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을 다 바쳐서 살아왔는데, 남는 건 집 한 채와 자식인데, 자식마저 보내고 나면 남은 아버지의 인생은 뭐가 되겠느냐?” (청춘리포트-2030 ‘탈 한국’이유) 요즘 2030세대의 고민이 반영되어 있는 이 절박한 외침은 ‘마치 우리 사회가 광야 같다’는 생각이 든다. 광야. 생명이 움틀 수 없는 삭막한 공간. 생명의 싹이 트려면 생명수가 있어야 하는데, 좌고우면(左顧右眄)해도 생명수를 찾을 수 없으니 광야는 생명체를 잉태할 수 없다. 최근 메르스가 한창 위력을 떨치다가 좀 잠잠해진 것 같다. 마침내 메르스도 ‘삼성’이란 이름을 비로소 알았나 보다. 스마트폰의 지존, 글로벌 기업 삼성. 분명 우리의 자랑이다. 대한민국을 세계만방에 알리고 또한 부를 창출한 기업. 그런 굴지(屈指)의 삼성 이름을 가진 병원이 2차 메르스 진원지가 되었었다. 최고의 시설을 갖춘, 우리나라 최고의 의료진이 있는 병원이라 메르스 전염 경로지가 되리라고는 생각을 못했다. 그러나 메르스 바이러스는 ‘삼성’이라는 이름을 모른다. 우리가 얼마나 유명세(有名稅)에만 집착하며 살아가는지
가정에서 가장 말 안 통하는 이는 아버지라는 설문조사가 있다. 아버지보다 더 대화가 안 되는 상대는 이해관계가 부딪히는 사람과 정치적 입장이 다른 사람이다. 이 두 가지 관점에서 논의해 보고자 한다. 우리 사회에서 아버지라는 존재는 직장에서의 고된 하루는 그나마 가족을 위해 참고 견딘다지만, 더 울적해지는 건 집에 돌아와서다. 가족에게서 위로와 힘을 얻기는커녕 왠지 겉도는 소외감에 괴로워하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 지난 17일 ‘함께하는 경청’이란 시민모임이 출범하면서 실시한 한국리서치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그 실상이 짐작보다 훨씬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정·직장·사회에서의 대화·소통 실태를 조사한 결과, 아버지와의 의사소통 수준은 인간관계의 밀도가 낮은 직장 등 공적 관계에서의 의사소통 수준과 비슷하거나 더 낮기도 했다. 이런 현상은 20~30대의 자녀와 50~60대의 아버지 간에 가장 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자녀가 문제행동을 일으키거나 실수를 했을 때 당장 튀어나오는 말이 있다. “내가 너 때문에 못 살아.” “아휴,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들을래?”, &l
약 20년전, 산 넘고 물건너 300㎞ 떨어진 옛집을 7개월 만에 찾아왔다는 진돗개 이야기가 화제가 된적이 있다. 그것도 팔려간 곳에서 탈출해 돌아왔다고 해서 언론은 거의 매일 사람보다 훌륭한 백구라며 숨은 이야기를 게재를 했다. 내용은 대략 이랬다. 1993년 3월 전남진도에 사는 김모씨는 노모의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기르던 백구를 승용차를 타고 온 대전 사람에게 팔았다. 그리고 7개월이 지난 10월 어느날 부엌에서 문을 긁는 소리가 나 나가보니 뼈와 가죽만 남은 삐쩍 마른 백구가 돌아와 있었다는 것. 이같은 이야기가 전해지자 많은 사람이 열광했다. 그리고 백구는 영웅이 되었다. 광고모델로도 나왔다. 덕분에 주인은 유명인사가 됐고 노모의 병원비걱정도 덜게 된 것은 물론이다. 충성스럽기로 유명한 진돗개의 이야기중 하나지만 지금도 ‘두 주인을 섬기지 않은 백구의 전설’로 전해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명견 진돗개는 이처럼 주인에 대한 충성심과 복종심이 강하며 뛰어난 귀가성을 간직하고 있다. 또한 대담하고 용맹스럽기로 이름이 높다. 산 속에서 멧돼지 같은 맹수를 만나도 겁을 먹지 않고 덤벼든다. 야생동물을 물었을 때 한 번 물면 놓지 않는 지독한 근성도 가
喪家에 모인 구두들 /유홍준 저녁 喪家에 구두들이 모인다 아무리 단정히 벗어놓아도 문상을 하고 나면 흐트러져 있는 신발들, 젠장, 구두들이 구두를 짓밟는 게 삶이다 밟히지 않는 건 망자의 신발뿐이다 정리가 되지 않는 喪家의 구두들이여 저건 네 구두고 저건 네 슬리퍼야 돼지고기 삶는 마당가에 어울리지 않는 화환 몇 개 세워놓고 봉투 받아라 봉투, 화투짝처럼 배를 까집는 구두들 밤 깊어 헐렁한 구두 하나 아무렇게나 꿰신고 담장가에 가서 오줌을 누면, 보인다 北天에 새로 생긴 신발자리 별 몇 개 - 유흥준 시집 ‘상가에 모인 구두들’ 에서 이 시에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얻은 상처에 대한 치유적 성분이 함유되어 있다. 삶의 진한향기가 풍겨 나오고 있으며 시와 생명에 대한 리얼리즘과 모더니즘의 이음새 역할을 느낄 수 있다. 문상객의 구두와 망자의 신발에 대한 이미지 효과가 그렇고 ‘짓밟는 게 삶이다’라는 직관적 표현이 그렇다. 망자가 태어나서 죽음에 이르기까지 복잡 미묘한 사회에서 얼마나 많은 짓밟힘을 당하고 살았으며 혹은 짓밟고 살아 왔을까? 우리는 이 시간에도 상사와 동료, 후배들을 얼마나 밟고 있는지 깊이 반성해야 한다.
