 칼이다) 폐구심장설(閉口深藏舌: 입을 닫고 혀를 깊이 감추어 두면) 안신처처우(安身處處宇: 가는 곳마다 몸이 편안하리라)라며 말조심 하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사자성어엔 말조심에 관한 내용이 많다. 네 마리 말이 끄는 수레도 혀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사불급설(駟不及舌),발 없는 말이 천 리 간다는 언비천리(言飛千里), 담에도 귀가 달려 있으니 말을 삼가라는 이속우원(耳屬于垣), 땀이 몸속으로 들어갈 수 없듯 한 번 내린 명령은 취소할 수 없다는 호령여한(號令如汗), 나쁜 소문은 세상에 빨리 퍼진다는 악사천리(惡事千里) 등등. 공연히 안 해도 될 쓸데없는 말로 남의 원한을 사거나 원망을 부르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교훈들이다. 그러나 어디 말을 안 하고 살 수 있나. 그래서 생겨난 말이 ‘가려서 하라’인가 보다.쉽지 않은 일이지만 이를 지키지 못해 낭패 보는 사람 또한 부지기수
복숭아밭에서 /임동윤 산국농장이 연분홍빛으로 달아올랐다 수백그루의 나무와 수만 마리의 나비들이 투명한 햇살에 정수리를 내놓고 겹겹으로 불타올랐다, 화르르 화르르 바람으로 날아오르고 있었다 푸른 허공이 일시에 무너지고 하늘 언저리로 나비 떼들 빨려 들어간다 뼈만 남은 가지에 살이 붙고 통통하게 물이 오른 아이의 종아리처럼 연분홍이 흘러내리는 산기슭 검은 흙 둘레가 나풀나풀 나비로 달아오른다 벌써 나무들은, 단물 뚝뚝 흐르는 푸른 여름을 손끝 가득 매달고 섰다 -임동윤 시집 ‘편자의 시간’ 잘 익은 복숭아가 산자락을 가득 메우고 있는 풍경화 한 폭이다. 한 문장 한 문장 읽기만 해도 단내가 푹푹 묻어날 것 같다. 보드랍고 말랑하고 향긋한, 그 물 줄 줄 흐르는 미식을 입안 가득 베어 물고 싶다. ‘푸른 허공이 무너지고 수백 그루의 나무와 수만 마리의 나비들이 날아오르고’ ‘연분홍이 흘러내리는 산기슭’, 하지만 어느 꿈속 같은 저 도원 속에는 농부의 수고가 들어있다. 가지마다 과일이 달리고 익어가는 동안 화가가 한 폭 그림을 완성하기까지 수만 번 붓질하는 것처럼 밤낮으로 쉬지 않고 오간 손길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