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를 생각하지 마”라는 말을 들으면 우린 자연스레 코끼리를 떠올리게 된다. 왜냐하면 사람의 뇌는 부정의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실, 뇌가 부정을 ‘전혀’ 이해 못 한다는 건 과장이지만 무언가를 ‘하지 말라’는 말보다 무엇을 ‘하라’는 말에 더 잘 반응한다는 심리학적 원리를 강조한 것이다. 이를 이용하면 아이들이나 초기 학습자에게 긍정적이고 구체적인 지시를 통해 효과적인 교육을 할 수 있다. 그뿐이겠는가? 우리들의 일상 속에서 장애물을 만날 때 그 장애물만 생각하면 우리 머릿속에선 장애물만 떠오른다. 오히려 그 장애물 사이의 길에 집중하면 우리의 인식은 그 틈을 향하게 되는 긍정적인 효과를 주는 것이다. 이 간단하지만 큰 깨달음을 주는 이야기는 2021년 미국 컬럼비아 대학의 사이먼 사이넥(Simon Sinek)의 동영상 강의에 등장했고 짧은 클립으로 편집되어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통찰을 준다. 그리고 우리 선조들은 이 강의를 접하기 한참 전에 비슷한 원리를 알고 있었는 듯하다. ‘말이 씨가 된다’라는 격언이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이 ‘말이 씨가 된다’라는 말은 단순히 깨우침을 주는 속담이 아니라, 과학적으로도 증명된 사실이라는 점에
[ 경기신문 = 황기홍 화백 ]
이주 배경 학생 수가 20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교육부의 2024년 교육기본통계에 따르면, 초·중·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이주 배경 학생 수는 19만 3,814명으로 역대 최고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전체 학생의 3.8%에 해당한다. 다문화 학생 수를 처음 집계했던 2006년만 해도 9천여 명 수준이었던 규모가 20배 가량 증가한 것이다. 학령기 전체 학생의 지속적인 감소세와 미취학 다문화가정 아동의 증가세까지 고려하면 이 비율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2006년 이래 정부는 매년 다문화가정 자녀 대상 교육지원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특히 ‘다문화교육 선진화 방안’이 발표된 2012년에는 공교육 내에 최초로 한국어(KSL; Korean as a Second Language) 교육과정이 도입되었고 초·중·고등학생을 위한 표준 한국어 교재가 개발되었다. 2017년에는 ‘개정 한국어 교육과정’이 고시되었으며 이에 따라 학교급, 학년군별로 세분화된 교재가 새롭게 개발 보급되었다. 2023년 9월에는 기존의 다문화교육 지원 정책 외에도 중장기 계획으로 ‘이주배경학생 인재양성 지원방안(2023-2027)’이 발표되었다. ‘다문화학생 교육기회 보장 및 교육격차 해소, 다
경기 시흥에 위치한 편의점과 체육공원 등에서 2명을 살해하고, 2명에게 흉기로 상해를 입힌 이른바 ‘시흥 흉기 사건’은 강력사건 예방에 취약한 치안시스템의 허점을 다시 한번 노정했다. 시흥시에서는 지난 2월에도 한 남성이 자신의 주거지에서 이복형제인 친형과 편의점 알바 여성을 잇달아 살해하는 강력사건이 있었다. 사건 발생 이후 범인을 신속히 검거한 일을 시비할 이유는 없으나 허술한 우범자 예찰 시스템 등 강력사건 대비책을 재점검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예방’이 ‘검거’보다는 백배 천배 낫다. 19일 오전 9시 34분쯤 중국 국적 50대 남성이 시흥시 정왕동 소재 편의점에서 점주인 60대 여성에게 흉기를 휘둘러 중상을 입히고 달아나는 사건이 발생했다. 같은 날 오후 1시 21분 최초 범행이 있던 편의점에서 1.3㎞가량 떨어진 한 체육공원 주차장에서는 70대가 복부를 흉기로 찔려 중상을 입었다. 경찰은 범인을 체육공원 피해자 주택의 세입자인 중국동포 차철남으로 특정해 수배 전단을 배포하고 공개수사로 전환했다. 경찰은 편의점 CCTV 영상을 확인했으나, 영상이 흐릿해 용의자가 흰색 마스크를 쓰고 있다는 것 외에는 신체적 특성이나 옷차림 등을 구체적으로 파악하지 못