남경필 경기지사가 지난 23일 이재정 교육감을 만났다. 지사가 교육감을 방문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1991년 지방교육자치제 실시 이전에는 경기도교육위원회가 합의제 집행기관으로 도지사가 당연직 의장이어서 교육감 선출문제나 예·결산 처리를 위한 회의 때는 도교육위원회를 찾았다. 그러나 공식 회의가 아님에도 지사가 교육청으로 교육감을 방문한 것은 손학규지사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었다. 배석자 없이 30여분 동안 두 기관의 협력 과제들을 논의했다고 한다. 25일에는 지사 집무실에서 지사, 교육감, 박수영 행정1부지사와 김원찬 제1부교육감이 만나 ‘2+2 협의회’를 갖고 원활한 교육협력사업 추진에 힘을 모으자고도 했다. 남 지사의 이같은 생각은 ‘교육 연정(聯政)’을 떠나 교육이야말로 미래 경쟁력의 원천이라는 소신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난 8년 간 경기도와 교육청의 관계가 불편해지면서 자주 마찰을 빚어온 것을 보아온 데서도 기인한다. 경기도의 교육국 설치문제, 초등학교 전면 무상급식, 학교용지분담금의 전출문제 등등에서 두 기관은 많은 갈등을 빚어왔었다. 이면에는 진보 성향의 교육감 등장으로 더욱 심화됐다는 분석도 있었다. 그러나 남 지사는 교육발전을
경기도가 2030년까지 전력자립도를 70%까지 상승시키겠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20조원 규모의 에너지 신산업 시장을 선도해 일자리 15만개를 창출하겠다는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남경필 지사가 강득구 도의회 의장, 이재정 도교육감, 염태영 경기도 시장·군수협의회장(수원시장) 등과 함께 지난 25일 선포한 ‘경기도 에너지비전 2030’은 경기도-시·군-도의회-도교육청 등이 함께 ▲전력자립도 70% 달성 ▲에너지 신산업 육성 ▲일자리 창출 선도 ▲신재생에너지 보급률 20% 달성 등을 실천하자는 내용이다. 도는 앞으로 5년 동안 7천억 원을 들여 조직과 인력, 예산 등 구체적인 운영지원체계를 구축할 방침이다. 이번에 발표한 내용 중 눈에 띄는 것은 에너지 생산 혁신전략이다. 1만개의 지붕을 태양광 발전소로 만드는 한편 도내 각지에 신재생 에너지타운, 에너지 자립마을 100개 등을 조성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산업단지를 친환경모델로 리모델링하거나 생태산업단지를 확대하며 공공기관과 아파트 조명을 100% LED로 교체하고 공공청사의 에너지자립 건물화를 추진한다는 내용을 담은 에너지효율 혁신 전략도 수립했다. 이를 위해 도는 태양광·연료전지·열병합 등 에너지 생산 확대, 주
“어르신은 이 시간에는 못 들어가십니다.” 지난 새벽, 미국에서 손님으로 오신 대학 총장님을 시립수영장에 모시고 갔는데 관리자가 우리를 막아섰다. “왜 그렇지요? 우리는 먼 길을 왔는데요. 그리고 이분은 미국에서 오셨는데 매일 아침 수영을 하셔서 수영을 아주 잘하세요.” “그래도 안 됩니다. 규정이 그래서.” 하지만 미국에서 오신 귀한 손님을 그렇게 돌아가게 할 수 없었다. “그런 규정이 어디 있나요? 한번 봅시다.” 시립수영장 직원은 수영시간 안내 포스터 밑에 작은 글씨로 적혀 있는 한 문장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작은 글씨로 “새벽시간에는 어르신과 어린이 입장은 불가합니다”라고 적어두었다. 할 수 없이 뒤돌아서는데 왠지 낯이 달아올랐다. 동행한 손님도 한마디를 보태셨다. “지금까지 내 나이가 몇인지도 모를 정도로 너무 바쁘게 살았는데, 오늘 아침 저분이 면전에서 내가 너무 오래 살았다고 지적해주는군요.” 100세 시대를 앞둔 요즘, 69세이신 그분이 이런 ‘수모’를 겪고 돌아서야 하는 상황이 당황스럽고 한편으
물안개 그윽한 품안으로 들어서는 일은 안긴다기보다는 끌려들어간다는 말이 맞을 듯하다. 지난 밤 한 차례 쏟아진 소나기의 영향 때문일까, 새소리 머금은 숲은 더더욱 싱그러웠다. 작은 알갱이, 자갈이 섞인 황토빛 화산송이가 발밑으로 밟힐 때마다 간질거리는 생명의 힘 울컥울컥 스며드는 곳. 해질녘 다 되어 들어선 이곳, 비자림의 첫인상은 말 그대로 신비스런 비밀의 화원. 1천년을 끌어안고 버텨왔을 숱한 이름자. 풀, 나무, 꽃, 생명, 또 생명들. 그들이 뒤엉켜 만들어낸 숲은 위대했다. 시차를 두고 울려주는 새소리의 추임새에 아득아득 꿈을 꾸는 야생풀들의 귓불마다 흡족함의 미소가 주렁주렁 피어나는 이곳이야말로 사람들이 꿈꾸는 이상세계가 아닐까. 억지로 밀어내지도 않고 강제로 끌어내리지 않아도 되는, 자연스럽게 햇살 향해 자기 얼굴 더 환하게 웃기만 하면 되는 은근한 인내심. 하늘이 주는 빗물의 여유를 욕심 부리지 않고 나눠가질 줄 아는 본능적인 배려. 천천히 아주 천천히 천년을 하루같이 묵묵히 걸어갈 줄 아는 그 느림의 미학만 배울 줄 안다면 무얼 더 바랄게 있을까. 초록의 숲 걷다보니 문득 지난 밤 들렀던 사람의 숲이 떠올랐다. 관광지 최고의 맛 집이라 검색된…
무예는 필연적으로 강함을 추구하게 된다. 상대보다 빠르고 강한 움직임을 통하여 일격에 제압하는 것이 모든 무예를 수련하는 사람들의 꿈일 것이다. 그 단 한방을 위해 온몸이 부서지는 고통을 참아가며 수련을 하게 된다. 그래서 무예를 수련하면 점점 더 몸과 마음이 단순해진다. 이는 무예 뿐만 아니라 신체 활동을 한계에까지 몰아치는 모든 행위에서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하다. 만약 머리 속이 복잡해지면 반응시간이 더뎌지거나, 그 흐름이 무너질 수 있기에 끊임없이 자신의 속 마음을 비워내야만 한다. 특히 무예의 경우 상대의 움직임에 즉각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 복잡하게 이것저것을 계산할 것도 없이 거의 본능에 가깝게 몸을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말하는 필살기 역시 자세히 살펴보면 지극히 단순하면서도 명쾌한 움직임으로 구성된다. 그러나 세상사가 그러하듯이 모든 것이 강하고 분명하다고 해서 끝이 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그 강인함을 이겨내지 못하고 스스로 무너지는 경우도 많다. 신체적으로 보면 관절부위가 대표적이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신체의 능력도 위축된다. 보통 관절의 경우는 오랜 세월동안 쉼 없이 마찰을 일으키기에 다른 어느 곳보다 빨리 그 수명이 줄어들게
철학자 칸트는 행복과 관련해 가장 어려운 것은 ‘무엇을 행복으로 볼 것인가’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사람들은 각자 가치관이 다르고 어떤 상태를 행복한 상태로 보는지도 다르기 때문에 행복의 개념을 보편화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고 본 것이다. 이처럼 어려운 것이 행복의 정의(定義) 지만 인간이 추구하는 삶의 목표 또한 행복임에는 틀림없다. 행복의 조건으로 항상 거론되는 것이 소득, 즉 물질과의 상관 관계다. 많은 사람들이 행복은 소득과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치 않다. 물질이 행복의 척도는 아니지만 필수 조건이라는 것에 대해 모두가 공감하고 있어서다. 미국 경제조사국은 2년전 ‘행복과 소득, 둘 간의 포화점은 있는가’라는 보고서를 낸적이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상위 25개국의 소득별 국민 행복도를 분석한 결과 가구 소득과 행복은 정비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또한 소득이 낮으면 행복해지기 힘들다는 실증적 조사 이기도 하다. 반론도 만만찮다 대표적인게 소득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고 기본적 욕구가 충족되면 소득이 증가해도 행복에는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미국 경제 사학자 이스털린의 역설이다. 그는 1946년부터 빈곤국등 30개 국가의 행복도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