네모진 콘크리트 벽에 깨끗한 벽지를 바르는 순간 콘크리트 벽이라는 점을 잊게 된다. 거실이라고 하여 아파트 평수 따라 공간의 넓이도 다른데, 거실 공간의 정면 중앙에는 가족사진을 앉히고, 오른쪽으로는 지리산 일출광경의 사진을 걸었다. 왼쪽 탁자 위에는 집주인의 작품인 천 년 학이 얹혀 있다. 따라서 가족사진 아래 긴 탁자 위에는 TV가 턱 버티고 있다. 그 맞은편 의자에서 집주인은 때때로 하품을 하며 별로 볼 것도 없는 TV 화면을 보며 다이얼을 돌리다 침실로 들어가 홀로 잠을 청한다. 5월이 깊어지면 산과 들의 나뭇잎은 연두에서 초록으로 초록에서 녹색으로 건너가면 산 까치들이 제법 시끌벅적하고 운 좋은 날은 꾀꼬리 소리도 들을 수 있다. 대지마을 과수원에도 가랑비는 내리고 있었다. 잠시 산책을 한답시고 서서히 걷는데 복숭아나무 과수원은 나무 아래의 풀들을 개운하게 베어냈다. 그곳엔 살찐 암탉들이 뒤뚱뒤뚱 거닐고 목과 꼬리가 긴 수탉은 붉은 몸매에 긴 다리로 겅중겅중 걷다가 꼬끼오! 꼬끼오! 하고 자기 영역을 확실히 하고 있다. 그때 나는 잃어버린 고향 풍경을 소환하게 된다. 그리고 무심히 잃어버린 사람과 고향에서의 삶을 반추하거나 추억을 더듬으며. 내가 나
[ 경기신문 = 황기홍 기자 ]
수원시청소년청년재단이 고립·은둔 청소년의 일상 회복과 사회복귀를 지원하는 ‘고립·은둔 청소년 원스톱 패키지 지원사업’을 본격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청년재단에 따르면 이번 사업은 심리적 어려움과 사회적 관계 단절로 고립된 청소년과 그 가족을 대상으로 상담·학습·체험·사후관리 등 전 과정 통합 지원을 골자로 한다. 고립·은둔 청소년은 잠시도 방치돼서는 안 될 존재다. 국가사회의 현재와 미래가 건강하기 위해서는 이들에 대한 지원 확대가 바람직하다. 수원시청소년청년재단은 일단 청소년에게 활동 프로그램을 지원하면서 부모에게는 자녀 이해를 돕는 교육과 자조 모임 참여 기회를 제공한다. 특히 사례 관리 중심의 맞춤형 서비스를 통해 발굴부터 사후관리까지 전담 상담 인력이 지속적으로 개입하는 체계적인 방식으로 운영된다. 재단은 전담인력 4명을 중심으로 대상자 발굴과 맞춤형 지원을 강화하고 장기적인 지원체계 구축 및 유관기관 연계를 통한 고립·은둔 청소년의 지속적인 사회복귀를 적극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고립·은둔 청소년이란 고립 또는 은둔 기간이 최소 3개월 이상이며, 지적장애가 없으면서 대부분 자신의 방이나 집안에만 칩거하고, 학업 또는 사회·경제적 활동이 거의 없으며,…
분홍빛 봄꽃이 하나둘 지고, 하얀 배꽃이 만발하기 시작하면 어김없이 떠오르는 술이 있다. 바로 ‘이화주’다. 이름 그대로 ‘배꽃이 필 무렵에 담근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지만, 실상 그 술에 배꽃이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이화주는 고려 시대부터 전해 내려오는 우리 전통주다. 쌀만을 원료로 해 빚는 고급주로, 과거에는 사대부나 부유층 등 특권 계층만이 즐기던 귀한 술이었다. ‘산가요록’, ‘음식디미방’, ‘요록’, ‘주방문’, ‘산림경제’, ‘임원경제지’, ‘양주방’,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 등 30여 종의 고문헌에 이화주에 대한 기록이 전해질 만큼,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이화주를 빚기 위해서는 특별한 누룩인 ‘이화곡’이 필요하다. 이화곡은 멥쌀을 하룻밤 불린 뒤 곱게 갈아 체에 쳐서 고운 가루를 만든 후, 오리알 크기로 단단히 뭉쳐 만든다. 여기에 솔잎이나 볏짚을 사이사이에 끼우고 약 30도 내외의 따뜻한 곳에서 2주 정도 띄우면, 표면에 솜털 같은 흰 곰팡이가 피어난다. 이것을 말린 뒤 겉껍질을 벗기면 속의 연한 미색이 드러나는데, 이 과정을 거쳐 속까지 곱게 뜬 이화곡은 절구에 넣고 곱게 빻아 술 빚는 데 쓰인다. 누룩이 준비되면 본격적인 술 빚기가…
대선레이스가 한창이다. 선거기간에는 참으로 많은 말들이 오간다. 마음에 없는 말들이 난무하고, 서로를 비방하는 말도 서슴지 않는다. 이런 시기에 생각해 봐야 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말투’다. ‘말투’란 방어학사전에 의하면 화자가 말을 하는 상황이나 문맥(context)에 따라 선택하여 사용하는 언어 변종(linguistic variety)을 일컫는다. “극기복례위인(克己復禮爲仁)”란 말이 있다. '논어'의 안연편에 나오는 말로, ‘자신을 이겨 예로 돌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 춘추시대의 사상가인 공자가 주장한 인(仁)의 실현방법이다. 자신의 사적인 이기심, 분노, 욕망 등의 감정을 절제하고, 공동체의 질서와 규범, 도덕적 행위기준 등의 도리를 따르는 것을 의미한다. 공동체인 인간사회를 지탱하는 가장 기본적인 사상일 것이다. 이 말은 단순한 자기 수양을 넘어 더불어 살아가는 길이 무엇인지를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극기복례의 의미를 ‘말투’에 적용하고 싶다. 말하는 방식은 단순한 표현기술이 아니라 삶의 태도이자 철학이다. 우리 주변에는 자기 생각대로 자기감정대로 상황이나 문맥도 생각하지 않고 말을 툭툭 내뱉는 사람들이 참으로 많다. 건조한 상대방의 말투에
[ 경기신문 = 황기홍 화백 ]